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밀레니엄 포럼] 최경환 "경상성장률 年 6%는 넘어야 기업 이익나고 임금도 올라"

입력 2014-08-29 03:25
수정 2014-08-29 03:42
최경환 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

"부동산 정상화돼야 내수 살아나고 가계빚도 줄어들 것"


[ 정리=김주완 기자 ]
28일 오전 서울 반야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밀레니엄포럼은 그 어느 때보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꽉 막힌 세월호 정국으로 인해 경제활성화 입법이 전면 중단된 상태에서 ‘경제 수장(首長)’인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7월16일 취임한 이후 경제의 앞날을 걱정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의 질문을 받는 첫 공식행사이기도 했다. 지난 26일 “국회 마비로 경제 맥박이 죽어간다”는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던 최 부총리는 이날도 갈 길 바쁜 경제가 ‘세월호 정쟁’에 갇혀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하지만 경제를 살려내겠다는 의지만큼은 확고했다. 복잡하게 펼쳐지고 있는 경제흐름과 다양한 정책 현안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답변을 이어갔다.

저성장 탈피
내수·서비스 살려 수출과 ‘쌍끌이’로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경제가 무척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는데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최경환 부총리=많은 구조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우선 수출 주도형으로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내수와 서비스를 살려 쌍끌이로 살아나지 않으면 안 된다. 최근 3년간 경상성장률(명목성장률, 실질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더한 수치)이 3%대에 머물고 있다. 경상성장률 3%로는 경제주체들이 견디지 못한다. 당장 정부부터 그렇다. 세금이 안 걷힌다. 현재 상황에서 세수는 연간 8조~10조원 빠진다. 4%가량의 실질 성장에다 2% 중반의 물가 상승을 더해 경상성장률이 6%는 넘어야 기업 이익이 늘면서 임금도 올릴 수 있다.

▷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장=지금 저물가는 심각한 수준이다. 올 들어 월 기준으로 물가상승률 최고치가 1.7%에 불과하다.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최 부총리=최근 주요 선진국은 디플레이션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3년째 물가안정 목표 범위 하한선을 기록하고 있는데 인플레이션만 걱정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기재부는 올해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2.5~3.5%로 보고 있다. 목표치를 정한 것은 그 안에서 물가가 움직이라는 것이다.

▷이현승 SK증권 고문=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주요 요인이 저출산 고령화인데 한국도 일본 이상으로 이 문제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최 부총리=저출산은 우리 국가의 미래와 직결돼 있어 심각한 문제다. 주요 원인은 여성들이 가정을 돌보면서 일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은 젖먹이까지 모두 지원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직장 보육을 중심으로 3~4세부터 지원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외국인 이민을 확대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본다.

재정 확대
내년 예산 증가율 3.5% 정도로는 부족

▷조동근 명지대 교수=공격적인 재정운용 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는데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결국 ‘미래의 열매’를 미리 따 먹는 것 아닌가.

▷최 부총리=재정 정책 책임자로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 하지만 지금 한국 경제가 축소 균형으로 가고 있는데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결국 재정적자 문제는 경제가 살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다. 경제를 살리기 위한 마중물로서 재정을 확대하는 것이 결국 재정건전성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한다.

▷정 실장=앞으로 재정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 정도 더 늘어나도 된다고 볼 수 있나.

▷최 부총리=그 정도 수준은 너무 많다. 정부 내부적으로 재정준칙 등과 같은 견제장치도 있다. 다만 내년에 재정 지출을 확대하면 부채 규모가 지금의 GDP 대비 35%에 비해 조금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부총리에 취임하기 전 내년 예산 증가율을 올해 대비 3.5% 정도 잡았는데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경제성장률보다 낮으면 곤란하다는 판단이다.

민생
옥석 가려 ‘준비된 소상공인’에게 2조원 집중 지원

▷권기찬 웨어펀인터내셔널 회장=한국 경제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의 실적 때문에 경제지표가 왜곡돼 있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체, 서민들의 사정은 너무 어렵다.

▷최 부총리=맞는 말이다. 경제 지표가 조금 나아졌다고 하는데도 국민들은 체감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한다. 엄살이 아니다. 그래서 소상공인이나 비정규직 정책을 내놓고 중소기업 지원도 강화할 것이다. 제가 부총리가 된 후 가장 먼저 간 곳이 성남 인력시장이다.

