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0주년 - 글로벌 인재포럼 2014 (11월4~6일)
(4) 신뢰 얻는 기업만이 성장한다
고객에 '믿을만한 기업' 어필
부도냈던 화승, 3년만에 매출 2배…기업들 사회공헌에 年 3조 투입
인재포럼 '기업 성공의 법칙'
기업과 사회적 신뢰 집중 논의…고용창출 위한 노조역할 세션도
[ 이지훈 / 강현우 기자 ]
최근 부산 센텀시티 신세계백화점을 찾은 정은숙 씨(53)는 잡화코너에서 산더미처럼 쌓인 신발 가운데 ‘르까프 베론 샌들’을 집어 들었다. 제품을 살짝 살펴본 정씨는 가격은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은 채 “신발 하면 기차표 아이가”라며 곧바로 계산대로 향했다.
○기업 이미지·제품 신뢰가 경쟁력
부산에 사는 50~60대 이상 장년층에게 화승그룹은 ‘기차표’라는 고무신 브랜드로 기억된다. 기차표는 이 지역 장년층이 수십년간 신어 오면서 쌓인 신뢰의 상징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경영난에 직면했을 때도 ‘신발은 역시 기차표’라는 고객의 믿음을 바탕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화승은 1997년 부도를 냈지만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르까프’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재도약에 나섰고, 2005년 화의를 종결하며 그룹 재건에 성공했다. 2008년 2조원대 매출은 2011년 4조원 벽을 돌파하며 3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화승그룹 관계자는 “10년 넘게 백혈병 환자와 발달장애인을 돕는 등 시민과 함께하는 그룹 이미지를 장기간 구축한 것도 신뢰 형성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화승의 사례는 기업에 대한 고객의 신뢰가 기업가치 창출과 직결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소비자가 제품을 살 때 기업 이미지가 미치는 영향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 이미지와 함께 제품에 대한 신뢰도 중시된다. 주방용품 전문업체 해피콜은 제품 품질과 관련해 고객의 신뢰를 쌓는 정공법을 택했다. 이현삼 회장이 주방잡화 노점상을 하며 번 돈으로 1999년 창업한 이 회사는 세계 최초로 프라이팬 두 개를 붙여 놓은 형태의 양면 압력팬을 출시하며 프랑스 테팔, 독일 휘슬러 등 해외 브랜드가 장악하던 주방용품 업계에 바람을 일으켰다. 다이아몬드프라이팬, 직화오븐, 아르마이드 세라믹냄비 등을 잇달아 히트시키며 ‘결혼하는 자녀에게 부모가 해피콜 프라이팬은 꼭 사준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신뢰를 쌓았다. 이는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져 해피콜은 창업 10년 만에 수출 1000만달러를 달성하고 연간 매출은 1200억원 수준까지 성장했다. 해피콜 관계자는 “결국 소비자의 신뢰가 가장 중요한 회사의 자산”이라며 “해피콜은 그 어떤 명품보다 뛰어난 품질의 주방용품으로 고객의 믿음에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직원 간 믿음,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차이
직원 간 믿음을 바탕으로 한 조직 내 신뢰 역시 기업 경쟁력 차이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내 금융지주회사의 양대축을 형성하고 있는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차이를 조직 내 신뢰에서 찾는 경영전문가들이 많다. 2001년 주택은행과 합병한 국민은행의 자산은 172조원이었다. 55조원이던 신한은행의 3배가 넘었다. 작년 말 국민은행의 자산은 265조원으로 13년간 54% 늘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238조원으로 4.3배 증가했다.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의 실적 부진에 대한 원인 분석은 다양하지만 ‘조직 내 신뢰의 부재’를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거듭된 낙하산 인사로 인사 시스템이 무너지면서 조직원 간 신뢰가 깨지고 영업력 저하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반면 ‘본업으로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따뜻한 금융을 주창하고 있는 신한금융지주는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금융 분야 독주체제를 굳히고 있다. 신한금융은 2003년 조흥은행을 인수하면서 ‘선 통합-후 합병’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성공적인 통합을 이끌었다. 우선 두 개의 은행 체제를 유지하며 직원 간 소통으로 신뢰를 쌓고 이어 법인 합병을 통해 조직의 통합을 완성한 신한금융은 미국 하버드대에서 성공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노조의 사회적 책임까지 강조
기업들은 사회적인 신뢰를 쌓기 위해 사회공헌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내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회공헌 금액은 1996년 3067억원(92개사)에서 2012년 3조2494억원(225개사)으로 16년 만에 10배 넘게 늘었다. 최근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서 한발 더 나아가 노사가 협력해 ‘노조의 사회적 책임(USR)’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2010년부터 소비자를 위한 생산·품질 강화, 환경보호, 빈곤국가 구호, 저소득층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LG전자 노조가 대표적이다. LG전자 노조는 자발적으로 모은 기금으로 지난해 7월부터 1년여간 1억원 규모의 저소득층 지원 사업을 펼쳤다. 기업과 제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 직원 상호 간 믿음 등 3대 신뢰에 이어 노조 역시 사회적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의미다.
글로벌 인재포럼은 여러 세션을 통해 사회적 신뢰와 기업 성장의 연관관계 등을 집중 논의한다. 오는 11월5일 기조세션1(글로벌 CEO가 말하는 성공의 법칙)은 기업의 성공과 사회적 신뢰의 상관관계를 엿볼 수 있는 자리다. 이어 6일 ‘일자리 확대를 위한 노동조합의 역할’ 세션에서는 사회문제 해결에 있어 노조의 역할과 영향력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대기업 노조의 과도한 임금 인상 자제, 정치적·폭력적 성격의 파업 지양 등 노조의 사회적 역할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한다.
이지훈/강현우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