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는 38년 만에 빠른 ‘여름 추석’에도 불구하고 올 추석 제수용 과일과 선물세트 가격이 안정세를 보일 전망이라며 제품 가격을 전년 수준으로 동결한다고 4일 밝혔다.
이마트가 애초 너무 이른 추석으로 상품성 좋은 과일들이 많지 않아 과일값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올 추석 과일값 안정세를 낙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추석이 빠른 만큼 ‘농사달력’인 음력 날짜가 지난해보다 열 하루나 빨랐다. 그러나 개화 시기는 이보다도 더 앞선 12~14일 전에 이뤄졌다. 오히려 지난해보다 2~3일의 생육 시간이 더 생긴 셈이다.
올 추석 과일 선물세트 물량은 추석을 2주 가량 앞둔 8월 25일부터 매장에 나온다. 지난해 음력 날짜(8월 1일)를 기준 삼아 환산하면 9월 5일이 된다. 빠른 추석이 부담스럽지 않은 이유다. 시간 잇점을 타고 올해 사과 배의 모든 작업 과정도 2주 가량 이르게 진행됐다.
이마트의 경우 협력사와 협의를 통해 가지를 자르거나 솎아내고 제초를 하는 등의 모든 작업을 지난해보다 2주 가량 앞당겨 벌였다. 또 혹시 모를 기후 변동에 대비해 과일을 빨리 크게 자라게 하는 적과량을 지난해 대비 20% 가량 늘리고 작업 횟수도 한 차례 더 늘렸다. 솎아내는 양을 늘리면 남아있는 과실에만 영양을 몰아줘 출하시기까지 크기를 키울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둘째, 여름 날씨도 선선한 편이다. 생육과 당도에 영향을 미치는 밤 기온이 크게 높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는 과수 크기에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주말 동안 적당히 내린 비로 제수 과일 출하 지역 가뭄도 해소돼 큰 이상 기후가 없다면 올 추석 생산 작황은 무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추석 직후부터 올 ‘여름 추석’을 대비해 협력사와 여러 차례 미팅을 벌이고 재배 농가를 직접 방문해 수확 시기와 물량을 파악하는 등 치밀한 준비를 해왔다.
우선 입체적인 물량 관리를 위해 사전예약 판매 비중을 확대했다. 사전예약으로 판매되는 선물세트는 상품이 매장에서 팔리는 것이 아니라 물류센터에서 배송지(예약판매 배송기간 8.25~9.5)로 직접 배달되기 때문에 이마트 입장에서는 물량 출고 채널을 분산시킬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과일이 나무에 매달려 더 익을 수 있는 시간을 3~10일 가량 더 벌 수 있는 것이다.
사전예약 판매 비중을 늘리기 위해 기존 사전예약판매 매출 목표를 기존 전체 선물세트 매출의 10%에서 20%까지 늘리고 할인율도 20~30%까지 높였다.
또한 8월 ‘열대야’ 등 만일의 변수에 대비하기 위해 일교차가 커 생육이 촉진될 가능성이 더 높은 400m 이상 고지대(전북 장수) 사과 출하 물량을 지난해 30%에서 올해 40~50%까지 늘리는 등 만전을 기했다.
한편 이마트는 실질적으로 품질 좋은 명절 제수.선물용 과일이 온라인 쇼핑몰이나 홈쇼핑 채널보다는 대형마트에서 판매가 이뤄진다는 것을 감안해 올해도 원활한 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9월 12일로 빠른 추석이었던 2011년의 경우에도 초기에 선물세트 과일 가격 상승이 우려됐었지만 산지 직거래 등을 통해 전년과 비슷한 가격에 선보이며, 전년 대비 매출 32%(사과), 45%(배)로 큰 폭의 성장을 한 경험이 있다.
지난해 추석(9월 19일) 역시 봄 냉해로 가격 인상 우려가 컸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가격이 10% 가량 떨어진 덕분에 매출이 사과는 5%, 배는 15%까지 매출이 상승하는 등 안정적인 가격세와 판매 호조를 보인 바 있다.
최성재 이마트 식품본부장은 "추석 선물세트 매출 비중 가운데 30% 가량이 과일일 정도로 중요한 만큼 올 추석 기후 변동 등 다양한 변수에 대비해 철저한 품질 관리를 해왔다"며 "8~9월 태풍 등 기상 이변만 없다면 지난해 수준의 가격과 뛰어난 품질의 명절 과일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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