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너마저"…먹구름 짙어지는 유로존 경제

입력 2014-08-12 21:46
수정 2014-08-13 03:47
OECD "獨 경기선행지수 5개월째 하락"…산업생산·수출도 둔화

러 제재로 타격…금융시장선 '독일 조정론' 솔솔


[ 김보라 기자 ]
‘유럽 경제의 기관차’ 독일이 심상치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1일(현지시간) “독일의 경기선행지수가 5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며 독일 경제가 앞으로 수개월간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올해 2분기 독일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0.1%(연율기준) 감소해 2년 만에 역(逆)성장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남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면서도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던 독일 경제에 제동이 걸리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경제 회복세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러시아 악재 등 성장 모멘텀 상실

OECD에 따르면 독일의 지난 6월 경기선행지수는 100.20으로 5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 지표는 경제활동이 확장세 혹은 둔화세로 바뀌는 전환점을 찾기 위해 만들어진 지표다. OECD는 “휴가철을 맞아 조업 일수가 줄어든 게 주요인이지만 유로존 회복세 둔화도 영향을 미쳤다”며 “독일이 성장 모멘텀을 잃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옌스 바이트만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는 “2분기 성장률이 저조해지면서 유로존 성장 엔진으로서의 독일 경제 역할이 줄어들거나 사라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 6일 발표된 독일의 6월 제조업 수주는 전월보다 3.2% 감소했다. 3년 만의 최대 하락폭이다. 이 밖에 산업생산, 수출, 기업경기 등 최근 나온 각종 경제지표 모두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유로존 경제를 이끌던 독일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주변국에 미칠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유로존은 이미 디플레이션 우려에 휩싸여 있다. 지난달 유로존의 전년 동기 대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4%로 둔화돼 2%인 유럽중앙은행(ECB) 목표치에 한참 못 미치는 상태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유로존 내 저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고 지정학적 리스크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유로존의 저성장 국면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시장 ‘독일 조정론’ 솔솔

금융시장에선 ‘독일 조정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러시아 악재가 가장 큰 이유다. 유럽연합(EU)은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피격사건 이후 미국의 대(對)러시아 경제제재에 동참했고, 제조업 강국 독일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독일 전자회사 지멘스는 최근 한 달 사이 주가가 7.5% 빠졌다. 스포츠용품 제조업체 아디다스 주가는 20% 폭락했다. 대기업 주가가 동반 급락하면서 독일 증시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CNBC는 독일 증시 DAX지수가 9000선이 곧 무너져 올 들어 최저치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11일 DAX지수는 9180.40으로 마감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EU통계청인 유로스타트가 14일 발표할 유로존의 2분기 GDP 증가율에 쏠려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분기 이탈리아 경제는 -0.2%, 프랑스는 0.1% 성장에 그치는 등 유로존 3대 경제국이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ECB의 추가 경기부양 압력이 더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랄프 솔빈 코메르츠방크 이코노미스트는 “그나마 스페인 경제가 2분기 0.6% 성장해 5년 만에 처음 독일 성장률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유로존 문제의 중심축이 남부에서 북부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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