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원래 가진 이름보다 다른 이름으로 더 유명한 것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면 영화 '사랑과 영혼'도 원래 이름은 '고스트(Ghost)'이다. 뭐, 영화 내용을 보면 왜 'Ghost'인지 알게 되지만, 한국적인 정서에서 단순히 직역해서 '유령' 정도로 영화 제목을 짓기에는 관객몰이에 다소 부족함이 있다고 느꼈는지 한국 상영 제목은 '사랑과 영혼'이었다. 제목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이 영화를 모르는 중장년층은 거의 없을 것이다. 특히 'Oh~ my love..'로 시작되는 주제가 '언체인드 멜로디(Unchained Melody)'도 덩달아 유명해졌다.</p> <p>영화 말고도 게임에도 이런 게임이 몇 개 있다. 그 중에 '방구차'라는 다소 경박스럽고 입에 담기에 조금 민망한 게임도 그렇다. 이 게임의 원래 이름은 '뉴 랠리-X(New Rally-X)'라는 게임이지만, 원래 제목을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 '방구차'란 이름과 중독성 가진 독특한 배경음악
▲ [방구.. 아니고 가스임.] 이 게임은 '방구차'라는 이름과 함께 독특한 BGM(배경음악)으로도 유명했다. 한 번만 들어도 그 중독성 있는 특유의 사운드가 계속 귓가에 남아 음악만으로 게임을 알 수 있는 게임 중에 하나다.</p> <p>1980년대 영화 중에도 이 사운드가 나오는 영화들이 있는데, 1984년 개봉한 '고래사냥' 이라는 영화에서도 중간에 이 게임의 사운드가 잠깐 흘러 나온다(1편이었는지 2편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p> <p>거창하게 말하자면 이 게임은.. 그 중에서도 이 게임의 독특한 사운드는 1980년대를 관통하는 시대상과 맞닿아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갈팡질팡 어디로 갈지 모르는 그저 현실에서 탈출하고만 싶은 답답한 심정과 자유롭지만 상처받은 이 땅의 젊은 영혼들의 울분을 대변하고 있는 시대상에 이 게임은 무언가 닮은 점이 있다(필자의 억측일 뿐이지만..).
▲ [1980년대 초반 작품] 물론 필자는 1980년대에 늑대나 돼지로 그려지는 공산당과 이승복 어린이 얘기를 눈물 흘리며 배우던 국민학생일 뿐이었지만, 집 근처가 대학교이다 보니 최루탄과 돌덩이는 꽤나 익숙한 아이템이었고 지금도 그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현실의 답답함과 부조리함을 느끼고 울분을 토하는 젊은이들이 많을 것이다.</p> <p>어쨌든 이 '방구차'라고 알려진 '뉴 랠리-X'라는 게임은 1980년 초반을 떠올리면 기억 속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임 중에 하나다. 물론 그 특유의 BGM과 함께.. (한 번 기억해내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반복되는 사운드에 정신이 나갈지도 모른다).
■ 완전 간단한 방식의 게임
이 게임의 원래 이름이 '뉴 랠리-X'라고 했을 때 눈치 챈 분도 있었겠지만, 이 게임은 후속편 격의 게임이다. 이 게임 이전에 당연히 '랠리-X'라는 게임이 있었다. 한국이나 세계적으로 더 잘 알려진 게임은 후속작인 '뉴 랠리-X'라는 게임으로 상대적으로 '랠리-X' 게임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편이다. 게임 내용도 사실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만,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역시나 BGM이다. '뉴 랠리-X'의 특유의 BGM이 전작인 '랠리-X'에는 나오지 않는다.
▲ [전작 – 'Rally-X'] 한국에서는 이 게임이 '방구차'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이 게임에서 자동차가 뿜어내는 것은 '스모크'다.</p> <p>기본적으로 전진(가속 페달을 밟은 상태) 상태로만 진행되며, 멈추거나 감속을 하는 등의 자동차 기본 운용 원칙은 일찌감치 포기한 게임이다. 자동으로 전진만 하는 자동차를 상하좌우 4방향으로만 움직여서 추격해오는 적군(빨간차)을 견제하면서 도로 상에 꽂혀 있는 깃발을 빨리 회수하는 것이 게임의 목적이다.</p> <p>다만, 이 배기가스(스모크)는 무제한으로 맘대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연료를 소비하게 되는데, 전작 '랠리-X'에서는 연료소모가 엄청 심해서 게임이 어려운 편이다. 후속작인 '방구차(New Rally-X)'에서는 연비가 개선된 차량으로 전작보다는 연료소모가 덜하긴 하지만, 주행에 필요한 연료 외에 별도로 연료소모가 된다는 점에서 아무 때나 맘대로 쓸 수 있는 기능이 아닌 것은 마찬가지다.</p> <p>게임 오른쪽에 보이는 지도에 보면 회수해야 하는 깃발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고 적군으로 등장하는 빨간 차들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빠른 코스로 진입해서 깃발을 회수하지 않으면 연료소모라는 시스템 제한적인 요소로 주유 경고등이 들어오기 전에 차가 멈추어 버릴 것이다.
