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CEO - 닉 우드먼 '고프로'창업자
만능 스포츠맨서 사업가로
고교 시절 공부보다 운동 즐겨
대학 졸업 후 온라인 게임업체 창업
닷컴버블 꺼지며 몰락 빈털터리로
서핑 여행서 사업 아이디어 '번쩍'
익스트림 스포츠의 동반자
부모가 투자한 돈으로 다시 창업
4년간 18시간씩 일하며 '분투'
올해 나스닥 상장…주가 급등행진
보유한 주식가치 치솟아 '억만장자'
[ 김순신 기자 ]
지난 6월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 홈페이지에는 카메라를 물고 두 손을 높이 든 젊은 기업가의 모습이 소개됐다. 세계 최대 액션카메라 제조업체 ‘고프로(GoPro)’를 창업한 닉 우드먼 최고경영자(CEO)다.
고프로가 6월26일 나스닥에 상장되자 주가는 연일 치솟았다. 공모가 24달러로 시작한 주가는 7월28일 현재 43.25달러에 달한다. 한 달 사이 80% 넘게 오른 것이다. 하반기 들어 고프로가 증권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자 회사의 성공을 이끈 우드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호사가들은 그를 서핑 취미에서 착안해 만든 기업 하나로 일확천금을 거머쥔 괴짜 CEO로 평가한다. 하지만 그는 스타트업의 본산 실리콘밸리에서 실패를 맛봤고, 놓칠 수 있는 아이디어를 10년 넘게 연구해 현실로 만든 승부사다.
하고 싶은 것을 해라
올해 39세인 우드먼은 실리콘밸리 근처의 작은 마을인 캘리포니아주 샌마테오시 애서턴에서 태어났다. 투자은행에 근무했던 그의 아버지는 우드먼도 은행가가 되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는 책보다는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다. 성적은 B학점 정도로 높지 않았지만 개의치 않고 스키 등 좋아하는 운동을 즐겼다. 그는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행복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통해 성공할 자신이 있었다.
고등학교 재학 중 앞으로 평생을 함께할 서핑을 접하게 된다. 우드먼은 “서핑으로 큰 파도를 넘어설 때 전에 경험하지 못한 성취감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그가 선택한 대학 역시 언제나 서핑을 즐길 수 있는 바다 근처의 UC샌디에이고였다. 그는 “부모님은 나의 선택에 크게 반대했다”며 “하지만 내가 서핑에 대한 열정을 꺾었다면 지금의 고프로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을 졸업한 우드먼은 2000년 친구들과 온라인 게임업체 펀버그를 창업했다. 온라인 기업에 대한 투자 열풍을 타고 그는 손쉽게 벤처캐피털을 통해 390만달러에 달하는 거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자리를 잡아가던 펀버그는 위기를 맞는다. 고평가됐던 인터넷 기업들의 가치 거품이 터져 버린 것. 닷컴 버블 붕괴가 한창이던 2002년 다른 온라인 업체처럼 그의 사업도 실패했다.
무일푼이 된 그는 미래에 대해 고민했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새로운 사업 구상을 위해 그는 서핑 여행을 떠나기로 하고 호주에서 인도네시아 발리까지 서핑 명소를 찾아 5개월간의 여행을 떠난다.
빈털터리 서퍼가 억만장자로
인도네시아 해변에서 서핑하던 중 그는 아쉬움을 느꼈다. 거대한 파도를 뛰어넘는 순간을 영원히 기록하고 싶었던 것. 기존 카메라의 거대한 본체는 타인의 도움 없이는 찰나의 순간을 기록하기 어려웠다. 그는 35㎜ 필름 카메라를 고무줄로 손바닥에 고정해 사진을 촬영해봤다. 사진의 구도와 화질은 대만족이었다. 지난해 전 세계 액션카메라 시장의 95%를 장악한 고프로 신화의 시작이었다.
우드먼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생애 마지막일지도 모를 서핑 모습과 장소를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에 착용할 수 있는 카메라를 떠올렸다”며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프로가 찍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고프로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2002년 고프로를 창업한 뒤 그는 사업의 성공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 한 번 실패한 그에게 선뜻 돈을 대주는 사람은 없었다. 자신의 재산 3만달러와 부모가 투자한 23만5000달러가 사업 밑천의 전부였다. 펀버그를 창업할 때에 비해 10분의 1이 채 안 되는 사업 자금은 그의 현실을 나타냈다. 그는 “고프로를 창업한 뒤 4년간 하루에 18시간씩 일했다”며 “또다시 실패할 수는 없었다”고 회고했다.
노력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2004년 일본 기업에 스포츠쇼용으로 100대를 납품한 것을 시작으로 매출은 매년 두 배 정도 커졌다. 지난해 고프로의 매출은 전년 대비 87% 증가한 9억860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키 스카이다이빙 산악자전거 등 익스트림 스포츠의 사진과 영상을 생동감 있게 찍을 수 있는 카메라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스카이다이버 펠릭스 바움가르트너가 2012년 고도 39㎞의 성층권에서 인류 최초로 초음속 자유 낙하에 성공하는 기록을 세우는 모습을 찍은 것 역시 고프로다. 고프로 사용자들이 올리는 영상들은 유튜브를 통해 퍼져나갔다. 현재 고프로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200만명이 넘는다.
선풍적인 고프로의 인기에 투자는 이어졌다. 2011년 리버우드캐피털 등이 8800만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2012년에는 대만의 휴대폰 제조기업 폭스콘이 2억달러 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그가 갖고 있던 주식 45%의 가치는 13억달러로 평가됐다. 사업에 실패한 서퍼가 10년 만에 억만장자 사업가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경쟁으로 인한 위기 올 수도
일각에서는 승승장구하는 고프로의 향후 성장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구글 애플 등 대기업들이 액션카메라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데다 소니 등 주요 카메라 제조업체도 본격적으로 액션카메라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레그 그레치 밸리캐피털 투자전략가는 “스마트폰 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액션카메라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며 “고프로는 단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드먼은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액션카메라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다수 기업이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고프로 역시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우드먼은 영상 콘텐츠 유통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려 하고 있다. 우드먼은 지난 6월 토니 베이츠 전 스카이프 CEO를 이사회 의장으로 영입했다. 베이츠 의장은 “고프로는 놀라운 제품과 매력적인 콘텐츠로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었다”며 “유통 분야에서 역시 성공 가도를 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