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브라운·알렉산더 맥퀸·돌체앤가바나·토리버치…천주교·중세서 영감 얻어
[ 김선주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14~18일)을 계기로 ‘교황 열풍’이 불고 있다. 교보문고에서는 지난달 교황에 관련한 서적 판매가 지난해 7월에 비해 12배 늘었다. 한국은행은 교황의 방한을 맞아 기념주화를 발행한다. 광화문에는 교황을 보기 위해 100여만명이 모일 것이라고 한다. 패션가에서도 종교적 색채가 강한 옷이 주목받고 있다. 명품업체들도 성직자들의 의상을 연상케 하는 패션 아이템을 꽤 내놓았다.
톰 브라운은 지난 2월 뉴욕패션위크에서 천주교를 새롭게 해석한 올해 가을·겨울(F/W)여성복 컬렉션을 선보였다. 톰 브라운은 미국 디자이너 톰 브라운이 2003년 만든 의류·잡화 브랜드다. 톰 브라운의 컬렉션에는 사제들의 평상복인 수단(soutane)처럼 온몸을 가린 긴 옷이 다양하게 등장했다.
수단은 성직자의 지위에 따라 색깔이 다른데 교황은 흰색, 추기경은 붉은색, 주교는 진홍색, 사제는 검은색을 입는다. 사제들의 외출복인 클러지 셔츠에 달린 로만칼라도 응용했다. 모델들에게 미사포를 접목한 모자를 씌우기도 했다. 모델들은 사슬 형태 줄에 매달린 십자가를 목에 걸거나 허리에 둘렀다. 고위 성직자들이 즐겨 입는 짧은 망토인 모제타에서 영감을 받은 의상도 선보였다. 붉은 벨벳으로 만든 모제타는 교황의 상징이다. 전임자인 베네딕토 16세는 즐겨 입었으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직 착용한 적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신 앞부분을 여미지 않는 형태의 어깨 망토가 달린 특수 수단을 입는다. 이 수단은 주교급 이상 고위 성직자만 입을 수 있다.
톰 브라운은 무대도 성당을 연상케 하는 경건하면서도 묵직한 분위기로 연출했다. 붉은색 벨벳으로 덮인 무대 양 옆에는 긴 촛대를 세웠다. 초청 인사들은 무대 한 쪽에 마련한 긴 나무 의자에 앉혔다. 무대 뒤편에는 나무 십자가를 걸었다. 10여명의 남성 모델은 사제복 같은 의상을 입고 무대 양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이들은 얼굴을 미사포로 가린 채 기도하는 듯한 몸짓을 취했다.
알렉산더 맥퀸은 모델들의 머리 모양을 쥐세토처럼 꾸몄다. 마치 쥐세토를 쓴 것처럼 두피에 착 붙는 헤어스타일을 선보였다. 쥐세토란 ‘빵떡 모자’로 불리는 사제용 반구형 머리 덮개다. 교황은 흰색, 추기경은 붉은색, 주교는 진홍색, 신부는 검은색 쥐세토를 쓴다.
컬렉션 전반을 관통한 주제는 ‘동화’였지만 망토, 과장된 칼라 등으로 종교적인 느낌도 가미했다. 오색 빛깔의 깃털이 모자이크된 듯한 코트, 별 모티브의 화려한 자수 장식, 큼지막한 리본 장식 등을 적용해 기괴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알렉산더 맥퀸은 영국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이 1992년 출시한 브랜드다.
토리버치와 돌체앤가바나도 천주교가 중심이었던 중세 시대 기사복을 떠올리게 하는 컬렉션을 발표했다. 토리버치는 금속 소재에 위빙, 퀼트, 프린팅 직물 등을 혼용했다. 16세기 서적에서 착안해 독특한 말 안장 문양을 적용하기도 했다. 돌체앤가바나는 갑옷을 연상케 하는 스타일을 잇따라 선보여 화려하면서도 강인한 느낌을 전달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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