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시총 순위 '지각변동'…호텔신라·아모레퍼시픽 '약진'

입력 2014-08-21 14:32
수정 2014-08-21 15:22
[ 권민경 기자 ]

올 들어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대기업들의 시가총액 판도가 급격히 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관련 수혜주들의 부상과 업종별 2등 주자의 반란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오는 10월 기업공개(IPO) 시장의 대어 삼성SDS가 상장하게 되면 시총 순위가 또 한번 흔들릴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 호텔신라 무서운 신분상승…어디까지 오를까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과 전날 기준으로 코스피 시총 상위 100위권 기업을 비교한 결과 단 4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자리바꿈 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포스코는 각각 1,2,4위를 유지했고 DGB금융지주는 98위를 지켰다.

이들을 빼고는 판도가 완전히 뒤바뀐 가운데 가장 크게 신분상승한 곳은 호텔신라다. 지난해 말 85위(2조6100억 원)에 불과했던 순위가 52위(5조2200억 원)까지 33계단 뛰어올랐다. 아모레퍼시픽도 45위(5조8458억 원)에서 21위(12조3347억 원)로 24계단 상승했다.

두 기업 모두 통 크게 지갑을 연 중국인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면서 주가도 고공행진한 결과다.

호텔신라는 연일 신고가를 경신해 13만 원대로 올라섰고 아모레퍼시픽은 200만 원을 뚫어 롯데제과, 롯데칠성과 함께 황제주로 등극했다.

이날 IBK투자증권은 호텔신라가 중국인 소비 확대에 따른 수혜를 지속적으로 입을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13만 원에서 16만 원으로 올렸다.

이선애 연구원은 "중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입국자 수 증가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호텔신라의 관광객당 매출과 매장 면적당 매출이 모두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주가가 조정없이 계속 상승했지만 내국인 면세 한도 확대 등 정책적 호재와 해외 확장 가능성을 감안하면 상한과 하한선이 함께 고성장하는 몇 안되는 회사"라고 평가했다.

지배구조 개편 이슈와 맞물린 현대글로비스, SK C&C 순위 상승도 두드러졌다. 각각 28위(8조6625억 원)에서 22위(12조2437억 원), 38위(6조7500억 원)에서 24위(10조9000억 원)로 뛰었다.

지난 19일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합병하며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서막을 알린 현대위아도 53위(4조8887억 원)에서 46위(5조7892억 원)로 상승했다.

대우증권은 76위(2조9076억 원)에서 65위(3조7080억 원)로 11계단 상승해 증권업 대장주 삼성증권을 밀어냈다. 삼성증권은 시총 규모는 늘었지만 순위는 66위에서 67위로 한 계단 떨어졌다.

지난해까지 100위권 밖에 있던 LG이노텍과 현대산업은 각각 114위(1조6883억 원)에서 73위(3조2305억 원)로, 112위(1조7489억 원)에서 75위(3조1322억 원)로 껑충 뛰어올랐다.

◆ 엔씨소프트, 날개없는 추락…하반기 개선될까

실적부진에 시달린 종목들의 경우 시총 순위가 크게 미끄러지며 업종별 1위 자리도 빼앗겼다.

게임주 대표주자였던 엔씨소프트는 지난해말 48위(5조4458억 원)에서 올해 72위(3조2893억 원)로 가장 큰 하락세를 보였다.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컴투스, 게임빌, 선데이토즈 등이 모바일 게임 인기를 바탕으로 시총을 무섭게 불려간 것과 달리 엔씨소프트는 과거 PC게임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시장 기대를 밑도는 해외 성적도 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다.

이종원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시장 환경이 치열해지고 있고 블레이드&소울 초기 트래픽 감소분을 감안할 때 시장 눈높이를 좀 더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진단?다.

지난 1분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삼성중공업은 조선주 1위 자리를 현대중공업에 내줬다. 시총 순위 27위(8조7848억 원)에서 44위(6조0951억 원)로 내려앉았다.

다만 삼성중공업은 2분기 흑자전환한 데 반해 현대중공업은 1조원이 넘는 손실을 내 시총 순위는 역시 13위(19조5320억 원)에서 25위(10조5640억 원)로 떨어졌다.

투자업계에서는 오는 10월~11월 사이 삼성SDS가 상장하게 되면 시총 순위에 다시 한번 지각변동이 일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장외거래시장에서 삼성SDS는 1주당 27만3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발행 주식수는 7738만주로 단순 곱하기만해도 21조2795억 원이 된다.

지난해 말 실적 기준으로 삼성SDS와 동종업계 경쟁업체인 SK C&C의 주가수익비율(PER)은 35.7배, 포스코ICT는 40배.

삼성SDS의 지난해 순이익에 두 기업 PER 평균인 37배를 곱하면 예상 시가총액은 약 12조 원 가량이다.

이에 따라 투자업계에서는 삼성SDS 시가총액을 12~13조 원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올해 상반기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진데다 IBM, 액센츄어 같은 글로벌 업체들과 비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어 시총이 이보다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시총 규모를 12조 원으로만 잡아도 단숨에 코스피 시총 20위 권에 진입할 수 있어 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현재 아모레퍼시픽,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 하나금융지주 등이 12조 원대 시총으로 17위에서 21위 사이에 포진하고 있다.

김준섭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삼성SDS 상장으로 시스템통합(SI) 사업에 대한 재평가가 나타날 것"이라며 "이렇게 될 경우 SK C&C 등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잇다"고 내다봤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10월께 삼성SDS 상장이 시총 변화에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며 "특히 SDS 상장 이후 그루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재부각되며 흥미로운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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