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협회, 식약처 건의 "제조판매업자가 책임지게 하자"
'소비자 알 권리' 침해 비판도…이달 중 법 개정 여부 결정
[ 이준혁 기자 ] 정부가 화장품 포장지에 표기해온 제조업체 이름과 주소를 삭제하는 화장품법 개정안을 검토하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화장품협회(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대표)는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화장품 포장의 기재·표시사항과 관련, ‘제조업자’를 빼고 ‘제조판매업자’만 표기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를 개정해달라고 건의했다. 원래 ‘제조원’과 ‘판매원’으로 구분돼 있던 것을 2012년 화장품협회 건의로 ‘제조업자’와 ‘제조판매업자’로 바꾼 데 이어 이번에는 ‘제조업자’를 아예 빼는 쪽으로 법 개정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화장품협회가 건의한 내용의 취지는 ‘제조판매업자가 원료 품질 관리에 대한 책임을 모두 지게 하자’는 것이다. 제조판매업자는 화장품을 수입하거나, 직접 제조하거나, 다른 생산업체로부터 납품받는 등에 관계없이 최종적으로 유통·판매하는 업체를 말한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자체 브랜드를 갖고 있는 대부분의 업체가 이에 해당한다.
반면 제조업자는 화장품을 생산(제조)하는 업체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업체, 제조자개발생산(ODM)업체들이다. 한국콜마나 코스맥스처럼 규모가 큰 기업도 있지만 대부분은 중소기업이다. 현재 식약처에 등록된 화장품 제조업체는 968개에 달한다.
화장품협회가 제조업자 표기를 빼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일부 대형 제조업체의 인지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군소 화장품브랜드 제품이라 하더라도 ‘믿을 만한 제조업체’가 만든 화장품이면 믿고 사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 화장품브랜드 업체라 하더라도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 OEM업체가 위탁생산한 제품은 거들떠보지 않는 소비자도 생겼다.
문제는 제조업자 표기를 삭제하면 누가 생산한 것인지를 알 수 없게 돼 ‘소비자의 알 권리’가 침해된다는 사실이다.
화장품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제조업체들이 연구개발을 통해 원료 품질을 높이는 노력을 해왔는데 앞으로 제조업자 표기가 없어지면 유통판매업체들이 원가가 낮은 저품질 원료와 제품을 주문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의약품·건강기능식품 등에서 하는 것처럼 화장품에도 제조업체가 반드시 병행 표기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이채원 식약처 화장품정책과 사무관은 “화장품협회의 건의가 있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제조원에 대한 ‘소비자의 알 권리’가 훼손될 수 있고,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을 위해 제조업자 표기를 유지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도 많아 법을 개정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이달 중 내부 논의를 마무리하고 법 개정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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