■ 무려 6편이나 시리즈화...스마트폰 게임으로 나와
이 게임이 대박을 터뜨리기 이전에 이미 개발사 '남코(NAMCO)'는 공전의 히트작이 있었다. 지금도 많은 플랫폼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팩맨'이라는 게임이다. '팩맨' 게임은 '방구차'보다 1년 정도 더 먼저 출시되었다. 1980년 5월 22일 일본에서 아케이드용으로 출시했다.</p> <p>사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만 해도 전자오락실이나 비디오 게임이라 불리는 것들은 거의 대부분 '남성용 게임'을 의미했다. '팩맨'의 경우 처음부터 게임의 타겟을 여성 유저로 잡으면서 여성들의 취향을 분석하여 게임 내에 반영했다는 것은 이미 유명한 일화다.
▲ ['Rally-X' MSX버전] '뉴 랠리-X'라는 게임 역시 게임 그런 취향을 노린 게임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한국에서 '방구차'라는 다소 경박스럽고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함부로 입에 올리기에는 민망한 이름으로 불릴 줄 알았겠는가?(뭐,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기는 하지만 함부로 여기저기서 입에 올리기에는 아직도 대중적인 공감대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단어 중에 하나일 것이다). '랠리-X''게임은 그 뒤로도 계속 시리즈화화해 출시되었는데, 무려 6편이나 시리즈화 되면서도 'MSX'버전으로 한계가 있었다. 그 당시 가정용 게임기는 이제 'MSX'에서 'FC(패미컴)'으로 넘어가는 시기이기도 했는데, '랠리-X' 시리즈는 'FC(패미컴)' 버전이 아니라 'MSX' 버전으로만 출시되었다(덕분에 국내 재믹스 유저들은 좋았지만..).
▲ [짝퉁? Rally-X] 그래서 한때 'FC(패미컴)'에는 짝퉁 '랠리-X' 게임이 등장하기도 하였다. 게임 방식은 비슷(사실 똑같다). 하나 색상이나 배경이 조금 다르다. 물론 제작사도 다르다. 게임의 밸런스 또한 엉망으로 원작을 따라가기에는 다소 부족함이 느껴지는 게임이었다.</p> <p>그 뒤에 다시 'FC(패미컴)' 버전으로 출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필자의 경우 'FC(패미컴)'에서 오리지널 작품을 즐겨 본 기억이 없다(그거 아니어도 할 게임들이 워낙 많았던 이유이기도 하지만..).</p> <p>그 뒤로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다양한 기종으로 출시를 하면서 다시 세상에 등장하는데, 스마트폰 게임으로도 출시 된 적이 있다(안드로이드 대응 기종). 또한 'PSP' 게임으로 출시했던 '릿지 레이서'에서는 '뉴 랠리-X' 게임을 미니 게임으로 서비스하기도 하였다. 실제로 필자와 같은 경우는 '뉴 랠리-X' 때문에 '릿지 레이서' 게임을 사기도 하였다.
▲ [안드로이드 버전] 갈수록 게임 개발 비용이 거대화 되고 영화와 같은 비주얼과 장대한 스토리, 대규모의 인력이 투입되고 있는 현재의 게임 개발 시장에서 아직 스마트폰 게임 개발은 소규모의 팀이나 1인 개발자들이 도전해 볼 수 있는 마지막 시장인 것만 같은 느낌도 든다.</p> <p>실제로 '뉴 랠리-X' 정도의 게임은 혼자서도 만들어 볼 수 있는 정도의 게임이다. 물론 처음부터 기획해서 아이디어를 내고 원작만큼의 재미를 줄 수 있는 것까지는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긴 하지만, 이런 게임의 경우 단지 그림을 그리고 프로그램을 짜는 일은 어렵지 않다. 어려운 것은 역시 게임의 재미를 전달 할 수 있는 핵심 소재(내용)가 아닌가 한다. 설마 이 게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너무나 오래 된 게임이어서 아직 이 게임을 즐겨 본 적이 없다면 간단한 게임으로도 전달할 수 있는 재미는 많이 있다고 얘기하고 싶다.</p> <p>'단순함이 최고다(Simple is Best)'라는 식상하고 흔한 얘기가 아니어도 최근에 인기를 얻고 있는 상위권 내의 게임들 중에도 이렇게 간단한 게임들이 꽤 있는 것을 보면 반드시 게임이 어렵고 복잡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 필자의 잡소리
이 게임 하면 또 떠오르는 추억 중에 하나가 있는데, 바로 1980년대에 흔한 풍경이었던 '방역 작업 차량'이다. 동네에 일명 '모기약 차'라 불리던 방역 차량이 소독약을 내 뿜으며 달리면, 그 연기 뒤로 온 동네 아이들이 너도나도 달라 들어 달리던 추억이 있다.
▲ '모기장차'로 방역차. 출처 : 국가기록원 요즘 아이들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솔직히 건강에는 그리 좋을 것 같지는 않다. 그 당시만 해도 과일도 주방 세제로 씻어 먹고 하던 시절이다. 요즘처럼 웰빙이니 슬로우푸드니 하는 말이 없었어도 복잡하지 않고 재미있는 것들이 많던 그 시절에 즐기던 게임 중에 하나가 '뉴 랠리-X'라는 원래의 이름도 잊혀지고 '방구차'로만 기억 되고 있는 명작 게임이다.</p> <p>한경닷컴 게임톡 큐씨보이 객원 기자 gamecus.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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