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직전 中企에 대출?…속타는 은행

입력 2014-07-31 21:26
금감원 '관계형 금융' 강화 압박 논란

동반성장 빌미로 투자 요구

은행 "리스크 관리 불가능
무조건 지원하라니…" 난감


[ 박신영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금융권 보신주의’를 질타한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선진 관계형 금융’이라며 ‘부도’ 직전의 중소기업에까지 대출과 지분 투자에 나설 것을 압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은행들은 원리금 상환 능력도 검증되지 않았는데 무작정 돈을 빌려주라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실적 점검하겠다’며 대출 압박

금감원은 최근 ‘은행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지원을 위한 관계형금융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 검사 시 관계형 금융 실적을 살펴볼 것”이라며 은행들을 압박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제조·정보통신기술 중소법인 △은행과 거래기간 3년 이상 △업력 3년 이상 △신용 9~11등급 등의 조건에 해당하는 곳과 협약을 맺고 대출, 지분투자, 경영컨설팅 등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전담조직을 만들고 서둘러 대상 기업을 정해 10월부터 시작하라는 당부다. 국민·우리·신한·하나·외환·농협·기업·대구·부산은행 등의 참여가 결정됐다.

은행들은 특히 신용 9~11등급 조항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금감원의 15개 등급 분류 기준상의 9~11등급은 거래은행에서도 신규 대출이 힘든 기업들이다. A은행 관계자는 “9~11등급의 상당수는 ‘부도’ 위기에 몰려 은행이 회생절차 여부를 검토해야 하는 수준이라 대출 즉시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충당금·지분가치 평가 등 난제

관계형 금융에서 장려하는 지분투자도 넘어야 할 걸림돌이 많다. 9~11등급은 대부분 영세 비상장사여서 주식이나 채권의 시장가격이 형성돼 있지 않다. 은행으로선 분기 실적 때마다 비용을 들여 투자지분의 가치를 재평가해야 한다.

B은행의 여신담당 부행장은 “가이드라인은 지원기업이 부실에 빠져도 은행 내부에서 면책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며 “부실기업을 무조건 지원하라는 뜻으로 읽혀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목표치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은행별로 비교한다고 하니 서로 비슷하게 맞추는 수밖에 없다”며 난처해했다.

전문가들은 취지는 이해하지만 과도한 압박은 무리수라고 지적한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관계형 금융 외에도 기술금융 창조금융 등의 이름으로 무조건적인 자금지원을 압박하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며 “정책목적 달성과 시장건전성 유지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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