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1971년 세계의 석유 확인 매장량은 불과 5120억배럴이었다. 이에 비해 석유 수요는 2000년까지 1조7500억배럴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오면서 세계는 공포에 떨었다. 석유파동을 부채질한 에너지 고갈론이 먹혔던 배경이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원유의 확인매장량은 1조6379억배럴(BP 추산)이다. 매장량은 40년 만에 오히려 세 배나 늘었다. 그동안 인류가 사용했던 석유를 보태면 여섯 배쯤 된다. 석유 매장량은 갈수록 증가한다는 기이한 법칙이 성립한다.
특히 베네수엘라의 매장량 변화가 재미있다. 2003년만 해도 매장량이 세계 7위였던 국가다. 지난해에는 세계 1위다. 2008년 오리노코강 유역에서 인류가 10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석유가 묻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의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의 발견은 기술혁신이 낳은 혁명이었다. 새로운 시추공법으로 지하 3000m 아래의 사암층에 묻혀 있는 셰일오일을 발견하면서 미국도 현재 석유매장 10위권 안에 들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석유 메이저들의 관심은 러시아다. 북극을 뒤덮었던 눈과 얼음이 온난화로 녹아내리면서 얼음 속에 묻혀 있던 새로운 원유 매장지역이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석유 메이저들이 확인 매장량을 점검하고 추정하는 단계이지만 베네수엘라와 사우디아라비아의 매장량을 능가한다는 평가다. 이게 사실로 확인되면 엄청난 에너지 혁명을 초래할 수 있다. 지구 온난화가 낳은 큰 축복이 러시아에 몰리는 분위기다. 현재 러시아는 카라해, 렙티브해, 동시베리아해, 축치해 등 북극해를 둘러싼 만과 해협에 주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린란드와 북극의 자원채굴 규칙을 정하는 주도권도 쥐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럽권의 제재가 강화되고 있지만 오히려 푸틴의 기분이 좋은 것도 바로 북극해 원유 때문이라고 이코노미스트지는 분석하고 있다.
며칠 전 러시아 최대 석유기업인 로스네프트가 미국 엑슨모빌과 카라해 부근 일대에서 첫 유전 시추를 하기로 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이 지역에 5000억달러가 투자되고 3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는 북극항로 등 물류의 효율화와 해저자원 개발 등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재앙으로 몰아붙이고 환경적 위기를 떠드는 사이 이익을 챙기는 국가와 기업은 따로 있다. 새로운 에너지 혁명시대다. 북극 유전에 한국도 하루바삐 한 발을 걸쳐야 할 때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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