▷조 교수=서비스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골목상권의 영세성을 해결해야 하지 않겠는가.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가 대거 진입하면서 과당경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최 부총리=골목상권 문제도 비정규직과 함께 한국 경제의 중요한 취약점이다. 현재 레드오션이다. 경제가 살아나도 이제 모든 골목이 잘 먹고 잘살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지금까지는 ‘언 발에 오줌 누기’식으로 소상공인을 지원했다. 옥석도 제대로 가리지 않았다. 하지만 내년부터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을 기존 1조2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늘려 ‘준비된’ 소상공인에게 지원을 집중할 생각이다.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최근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고 있지만 덩달아 가계부채도 늘어나고 있는데.

▷최 부총리=최근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로 가계부채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가계부채에 대해 전혀 걱정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보면 이번 LTV와 DTI 완화로 고금리인 제2금융권 대출이 제1금융권으로 옮겨지면서 부채의 질은 개선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게다가 가계부채의 주요 요인 중 하나는 부동산에 대한 과잉 투자다. 오죽하면 ‘하우스 푸어’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최근 부동산 정상화 대책으로 주택 거래가 증가하면 부동산시장에 과도하게 묶인 돈이 풀려 가계부채도 줄어들 것이다. 부동산이 팔려야 빚도 갚을 수 있는 것 아닌가.

노동시장 개혁
비정규직 보호·기업 부담 줄이는 노력 병행

▷조 교수=최근 정부가 노사정위원회를 복원했는데 이해 관계자마다 지향점이 달라 논의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노사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생각인가.

▷최 부총리=물론 기본적으로 노사 간에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것이 최고다. 하지만 지금 노동시장은 통상임금 확대, 근로시간 단축, 정년 연장 등 여러 제도가 한번에 바뀌고 있는 격변기다. 이 제도들이 처음에 자리를 잘못 잡으면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정부는 노사정위원회가 노사 간 제로섬 게임으로 흐르지 않도록 재정을 지원하고 각종 노동시장 제도가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이끌어나갈 것이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박근혜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해서라도 노동시장이 유연해야 한다. 최근 사내 하도급의 정규직 전환 움직임과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나.

▷최 부총리=현재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이 위험 수위를 넘었다. 근로자 3명 중 1명은 비정규직이다. 우리 사회가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같은 일을 하는데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구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임금 격차가 크다. 공공 부문은 정규직과 동일한 노동을 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고용보험기금에서 그 차액을 지원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기업 경쟁력
韓·中 FTA ‘낮은 수준’으로 막바지 협상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실적 악화 우려 속에 최근 한국 기업의 장점인 신속한 의사결정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부총리=동의한다. 최근 과도한 세무조사가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싶다. 주요 기업의 경영자들이 사법처리를 당하고 경제민주화라는 견제 장치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 올해도 세수가 상당히 안 좋다. 내년에도 썩 좋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과도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윤 원장=정부의 중국 시장 전략은 어떻게 가고 있나.

▷최 부총리=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이 막바지다. 한국과 중국은 밀접하다보니 너무 높은 수준으로 조약을 체결하면 국회, 이해관계자의 벽을 넘기 어렵다. 민감한 분야는 로키(low-key)로 시작하는 전략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전 교수=사내유보금 과세 정책은 결과적으로 기업의 자본 유출이나 투자 저조로 이어질 수 있다.

▷최 부총리=2009년 법인세를 3% 깎아줬을 때 기대했던 투자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지난 5년 동안 상위 7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은 2배로 늘었다. 시장의 경쟁 논리를 제한하고 기업 경영에 과도하게 관여할 생각은 없다. 관련 세제의 정책 목표는 ‘제로’다.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이 임금, 투자, 배당 등으로 적절하게 흘러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황건호 서울대 초빙교수=최근 금융업이 너무 공공성을 강요당하면서 산업적인 측면에서 혁신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최 부총리=금융사도 기본적으로 기업이다. 공공기관이 아니다. 물론 허가 산업이기 때문에 공공성도 있어야 한다. 최근 금융업의 공공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측면이 있는데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강조된 게 아닌가 싶다. 최근 세수가 부족한 주요 이유가 금융업의 실적 부진이다. 앞으로 금융업은 공공성과 산업적인 측면을 적절히 조화해 지속적인 성장을 해나가야 한다.

정리=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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