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度 넘는 보험사기] 의사·교사도 보험사기…적발액 5000억 넘어

입력 2014-08-18 21:33
(1) 나이·직업 불문 확산

보험설계사·병원 직원 등 전문직 가담 급증
자식 불구 만들어 돈 타낸 '인면수심' 일가족


[ 백광엽 기자 ]
보험사기범 금모씨(47·여)는 올초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3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보험사기범이 3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는 것은 드물다. 그런데도 법원이 금씨에게 3년6월형을 선고한 것은 보험금을 타기 위해 자녀들을 다치게 하고 장애인으로 만드는 인면수심의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금씨는 자녀 이름으로 여러 개의 상해보험에 가입한 뒤 전봇대를 들이받아 얘들을 다치게 하는 수법으로 2005년부터 7년 동안 13차례에 걸쳐 5억7000여만원의 보험금을 탔다.

이 과정에서 열네 살짜리 딸은 다리가 마비됐다. 고의 교통사고로 보험금을 받아낸 뒤 퇴원하는 당일에 아파트 3층에서 또 고의 추락사고를 일으켜 딸의 허리를 다치게 했기 때문이다. 치료하지 않으면 영구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사의 말을 무시하고 금씨는 보험금을 더 많이 타기 위해 딸을 방치해 결국 하지마비로 이어졌다.

당시 실형을 받은 것은 금씨만이 아니다. 여동생(38), 금씨 자매의 남편 2명, 금씨의 어머니까지 일가족 5명이 실형을 받았다. 특히 금씨의 어머니 오모씨(70)는 보험사 직원으로 근무한 경력을 악용, 보험사기극을 지휘·감독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족 전체가 보험사기 공모

금씨 사례처럼 보험사기로 먹고 사는 가족 구성원들을 이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에 설치된 정부 합동 보험범죄전담대책반은 김모씨(40·여) 등 일가족 6명이 포함된 보험사기단 15명을 지난 5월 적발했다.

김씨는 2008년부터 오빠 여동생 사촌 남자친구 등 지인을 총동원한 사기극으로 보험사와 근로복지공단에서 30억4400만원을 받았다. 야산에 올라가 미리 준비한 미용용 칼로 보험 가입자의 이마와 뺨을 10㎝가량 찢고, 망치로 코를 골절시킨 뒤 등산 중 넘어진 것처럼 신고하는 등의 수법을 썼다. 보험금을 위해 온 가족이 양심을 파는 세태를 보여준 단면이다.

보험전문가가 낀 범죄가 많은 것도 요즘 보험사기의 특징이다. 의사가 대표적이다. 앞에서 살펴본 김씨 사건에도 정형외과 의사가 가담했다. 등산 중 굴러 척추기기 고정술을 받은 것처럼 서류를 꾸며 비싼 척추장애 보험금을 받아냈다. 병원 원무부장도 허위진단서를 발급해주며 보험사기를 거들었다. 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5년(2008~2012년) 동안 유죄 판결을 받은 보험사기 범죄자 중 6.1%는 의사(3.2%)와 병원 직원(2.9%)이었다.

◆설계사와 교사도 가담

보험에 관한 한 최고 전문가인 보험설계사가 낀 범죄도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계약 내용과 속성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설계사들은 더 지능적인 방식으로 보험금을 가로챈다. 부산지방경찰청이 6월 검거한 보험설계사 출신 노모씨(59)와 친구 김모씨(58)도 그런 사례다. 두 사람은 티눈 제거 수술이나 차량 접촉 사고에도 한 달 이상 입원하는 등의 수법으로 2007년부터 18개 보험사에서 125차례에 걸쳐 총 8억여원을 챙겼다. 승용차 뒷 범퍼가 살짝 부딪친 사고에 67일간 입원한 뒤, 병원을 옮겨 다시 49일간 드러누워 8개 보험사에서 4100만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학생에게 ‘정직’을 가르치는 교사들마저 범죄에 뛰어드는 현실은 보험사기가 위험한 선을 넘어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가짜 입원서류를 만들어 보험사기를 벌인 국·공립학교 교사 7명, 사립학교 교사 4명, 기간제 교사 3명 등 14명을 지난해 적발했다. 경기 1명, 충청 2명, 광주 및 호남 8명, 부산 및 영남 3명 등 전국 교사들이 골고루 연루됐다. 이들은 보험설계사 등과 모의해 상해보험에 집중 가입한 뒤 방학을 이용해 거짓 입원하는 수법으로 2억3000만여원을 챙겼다.

장상용 손해보험협회 부회장은 “자동차 사고를 이용한 ‘나이롱 환자’ 수준을 넘어 장기보험 화재보험 등을 매개로 한 지능적이고 조직적인 보험 범죄가 늘어나 도(度)를 넘어섰다는 느낌”이라며 “물질 만능주의에 빠진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낯 뜨겁고 씁쓸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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