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그대' 김수현 왜 보나요?…'주식고수' 40대 주부 비결 물으니

입력 2014-08-11 13:46
수정 2014-08-11 18:05
[ 권민경 기자 ]

"별에서 온 그대 인기라고요? 그럼 김수현을 볼 게 아니라..."

평범한 주부라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보며 김수현에 열광한다. 전지현이 입고 나온 옷이나 가방에 눈길을 두기도 한다. 김수현이 전지현을 두고 떠날 때 내 일처럼 아파한다.

"브라질 월드컵이요? 월드컵 하면 아무래도..."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월드컵을 앞두고 우리나라 대표팀의 경기 일정을 확인하기 바쁘다. 월드컵 기간에는 대표팀 경기 결과에 흥분하고 잠 못 이룬다. 메시의 아르헨티나와 전차군단 독일의 전력을 비교하느라 열 올리기도 한다.

'별에서 온 그대'를 보며 이 드라마 제작사 주식을 사고, '브라질 월드컵'이 열리기 전 이 대회 PC 중계권을 가진 업체 주식을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누구나 생각할 법 하지만 아무나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주식투자를 평범한 가정주부가 아무렇지 않게 해낸다. 남편과 아이 뒷바라지를 하면서도 주식으로만 월 600만~900만 원의 수익을 올리면서 말이다.

개인이 사면 떨어지고 팔면 오르는 '머피의 법칙'이 반복되는 박스권 장세에서 주식공부를 해본 적도, 하루 종일 주식투자에 매달리는 것도 아닌 주부의 '특별하지만 특별할 것 없는' 투자이야기는 그래서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

◆ '그날 사서 그날' 파는데…월 수익 600~900만 원

지난 5일 서울 쌍문동 한 까페에서 주부 송모씨(42)를 만났다. 송씨는 삼성증권이 지난 5월 26일부터 7월18일까지 8주 간 1억8000만 원의 상금을 걸고 진행한 '실전투자대회'에 참가해 500만 원 리그에서 251.7%의 수익률로 우승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0.11%와는 비교할 수 없고 이 대회 다른 리그(1억 원, 3000만 원 리그)우승자보다도 월등히 높은 수익률이다. 1억 원 리그에서는 130.84%, 3000만 원 리그에서는 105.9% 수익률을 거둔 참가자가 각각 우승을 거머쥐었다.

송씨가 우연한 계기로 주식투자를 시작한 건 2010년. 햇수로 이제 3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미 지난해부터 월 600~900만 원의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올해는 월 1000만 원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올리는 게 목표다.

"대부분의 종목을 그날 사서 그날 팔아요. 철저한 단기매매죠. 우량주에 중장기로 묻어두는 투자는 저와 맞지 않아요. 어떤 기업의 미래가치나 실적 전망 등을 보고 사는 것이 아니라 그날 오를 만한 종목이 뭔지에 가장 관심을 두고 투자하죠"

전문 투자가들이 들으면 '뜨악' 할 만한 얘기지만 송씨의 투자 방식은 간단명료하다. 하루하루의 목표수익을 정해놓고 이를 달성할 만한 종목을 집중 공략한다. 개장 전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그날 그날의 관심 종목을 정해놓고 장이 시작되면 재빠르게 수급 상황을 확인한 뒤 바로 매수에 들어가는 식이다.

관심 종목을 정하는 방법도 단순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신문과 인터넷 뉴스를 찾아 본다. 경제 기사 뿐 아니라 정치, 연예, 문화 등 다양한 뉴스를 꼼꼼히 보며 최근 화제가 되는 일들이 뭔지, 인기있는 상품이 뭔지, 뜨는 연예인이 누구인지 살펴본다. 뉴스를 보며 역으로 돈의 흐름을 추적하는 것이다.

