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형 선도업체가 서비스산업 경쟁력 좌우
베트남 쌀국수 세계화됐지만 운영 기업은 모두 외국계
태국 프랜차이즈 'MK레스토랑', 국내외 400여개 점포 운영
식자재 수출만 100억弗 넘어
[ 박준동 기자 ] 포 호아(Pho Hoa)는 국내에 들어와 있는 글로벌 베트남 쌀국수 체인점이다. 한국 미국 등 세계 7개국에 70여개 매장을 두고 있으며 베트남 쌀국수로는 세계 최대 체인이다. 하지만 포 호아가 베트남 기업이 아니라 미국계 기업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포 메인(Pho Mein)과 포 베이(Pho Bay) 역시 베트남 기업이 아니다. 두 곳은 모두 한국인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기업이다.
베트남 기업이 베트남 쌀국수 등 자국 음식으로 기업화에 성공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포 24라는 현지 프랜차이즈 업체가 있었지만, 필리핀의 졸리비(Jollibee)에 인수됐다. 현재 베트남 외식시장은 졸리비 버거킹 KFC 롯데리아 등 외국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태국은 베트남과 정반대 사례다. 자국의 MK레스토랑과 마이너푸드그룹(Minor Food Group) 등이 외식시장을 지켜내고 있다. 태국식 샤부샤부라 할 수 있는 ‘수끼’가 주 메뉴인 MK레스토랑은 30%대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태국 내 380여개 점포와 함께 해외에도 40여개의 점포를 갖고 있다. 지난해 5000억원의 매출에 91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피자 커피 등 서구형 외식사업을 하고 있는 마이너푸드그룹은 15개국에서 1500여개의 점포망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5400여억원의 매출과 1000억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렸다.
태국은 MK레스토랑과 마이너푸드그룹 등에 힘입어 지난해 122억달러의 식자재를 외국에 수출했다. 반면 베트남의 식자재 수출은 20억달러에 그쳤다.
이처럼 식자재 수출 규모가 차이 나는 것은 태국의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는 50% 이상의 재료를 본국에서 조달하지만, 자국 프랜차이즈 업체가 없는 베트남은 자국 조달률이 30%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외식산업 육성에서 ‘키스톤 기업(해당 산업의 중심이 되는 선도업체)’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키스톤 기업의 중요성은 영화 등 문화산업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영국은 ‘해리 포터’ 등 빅히트 영화의 원작을 많이 생산한 문화 강국이지만 정작 영화시장은 미국 할리우드에 거의 다 내줬다. 지난해 영국의 자국영화 점유율은 21.5%에 불과하다.
영화 관련기업이 중소 제작업체 중심으로 돼 있다 보니 우수한 콘텐츠를 제작해도 배급력이 떨어져 더 많은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없는 구조다.
대만은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영화 강국이었다. 하지만 대규모 자본을 투자해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만드는 기업이나 위험을 감수하며 영화 제작에 나서는 대기업이 없다 보니 영화산업이 급속히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대만의 자국영화 점유율은 10%대 후반에 그쳤다.
반면 한국은 2000년대 들어 CJ 롯데 오리온 등 대기업들이 영화제작과 배급, 극장 인프라 투자에 적극 나서면서 영화시장 개방 이후에도 50% 안팎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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