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
시골에 가봐야 이탈리아 진수 느껴
박병원 < 은행연합회장 bahk0924@yahoo.co.kr >
지난번 티롤과 돌로미테 지역에서 트레킹한 것을 소개한 김에 필자가 이탈리아에서 가본, 다른 사람에게도 정말 권하고 싶은 곳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원래 이 난에 글을 쓰기로 할 때 혼자만 알고 즐기기에는 미안한 곳을 널리 소개하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별로 그렇게 하지 못한 것 같기도 하다.
먼저 가르다호수 남쪽 끝에 돌출된 가느다란 반도 끝자락에 있는 시르미오네에 한번 가 보시라. 알프스의 눈이 녹은 물로 생긴 호수 중에서는 코모호수와 그 남쪽 끝의 벨라지오 호수가 제일 유명하지만 필자는 전자를 더 권한다. 다음으로 파도바인데, 지오토의 그림으로 내부를 가득 채운 스크로베니 교회당을 강력히 추천한다. 원래 리골레토의 무대라는 것에 이끌려 갔는데 지금은 이탈리아에서 꼭 하나만 본다면 이곳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고졸한 느낌에 화려하지 않아서 더욱 성스러운 느낌을 주는 이곳은 예약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도 없고, 안에 머물면서 그림을 보는 시간도 제한되기 때문에 미리 공부하고 갈 것을 권한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곳이 라베나인데, ‘세계 모자이크의 수도’로 자칭하는 이 작은 도시에는 최상의 모자이크를 자랑하는 성당, 세례당 등이 즐비하다. 베네치아의 산마르코성당 모자이크들은 조명이 제한돼 잘 볼 수 없었는데, 이곳에선 그 갑갑하던 심정을 확 떨쳐버리고 모자이크의 화려한 진면목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관광안내서에서 권하는 곳을 최대한 다 가보길 권한다.
아시시는 새들에게 설교했다는, 손과 발에 예수와 같이 못박힌 자국이 나타났다는 이적으로 유명한 프란체스코 성인(지금 교황님의 명칭이 이 성인의 이름에서 왔다)이 활동하던 곳이다. 지오토는 물론 치마부에, 마르티니, 로렌체티 등 르네상스의 선구자적 화가들이 총출동해 이곳 성당의 벽을 메우고 있다. 이 성당에서 사정이 허용되는 한 최대한 머물 것과 이 작은 도시를 걸어서 구석구석 다 돌아볼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산지미냐노와 오르비에토를 권한다. 전자는 피렌체에, 후자는 로마에 가까운 작은 마을인데 대단한 문화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그곳에 가보고 머무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두고두고 행복한 기억을 남길 수 있는, 그 자체로 아름다운 곳이다. 19세기 중반까지 수많은 작은 나라가 있었던 이탈리아야말로 시골에 가봐야 그 진수를 느낄 수 있다.
박병원 < 은행연합회장 bahk0924@yahoo.co.kr >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