"예컨대 이런 거예요. 영화 '명량'이 한국영화 사상 최단 기간 속도로 흥행 몰이를 하고 있단 뉴스를 접하면 이 영화 투자배급사인 CJ E&M을 관심 종목으로 설정합니다. 중국 산아제한 정책이 완화됐다는 뉴스를 보면 중국 관련 수혜주를 관심 종목으로 넣어두고요. 장이 열린 뒤 해당 종목에 수급이 들어올 때, 다양한 형태의 저항선을 돌파할 때 등을 확인한 뒤 매수 여부를 판단하는 겁니다"

뉴스는 주로 인터넷이나 HTS를 통해 확인한다. 신문 뉴스의 경우 속도가 한 박자 느린데다 한꺼번에 많은 뉴스를 보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삼성증권 HTS 경우 뉴스 업데이트 속도와 주문처리 속도가 빨라 주로 이용하는 편이다.

◆ 3% 올라도 팔고, 1% 떨어져도 판다…손절매 엄격

송씨는 일단 매수할 때 한 종목에 과감하게 베팅한다. 그가 하루에 투자하는 금액은 2000만 원에서 많게는 3000만 원 가량.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이 금액을 모두 한 종목에 넣는다.

분산투자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보기엔 위험할 수 있는 투자방식이지만 수익을 극대화하기엔 그만큼 효과적이기도 하다.

실전투자대회 기간 동안에도 한 생명공학 벤처기업에 3000만 원의 금액을 쏟아부어 하루에 30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그날 사서 그날 파는데다 한 종목에 집중 투자하다보니 매도 타이밍을 잡는 게 수익 달성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송씨가 정한 규칙은 '오를 때 3%, 떨어질 때 1%'다. 설사 같은 종목을 여러번 사고 파는 일이 있어도 이 규칙만은 지키려고 노력한다.

"CJ E&M을 샀다고 가정하면 이 종목이 3% 올랐을 때도 팔고, 1% 떨어졌을 때도 가차없이 파는 겁니다. 매도 버튼을 2초만 늦게 눌러도 50만 원, 100만 원 차이 날 때가 있죠. 가격보다 중요한 게 타이밍입니다. 조금만 더 버티면 좀 더 올라갈 것 같은데 하는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 절대 눈 돌리지 않는 종목?…정치 테마주 "관심 없어"

송씨의 투자 이력에 흠이 없는 건 아니다. 올해 들어와 부쩍 수익률이 좋다졌다곤 하지만 한 때는 하루에 수백 만 원을 손해본 적도 있다. 2010년 한참 대선 테마주 열풍이 불 때 무작정 300만 원을 따라 넣었다가 하루에 200만 원을 잃었다.

"테마주가 급상승 하길래 나도 들어가서 수익을 올려봐야겠다 하고 도전했지만 씁쓸한 실패만 맛봤죠. 그래서 요즘도 정치 테마주에는 눈을 돌리지 않습니다. 그 때 이후에는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수익을 내는데 의미를 두죠. 주식 투자로 처음 수익을 얻었을 때 30만 원 이었고 50만 원, 100만 원으로 점점 수익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송씨는 요즘 체계적인 주식 공부를 해볼까 고민 중이다. 지금까진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수익을 내는데 성공했지만 투자 방식을 다양하게 습득할 필요가 있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가정주부라서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순 없어도 관련 책을 찾아 읽고 인터넷 상에 올라오는 정보도 더 많이 알아갈 계획이다.

하지만 송씨는 남들이 좋다하는 투자방식이 반드시 나에게 맞으리란 법은 없다는 걸 잊지 않는다.

"단순히 누가 좋다고 해서, 이런 방식으로 해보라고 해서 하는 건 좋지 않죠. 다른 사람에겐 좋은 방식도 내게 맞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어서 주식 투자에 뛰어들어야 하고, 일단 하게 되면 나만의 투자 방식을 찾는게 중요하죠.

주식투자를 하고 싶지만 쉽게 엄두 내지 못하는 주부들에게 송씨가 건네는 조언은 한 가지다.

"중장기로 할 때는 공부를 많이 해야겠지만 소액으로 처음 시작할때는 '신문'만 잘 봐도 손해는 보지 않을 수 있어요. '홈쇼핑'을 볼 때도 요즘 뭐가 잘 팔리는 지 알아두면 충분히 수익을 올리는 데 활용할 수 있죠. 가장 중요한 건 '잃어도 크게 상관없는 돈'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겁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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