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토신 개발신탁 독과점 지위 탐내는 것일 수도
경영권 확보까지 '첩첩산중'...MK전자와 경영권 분쟁서 불리
신생 GP 문제...공동 GP 구성키로
이 기사는 08월08일(11:1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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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R이 편법 논란에 휩싸이면서까지 한국토지신탁 경영권을 인수하려고 하는 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KKR은 프런티어인베스트라 는 신생 운용사를 내세우고 정작 자신은 프런티어가 조성할 사모펀드의 출자자로 들어가는 구조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신생 운용사가 인수 주체라는 단점을 덮기 위해 한화인베스트먼트를 공동 펀드 운용사로 끌어들이기까지 했다. 비싼 값에 명함을 빌려오는 셈 이다. 인수 대상 지분(7월2일 보고 기준 31.79%)를 아이스텀파트너스로부터 인수하더라도 현 1대 주주인 MK전자측과 치열 한 경영권 분쟁을 벌여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KKR의 행보는 의문점 투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치 올라가는 한토신
한국토지신탁의 지배 구조는 MK전자계열(리딩밸류유한회사와 MK인베스트)이 37.56%를 보유해 1대 주주다. KKR에 지분을 매각하 려는 아이스텀 지분율은 31.79%에 불과하다. 최근 KKR측이 한토신 자사주를 3% 가량 인수했지만 이를 더하더라도 35%를 넘지 못한다. KKR은 아이스텀 지분을 전량 인수한다고 해도 2대 주주로서 MK전자와 경영권 분쟁을 벌여야 한다는 얘기다.
KKR과 같은 글로벌 사모펀드들은 공개 경쟁 입찰로 진행되는 M&A 거래도 피할 정도로 소리소문없이 움직이는 것을 선호한다. KKR의 ‘바이아웃(경영권을 사고 파는 전략에 특화된 펀드)’ 펀드는 상장사 투자도 기피할 정도다. 주가가 출렁일 경우 인수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KKR의 한토신 인수는 그간 KKR의 행보와 여러 측면에서 어긋나 있다. 상장사인 데다 경영권 분쟁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토신 주가는 급등세를 연출하고 있다. 올 3월까지 1800원대 를 벗어나지 못했던 한토신 주가는 7일 2500원을 돌파했다.
KKR의 행보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한국토지신탁의 가치가 매우 높다는 논리다.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먹을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란 얘기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한토신의 가치가 올라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부동산 공지를 개발해 건물을 올리고 수요자에 파는 이른바 개발신탁 시장 분야에선 한토신이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부동산 신탁업 라이선스를 가진 곳이 11개인데 대부분 위험도가 적은 관 리, 처분, 담보 신탁 분야에 치중하며 수수료 인하 경쟁으로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라며 “이에 비해 한토신은 개발신탁 분야에 전문 인력을 다수 확보하면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말 기준 개발신탁 분야의 점유율에서 한토신은 52%를 차지하고 있다. 2위의 점유율은 약 20%에 불과하다.
개발신탁 분야에서 한토신의 이같은 지위는 앞으로도 당분간 유지될 전 망이다. 과거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과 증권사들이 개발신탁 시장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혹은 브릿지론을 주도했었지만 저축은행 사태로 부동산 PF 대출의 위험성이 커지면서 제2금융권과 증권사들은 썰물처럼 개발신탁 시장에서 빠져 나갔다. 한토신이 사실 과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얘기다. MK전자가 아이스텀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며 1대 주주로 올라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논리에도 허점이 존재한다. 한토신의 가치를 낮게 보는 논리도 있어서다. 한토신 지분 인수를 추진했다가 중단한 A 운용사 관계자는 “잠재 부실이 감춰져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토신의 대출 대부분은 아파트 개발 및 분양에 집중돼 있는데 이 부분이 ‘아킬레스건’이라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보통 분양률이 60~70%에 달하면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대출을 하는 게 일반적인데 한토신이 갖고 있는 것들 중엔 80%까지 분양률을 올려야 흑자가 나는 건들도 꽤 많다”며 “겉으로 보면 이익이 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출해 준 자기 돈에서 수수료를 받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 분양까지 가봐야 이익이 날 지, 부실일 지가 결정될 투자들이 많다는 얘기다.
◆내년 정기주총서 표 대결 '접전'
설사 한토신의 가치를 높게 보고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KKR이 넘어야 할 장애물은 말 그대로 ‘첩첩산중’이다. 편법 인수 논란이 불거진 만큼 금융 감독 당국이 대주주 승인 문제나 펀드 등록에서 문제점들을 면밀히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
가장 큰 난관은 대주주 승인이다. 한토신은 부동산 신탁업 라이선스를 갖고 있어 대주주가 변경되면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승인 대상은 펀드엔 운용하는 GP뿐만 아니라 펀드에 출자한 LP 중에서 펀드 운용에 현저한 영향력을 행사(펀드 출자 비중 30% 이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출자자도 포함된다. KKR이 3개의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각각 펀드 출자 비중을 30% 미만으로 나눠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실질상 모두 KKR이라는 것이 알려진 이상 KKR이 대주주 승인 심사를 피해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주주 심사는 두 가지 요건을 맞춰야 한다. 신용 등급 리스크가 없고, 관할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적이 없다는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는 이 부분에 관해선 큰 어려움은 없지만 KKR과 같은 해외 운용사들은 절차가 복잡해질 수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증명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사모펀드들이 기업을 인수한 뒤 해당 기업에 막대한 관리 수수료를 물리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인데 이 중에 KKR이 포함돼 있어서다. 아직 제재 수위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그렇더라도 금융위원회가 요구하는 증명서를 받아오기엔 시기가 좋지 않다는 난점이 있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KKR도 이 점을 우려해 GP가 아닌 LP로 숨으려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론했다.
MK전자와의 경영권 분쟁에서도 승산이 그리 크지는 않다. 한토신은 9명의 등기 임원 가운데 6명이 내년 3월에 임기 만료된다. 표 대결이 불가피해 MK전자와 KKR(지분이 매각 전이라면 아이스텀)과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거나 소액주주들로부터 위임장을 확보하기 위해 전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MK전자가 훨씬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이미 작년 11월에 금융위원회로부터 대주주 적격 심사를 통과해 필요하다면 추가 지분을 확보하는데 나설 수 있다. 8월 초 현재 한토신 이사회는 총 9명(사내 4명, 사외 5명) 가운데 KKR에 지분을 넘기기로 한 아이스텀측이 6명을 확보해 경영권을 쥐고 있다. MK전자는 사내 이사 1명만을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사내 1명, 사외 1명은 LH주택공사에서 파견한 사람들로 곧 임기가 종료된다.
반면, 아이스텀은 작년 4월에 이미 청산 등기를 법원에 낸 상태다. 금융감독원 사모펀드 등록부에서도 빠져 있다. 이는 쉽게 말해 지분 인수 등의 행위를 일절 할 수 없고, 오로지 보유하고 있는 한토신 지분을 매각하는 일 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결국 아이스텀은 이대로 내년 주총까지 가면 MK전자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결국 아이스텀은 자본력이 풍부한 KKR에 지분을 빨리 넘겨 투자금을 회수하고, KKR은 내년 주총까지 시장에서 지분을 매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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