블룸버그, 역할 커지는 이재용 부회장 집중 조명
아버지 같은 카리스마 부족…수익성 하락 등 도전 많아
삼성전자 해외법인 경영진단
[ 남윤선 기자 ] “이재용 부회장(사진)은 삼성전자가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진화하는 데 필요한 자질을 갖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과 경제주간 자매지인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27일(현지시간) 이 부회장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겸손함, 열린 사고, 글로벌 정보기술(IT) 분야에서의 두터운 인맥 등을 이 부회장의 강점으로 꼽았다. 영어 일본어 등 3개국어에 능통하고 글로벌 감각을 갖춘 점도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경쟁 격화로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도전이 만만치 않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활용해 사업을 키워 온 이건희 삼성 회장과 달리 이 부회장에게는 마땅한 채찍이 없다는 점에서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삼성은 최근 부진한 사업을 재정비하고 신수종 사업을 적극 키우는 등 ‘이재용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IT 시대 걸맞은 리더십
블룸버그는 겸손함을 이 부회장의 강점으로 꼽았다. 이건희 회장의 ‘제왕적’ 이미지와는 다르다는 것. 창의성이 중요한 IT업계에서 이 부회장의 ‘스스로를 낮추는 리더십’은 삼성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삼성 관계자는 “수행비서 없이 임직원 경조사를 챙기러 돌아다닐 정도로 소탈하다”며 “경영을 할 때도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신중하게 의사결정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전했다.
반면 카리스마가 부족한 것은 단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이 회장은 ‘당근과 채찍’을 둘 다 제시할 수 있는 리더였지만, 이 부회장에게 자신만의 ‘채찍’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사업 경험이 부족한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블룸버그는 “어차피 회장이 될 운명이어서 굳이 무언가를 증명할 필요가 없었다”고 전했다.
반론도 있다.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 등 실리콘밸리 거물들과의 인맥을 통해 삼성의 부품이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리스트인 그레그 타르는 “삼성이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게 된 건 이 부회장의 공”이라며 “그가 잡스의 장례식에 초청받았던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시대’ 준비하는 삼성
삼성도 ‘이재용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큰 위기를 맞은 스마트폰 등 현재 주력 사업에 대한 철저한 재점검과 신수종 사업 육성으로 나뉜다.
삼성전자는 신흥국 생산 법인에 대해 경영진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스마트폰의 판매 부진과 재고 관리 실패로 영업이익이 7조2000억원 정도로 떨어졌다. 재고 관리에 소홀한 것은 “삼성의 이름에 걸맞지 않은 경영”(파이낸셜타임스)이라는 혹평도 나왔다. 바이오, 프린터, 2차전지 등 신수종 사업은 집중 육성하고 있다. 한 삼성 고위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아버지의 작품인 스마트폰과는 다른 자신만의 성과를 만들고 싶어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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