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하나 출제합니다. ‘굳지 않는 떡’ ‘봉독 화장품’ ‘전투화를 장착한 스키’ ‘감귤 마스크팩’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공무원이 발명했다”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 드린다면 공직자가 자신 직무와 관련해 기술을 개발한 뒤 ‘대한민국’ 이름으로 특허 출원 (국유특허)하고 국내 중소기업이 상품화를 이룬 거란 얘깁니다. 이른바 ‘국유특허 잠에서 깨다’인 셈인데요.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굳지 않는 떡의 경우 오랜 시간 말랑말랑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한 기술 (쌀을 이용한 라이스클레이 개발)로 우리 전통식품인 떡의 유통 및 저장 문제점을 해결했다는 평가를 듣습니다. 국내 기업에 특허가 이전돼 현재 각종 박람회에 제품이 출품되고 전시되는 상황입니다.
봉독화장품은 ‘봉독을 활용해 피부 여드름 예방과 치료를 위한 조성물’ 기술로 특허실시권이 기업에 이전돼 2013년 5월 약국전용 봉독화장품으로 출시됐습니다. 이를 통해 “양봉농가의 신소득원 창출 효과도 거뒀다”는 분석입니다.
감귤 마스크팩의 경우 ‘순수 감귤착즙액에서 분리한 균주를 활용한 셀룰로스겔’ 기술로 2012년 10월 중소기업에 넘겨져 국내 최초 감귤 마스크팩 제품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현재 이 회사는 감귤마스크팩 전용라인과 대량생산체계를 구축한 상태입니다.
동물 질병과 관련한 백신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A사는 국내에서 구제역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병으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린 현재 ‘아이러니컬하게도 물 만난 고기’란 소릴 듣는다고 합니다.
지난해 2013년 무려 21억원의 매출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A사가 이처럼 미소 지을 수 있는 것은 잠자던 국유특허 기술을 도입하고 제품화한 덕분입니다. A사는 이를 위해 ‘비싸지 않는’ 대가를 국가에 내고 (특허실시권 계약)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는 특허청측의 설명입니다.
A사는 이에 따라 초기 연구개발비에 대한 투자가 크게 줄었고 준 연구개발비는 신제품 개발에 집중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지적입니다.
현재 “군인 전투력 향상에 기여했다”는 얘기를 듣는 ‘전투화를 장착한 스키’도 국유특허 기술을 제품화로 연결한 것으로 불립니다.
이처럼 일반 행정을 비롯, 식품, 농업, 산림, 환경, 기상, 해양수산, 과학수사, 군사 분야에 이르기 까지 국가가 보유한 특허기술 4000건에 대한 중소기업의 특허실시권 계약을 통한 사업화가 최근 크게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가운데 최근 농업 분야의 국유특허 확보와 특허 실시권 계약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실제 2010년 농업분야 특허 신규 등록/실시 건수인 89건/193건은 2013년에 343건/452건으로 대폭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특허청이 지난해 10월부터 국유특허에 대해 중소기업의 초기 사업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특허사용료 외상제’ (선 先사용, 후 後정산)가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 입니다.
이 제도는 계약기간 만료 후 사용한 만큼 실시료를 내도록 한 것이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힙니다. 3년 이상 실시 실적이 없는 국유특허권은 실시료에 대한 부담 없이 무료로 쓸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들리고요.
특허청은 25일 농업분야의 국유특허 실시권 계약 분야를 이달 8월부터 ‘축산’분야로 확대해 시행키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축산기술 거래전문기관인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 국유특허 처분·관리업무를 위탁했습니다.
때문에 앞으로 축산 국유특허 기술을 도입해 사업화하는 업체들의 경우 싼 비용으로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의 기술지도까지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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