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시대착오적 수도권규제는 어찌할 것인가

입력 2014-08-26 20:44
수정 2014-08-27 05:41
기업투자 가로막아온 수도권규제
서비스산업 발전에도 가장 해로워
허망한 균형발전론 벗어던져야

김영봉 < 세종대 경제학 석좌교수 kimyb5492@hanmail.net >


최경환 경제팀의 경기부양책에 시장이 움직이는 듯해 다행이다. 그러나 모처럼 동력을 얻은 배라도 화물이 시원찮으면 허사(虛事)일 뿐이다.

최경환 경제팀은 출발 당시 그 정책 패키지를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고 했다. 그러나 이 시대 한국 경제의 게임 체인저라면 침체 일변도의 국가경제기반을 역전시킬 혁신수단을 일컬어야 할 것이다. 지금 최경환 경제팀의 경제정책 본질은 재정·금융과 기업의 유보금을 헐어 서민경기를 일으키자는 것이다. 만약 여기에 중장기적 성장력 회복을 기대할 내용이 없다면 거품이 터진 후 더 빠른 쇠퇴의 길을 약속할 뿐이다.

작년 봄 리처드 돕스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 소장은 성장동력을 잃어가는 한국을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에 비유한 바 있다. 그는 “2030년 서비스 부문은 선진국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이라며 한국도 서비스산업 주도의 새 성장모델을 모색할 것을 권고했다. 실상 좁아터진 국토에 5000만 인구 모두가 격심한 경쟁 속에 단련돼 사는 한국은 아마 서비스산업 발전에 가장 적합한 땅일지 모른다. 인천공항 서비스, 전자제품 AS에서 공무원의 친절까지 한국을 능가할 나라가 지구상에 있는가? 인내력과 고학력을 갖춘 풍부한 인력은 향후 금융·교육·의료·법률·문화 등 고부가가치 산업 발전에 세계 최고의 경쟁적인 자원이 될 수 있다.

현실의 한국 서비스산업은 철저히 낙후돼 있다. 이 나라는 그간 좌파쇄국주의 분배와 균형 이념밖에 없고 국회의원이나 장관들은 모두 이익집단의 대변자가 돼 모든 서비스산업의 문을 폐쇄하고 보호한 때문이다. 과거 한국의 제조업을 글로벌 산업으로 키운 토양은 개방·자율·경쟁이다. 서비스 분야에도 이런 생태계가 형성된다면 한국에도 기업 신설 및 확장·투자·성장·고용이 거대하게 넘치는 서비스산업 전성시대가 도래할지 모른다.

특기할 점은 서비스산업은 본시 도시산업이란 것이다. 오늘날 세계적 메가시티들은 상업·금융·문화·미디어 등 선진 서비스기업들을 일상적으로 배출하고 있다. MGI는 2008년 중국 보고서에서 2030년 10억으로 늘어날 중국의 도시 인구를 평균인구 2500만의 ‘슈퍼시티’ 15개를 조성해 수용하라는 권고를 했다. 2000만 인구의 현대적 도시는 그 규모에 맞는 고부가가치 서비스, 첨단 문화, 수준 높은 시민과 인력을 창출하지만 200만의 도시는 고작 그 수준의 가치밖에 창출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간 서울의 경제적 역할을 제한해온 수도권규제는 향후 서비스산업에도 가장 해로운 규제가 된다. 이 규제는 제조업에서 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아온 특급의 ‘거대 규제’였다. 그러나 국토균형발전론이 정치적 성역이 되고 그 완화는 말만 나와도 전 지방자치단체가 벌떼처럼 일어나 공격했기 때문에 과거 어떤 정부도 손을 못 댔다. 그 결과 수도권에 공장신증설을 못한 기업들은 지방으로 이전하기보다 중국 베트남 등으로 생산 거점을 옮겨 국가적으로 막대한 기업 투자와 고용창출의 손실을 초래했다.

원래 수도권규제나 국가균형발전론은 한국 정치가 만들어낸 허구(虛構)였다. 노무현 정부가 충청도를 행정복합도시 후보지로 선정하자 각 지자체가 “왜 충청도만 특혜냐”고 아우성쳤다. 이를 달래기 위해 각 지자체에 모든 공공기관을 나눠주고 16개 기업도시·혁신도시를 건설하는 기막힌 정책이 도입됐다. 세종시 건설을 비롯해 국토균형발전론이 발생시킨 국가적 낭비·비효율이 얼마나 거대하고 어처구니없는가. 막대한 보상비는 전국적 투기를 야기했고 지방 땅값을 올려 기업의 공장 신설비용만 늘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최경환 경제팀의 ‘게임 체인저’란 바로 이런 시대착오적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다. 실세 부총리가 최소한 이런 허망한 국토균형발전론과 수도권규제의 해체에 도전도 못하는 나라라면 서비스 선진국을 논하는 것 자체가 조크일 것이다.

김영봉 < 세종대 경제학 석좌교수 kimyb5492@hanmail.net >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