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 카페
경찰·검찰, 상호 협력 안해
자원 낭비되고 목표달성 실패
CEO도 명확한 공동목표 공유
부서간 이기주의 철폐해야
세월호 참사 책임의 정점으로 지목, 두 달 넘게 지명수배됐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변사체로 발견됐다. 사실 세월호 참사의 핵심은 선박 침몰의 직접적인 원인 규명과 단 한 명의 인명도 구조하지 못한 시스템적 문제 파악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핵심 사안은 등한시한 채 유 전 회장 체포에 총력을 쏟았다. 경찰에게는 1계급 특진을, 일반인에게는 5억원의 현상금을 걸었다. 검·경합동수사본부가 꾸려졌고 검사 15명과 검찰 인력 110명, 전담 경찰관 2600명 등 연인원 145만명의 검·경이 수색과 검문검색에 투입됐다. 동원 가능한 모든 자원이 가용된 것이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번번이 그를 놓쳤고 마침내 주검으로 돌아왔다. 사고에 대한 책임 추궁은 물론 손해배상 등의 법적 책임도 따지기 어렵게 됐다. 모든 자원을 동원했지만 결국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인력 투입에도 그를 체포하지 못한 원인이 드러났다. 검찰과 경찰이 서로 협조하지 않고 헛발질만 했던 것이다. 각 기관이 자신의 공명심만을 위해 움직였다. 정보 공유는 이뤄지지 않았고, 현장에도 제각각 출동해 작전을 펼쳤다. 동원된 엄청난 자원은 쓸모없게 됐고 목표는 수포로 돌아갔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기업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서도 실행 조직 간에 협력이 안돼 자원만 낭비되고 목표는 달성되지 않는 경우가 없을까.
이런 상황을 경영에서는 ‘사일로 효과’라고 부른다. 곡물이나 가축 사료를 저장하기 위한 길쭉한 형태의 저장고의 이름을 딴 사일로효과는 다른 부서와 소통하지 않고 자기 부서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부서 간 이기주의가 팽배한 현상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조직 전체의 목표보다 자기 부서의 실적과 이익에 몰두한다. 그러다 보니 다른 부서와의 의사소통은 이뤄지지 않고, 결과적으로 조직 전체의 경쟁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사일로효과가 갖는 근본적인 병폐지만 적지 않은 조직에서 이런 현상은 발생한다. 어떻게 해야 이런 현상이 줄어들까.
무엇보다도 공동목표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왜 우리 조직이 존재하는지, 무엇을 추구하는지에 대한 목적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1960년대 초반 우주개발 경쟁에서 소련은 유인우주선 발사로 미국을 앞섰다. 미항공우주국 NASA는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을 두고 부서 간 책임을 떠넘기는 사일로효과가 팽배했다. 이에 당시 미국 대통령 케네디는 질책 대신 명확한 공동의 목표를 정의하고 이를 NASA에 심어 주었다. ‘10년 안에 우리는 인간을 달에 보낸 후 안전하게 귀환시킨다’는 목표였다. 명확한 공동 목표를 공유한 NASA의 모든 부서는 매시간 협력했고 결국 세계 최초로 인간을 달에 보낼 수가 있었다.
두 번째는 상탁하부정(上濁下不淨)의 원리를 적용해야 한다. 먼저 최고경영자가 소통과 신뢰를 중시하고 이를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모든 직원들에게 소통하는 리더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소통과 협력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다. 조직에서 가장 소통이 안되고 이기적인 계층은 임원이다. 임원 간 상호 협력을 하지 않으면서 부서 간 협력을 요구할 수는 없다. 이들의 소통과 협력을 우선해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
세 번째는 직무 프로세스 반영과 평가다. 부서 직무기술서를 작성해 어느 부서가 우리 부서의 내부 공급자며, 어느 부서가 내부 고객인지를 명확하게 기술해 전 부서원에게 인지시킨다. 그런 다음 해당 내부 고객부서가 우리 부서의 서비스 제공 정도를 평가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상호교류가 필요할 때는 특정 직원에 대한 소통과 협조 여부를 상호평가하게 한다. 이를 통해 우리 부서 이외의 직원에 대한 협력 주체로서의 인식을 깨우치게 하는 것이다. 업무 프로세스에서 누가 협조자고 고객인지 인식시키고 그것을 평가함으로써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세월호 참사의 본질과 거리가 먼 곳에 엄청난 자원을 허비하고도 정부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검찰과 경찰은 목표 달성의 기본 요소인 소통과 협력을 하지 않았다. 공동의 목표는 명확하게 공유되지 않았고, 국정최고책임자를 포함한 고위관료들은 소통과 협력을 솔선수범하지 않았다. 거기에 직무상 소통과 협력에 대한 프로세스는 정의되지 않았고 평가도 없었다. 그러하니 지금 상황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하면 과언일까.
박기찬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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