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반대로…野, 세월호합의안 추인 유보

입력 2014-08-19 21:15
수정 2014-08-20 07:58
이완구·박영선 원내대표 최종 담판

여당몫 특검 추천위원 2명, 유가족·野 동의 얻어야
국회 본회의는 못 열어…국감 일정 등 차질 불가피


[ 이정호 / 은정진 기자 ]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위한 여야 협상이 가까스로 타결됐다. 하지만 세월호 유가족들이 협상 내용에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특별법 처리가 막판까지 난항을 겪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19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만나 세월호 특별법과 분리 국정감사 실시 등 쟁점 현안을 논의하고 오후 늦게 합의안을 이끌어냈다. 세월호 사고(4월16일)가 난 지 125일 만이다.

핵심 쟁점이었던 특별검사 추천권과 관련해 상설특검법에 따라 국회 몫 특검후보 추천위원(4명)을 여야가 각각 2인씩 추천하되, 여당 몫 의원 2명은 유가족과 야당의 사전 동의를 받아 추천하도록 하는 데 합의를 봤다. 새누리당이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기존 실정법 체계를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저의 결심과 책임, 권한으로 야당과 유가족에게 특별검사 추천권을 양보했다”며 “배상과 보상 문제도 유가족을 배려하는 의미에서 빨리 논의하자는 박 원내대표의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배상 및 보상 문제는 다음달부터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또 진상조사위원회에서 특검 임명을 두 차례 연장할 것을 요구하면 본회의 의결을 통해 결정하도록 했다. 현재 본회의에 계류 중인 법안 93건과 법제사법위원회에 올라간 43건의 법안 가운데 여야 정책위원회 의장이 이미 합의한 법안은 앞으로 소집할 첫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원내대표 합의 발표 직후 의원총회를 열어 합의안을 박수로 추인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이날 유가족들이 협상 내용에 반대를 표명하면서 추인을 유보했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유가족대책위가 새누리당 측에 가이드라인을 줬는데 요구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특검 추천위원 2명을 여당이 추천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유가족대책위가 여야 합의안을 반대하기로 결정하면서 새정치연합의 여야 합의안 추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 원내대표 회동 직후 열린 새정치연합 의원총회에서는 “여야 합의안을 유가족대책위가 반대할 경우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견해가 다수를 이뤘다. 일부 의원들이 유가족 설득에 나섰지만 유가족들이 사고 진상 규명을 위해선 특검추천권을 야당과 유가족이 가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진통을 겪었다. 유가족 반대로 새정치연합의 합의안 추인이 실패하면 여야 협상도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당장 오는 26일로 예정된 사상 첫 분리 국정감사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물론 주요 민생·경제활성화 법안의 장기 표류가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이번 협상 결과는 야당이 기존 합의를 손바닥 뒤집듯 엎어 놓고 떼쓰듯 요구해 어렵게 도출한 것”이라며 “야당이 또다시 합의를 파기하면 국정운영 파탄과 식물국회에 대한 책임을 모두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은정진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