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청호나이스
시장 선도 제품 줄줄이
얼음 정수기·습도조절 청정기 등
새 카테고리 제품 개발 앞장
커피정수기 한달새 2300대 판매
서비스 개선으로 제2 도약
年 매출의 7% 가량 R&D 투자
방문판매원은 量보단 質로 승부
[ 안재광 기자 ]
‘이과수 정수기’로 유명한 청호나이스는 지난해 5월 ‘창사 20주년 행사’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었다. 본사 직원들과 방문판매원 등 5000여명이 모인 자리에 정휘동 청호나이스 회장이 나타났다. 많은 사람 앞에 좀처럼 서지 않는 정 회장이었다. 하지만 그는 기념사를 낭독하거나 비전을 선포하는 ‘통상적인 일’은 하지 않았다. 대신 단상에 올라 당시 신제품이었던 미니 얼음정수기 ‘티니’에 대한 제품설명(PT)을 했다.
엔지니어 출신인 정 회장이 새로운 기술과 신제품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 제품은 현재 월 1만대가량 팔리는 청호나이스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최고 기술 ‘자부심’
1993년 설립된 청호나이스는 ‘기술 중심’의 종합 생활가전 기업이다. 작년 매출이 3117억원으로, 2조원에 육박하는 선두업체 코웨이에 크게 뒤지는 2위이지만 ‘기술만큼은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회사다. 창업주인 정 회장의 영향이 크다.
청호나이스를 창업하기 전 정 회장은 ‘물 전문 엔지니어’로 살았다. 1988년 미국 로욜라대학원 재학 때 한국인 최초로 미국 수질관리사(CWS-V) 자격을 취득했다. 이후 미국 환경기업인 바이오유나잇에서 정수기 부문 수석 엔지니어로 일했다.
한국에 돌아온 것은 웅진그룹이 정수기 사업에 뛰어들면서부터다. 1991년부터 1993년까지 2년간 웅진코웨이(현 코웨이) 연구소장으로 일하며 정수기 개발을 주도했다.
웅진코웨이에서 나와 청호나이스를 설립한 뒤에도 정 회장은 제품 개발에 깊숙이 관여했다. ‘기술이 우선’이란 정 회장의 생각은 회사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을 줄줄이 내놓았다.
대표적인 상품이 2004년 내놓은 ‘얼음 나오는 정수기’다. 지금은 정수기에서 얼음이 나오는 게 흔하지만 당시만 해도 냉수와 온수 정도만 따로 나와도 ‘프리미엄 제품’으로 분류되던 시절이었다. 시장에서는 혁신적인 제품으로 받아들였다. 최근 유행하는 ‘복합 기능 정수기’의 효시가 된 상품이다.
청호나이스는 2009년 ‘냉각기 하나로 냉수와 제빙을 동시에 가능하게 만든 기술’로 제품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인 ‘이과수 얼음정수기 플러스’를 내놨다. 또 하나의 혁신이었다. 싱크대 위에 놓고 쓸 정도로 크기를 줄인 이 제품은 최근 정수기 업계의 트렌드인 ‘크기가 작으면서도 여러 기능을 갖춘 제품’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이후로도 공기청정기 앞면에 물을 흘려보내 공기정화 기능을 더하고 습도조절까지 되는 ‘폭포청정기’, 정수기의 냉기를 활용해 와인을 보관할 수 있는 ‘와인셀러정수기’ 등 새로운 카테고리 제품들을 줄줄이 내놨다.
○영업·서비스 개선 ‘박차’
청호나이스는 연매출의 7%가량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붓고 있다. 연구소 인력만 80여명이다. ‘기업혁신대회 대통령상’(대한상공회의소 주최)을 비롯해 14년 연속 ‘신기술 혁신상’(한국표준협회), 5년 연속 대한민국 명품선정(한국능률협회컨설팅), 글로벌 고객만족도 6년 연속 1위(일본능률컨설팅협회) 등 여러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기술력을 대내외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런 청호나이스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분이 영업이다. 정수기나 비데 연수기 공기청정기 등 생활가전의 주요 유통경로는 방문판매인데, 방문판매원 숫자가 3000여명으로 코웨이(1만2000여명)의 3분의 1 수준이다. 업계에서 “청호 제품은 좋은데 영업력이 뒷받침되고 있지 않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청호나이스는 영업력을 보강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방문판매원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예컨대 고객 불만이 가장 큰 ‘방문 불이행’이 발생하면 방문판매원은 반드시 교육에 참가하도록 했다. 3회 이상 방문을 불이행하면 퇴사 처분까지 내린다. 조직 규모를 늘리는 것보다는 서비스 질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해서다.
○“올해 매출 4000억원 목표”
청호나이스는 지난달 정수기와 캡슐커피머신을 합친 ‘커피얼음정수기’를 내놓았다. ‘휘카페’란 이름의 이 제품은 기존 커피머신이 물맛을 놓치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물맛은 청호나이스의 전문 분야다. 커피만 괜찮은 것을 쓰면 최고의 커피머신을 만들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캡슐커피는 이탈리아 커피 전문 브랜드 ‘에스프레소 이탈리아’ 것을 썼다.
최병준 청호나이스 환경기술연구소장은 “물속에 경도성분이 많으면 칼슘과 마그네슘 함유량이 높아 커피의 쓴맛이 강하게 나고, 잔류염소 성분이 있으면 특유의 냄새 탓에 커피향이 희석된다”며 “휘카페에 들어간 정수기는 역삼투압 방식으로 이들 성분을 거의 제거하기 때문에 커피맛이 좋다”고 설명했다.
5년간 개발 끝에 나온 ‘휘카페’는 출시 한 달 만에 2300대가 팔렸다. 월 렌털료가 5만원을 넘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초기 판매량으론 괜찮은 기록이다. 일반 가정뿐 아니라 커피판매점이나 기업, 개인사업자들이 많이 찾았다.
청호나이스는 이 제품 출시를 계기로 ‘기술과 영업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 중이다. 기존 플래너와는 별도로 ‘휘카페 전담판매원’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들은 정수기 기술뿐 아니라 커피 교육까지 받고 기업 고객만 상대할 예정이다. 이석호 청호나이스 사장은 “올해 휘카페 판매 등에 힘입어 4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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