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저축銀 살리기'에 뿔난 캐피털·카드社

입력 2014-08-06 22:41
금융당국, 캐피털社 신용대출 등 제한
"밥그릇까지 뺏나…형평성 고려를" 반발


[ 이지훈 기자 ]
정부의 ‘저축은행 살리기’가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덕분에 저축은행은 지난 4~6월 중 6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내는 등 경영상태가 호전되고 있다. 하지만 카드·캐피털·대부업체 등 경쟁 업계는 ‘저축은행 몰아주기’라며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저축銀 6년 만에 첫 분기 흑자

금융감독원은 87개 저축은행의 2013회계연도(2013년 7월~2014년 6월) 실적을 잠정 결산한 결과, 당기순손실이 전년(1조1051억원)보다 60% 가까이 줄어든 4483억원으로 집계됐다고 6일 발표했다.

지난 4~6월에는 23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분기 기준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연체율은 17.9%로 전년 동기보다 3.4%포인트 낮아졌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은 9.95%에서 14.42%로 상승했다. 적자 저축은행 수도 54곳에서 35곳으로 줄었다.

2011년부터 실시된 구조조정으로 저축은행 수는 2010년 말 105개에서 지난 6월 말 87개로 18개 줄었다. 자산규모도 86조8000억원에서 36조8000억원으로 57.6%(50조원) 감소했다.

저축은행 경영실적이 다소나마 호전된 것은 정부가 지난해부터 펀드판매 및 정책자금 취급을 허용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저축은행 살리기에 나선 덕분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 살리기 정책은 올 들어서도 계속돼 정부는 조만간 관계형 금융 활성화를 위해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을 완화하고 영업점 설치 기준을 완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캐피털사 등 일제히 반발

정부의 저축은행 살리기 정책에 대해 캐피털·카드사·대부업체 등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저축은행을 일방적으로 밀어주다 보니 자신들의 업무영역이 축소됐다는 이유에서다.

캐피털업계는 저축은행이 소매금융을 전담하도록 하고 자신들은 기업금융만 전담하도록 한 정부 조치가 부당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캐피털사가 취급할 수 있는 가계신용대출이 총자산의 20%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개인에 대한 할부나 리스·신용대출 등은 겸영업무로 분류됐다.

앞으로 겸영업무 비율 제한 등의 조치가 뒤따를 경우 오토론 등 소매금융 비중이 높은 캐피털사는 존립 근거가 흔들릴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카드업계는 정부가 저축은행에 ‘소상공인 대상 맞춤형 상품’을 허용한 것에 대해 불만이 많다. 이 상품은 카드대금이 지급될 때까지 급전이 필요한 소상공인에게 대출해 주는 상품이다. 이를 취급하려면 카드 가맹점 매출정보가 필요하다. 정부는 매출정보를 저축은행에 제공토록 카드사에 권고했다. 카드업계는 정보유출 위험이 커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부업체는 7일부터 고객신용정보를 은행연합회에 넘기도록 한 조치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자신들의 고객정보가 저축은행 등에 넘어갈 경우 고객이 이탈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저축은행 등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앞세워 대부업체 고객을 빼앗아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각 업종의 특성을 살려 나가면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저축은행이 영업력을 회복해 건전한 서민금융기관으로서 금융중개 기능을 제고할 수 있도록 경영정상화를 적극 지원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쟁 업종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 살리기를 계속하겠다는 의미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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