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재조달에 2배 자금 몰려
은행 "고수익 노린 위험한 베팅", 보험사 "사업성 충분하다"
영동고속도로 3분의2 교통량만 나와도 7% 수익
이 기사는 07월28일(09:1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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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보험사, 샌님 은행’. 요즘 SOC(사회기반시설) 프로젝트 금융(PF) 시장의 지형을 압축한 표현이다. 1조원대 거래인 제2영동고속도로 리파이낸싱(자금 재조달)을 한화생명, 교보생명, 신한생명 등 보험사들이 은행 경쟁자들을 제친 것을 비롯해 PF 시장을 휩쓸고 있다. 7%대 고수익 시장을 보험사에 내주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MRG(최소수익보장) 제도가 사라진 상황에서 재무적투자자(FI)들이 지나치게 위험을 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보험사들 SOC 시장 휩쓸어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제2영동고속도로 자금 재조달은 투자확약서를 낸 곳들이 대부분 내부 승인을 얻어냄으로써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현대건설 등 건설 회사들이 보유 지분을 팔고, 대출 구조도 새로 짜는 작업으로 교보생명-신한은행이 주선·자문을 맡았다. 자기자본(equity) 모집엔 교보생명 2000억원, 신한은행·신한생명 1800억원을 비롯해 한화생명 1500억원, 동양생명 1000억원 등 6300억원이 몰렸다.
자본금에 후순위대출을 더한 펀드 모집 금액이 53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본금 모집에만 2배가 넘는 돈이 몰린 셈이다. 삼성생명도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미 참가 ‘선수’들이 확정된 터라 삼성이 들어갈 여지는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은 내부 승인 절차가 너무 늦어져 이를 기다리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주주로 참여하는 곳에 우선권이 부여되는 대출 모집 규모는 5300억원이다. 동양생명 등이 2000억원을 배정해달라고 신청했을 정도로 대출하겠다는 곳이 쇄도하고 있다. 자금이 모집되면 다음달 금융약정을 거쳐 9월 최초 인출이 시작된다.
◆7% 고수익 약인가, 독인가
성공적으로 주주 교체가 이뤄지긴 했지만 제2영동고속도로 사업성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보험사들은 교통 체증이 심한 기존 영동고속도로의 대체 노선이라는 점이 장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영동고속도로의 1일 교통량이 7만5000대”라며 “제2영동고속도로는 하루 5만대만 총족시켜도 연 수익률 7%가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입찰에서 떨어진 KDB산업은행, KB국민은행 등 은행들이 보는 견해는 비관적이다. 대형 은행 관계자는 “영동고속도로는 중간에 빠져나갈 수 있는 도시들이 여럿 있어서 교통량을 꾸준히 만들어 낼 수 있었다”며 “이에 비해 제2영동고속도로는 서울에서 강원도까지 거의 원스톱으로 가기 때문에 주말을 제외하고 주중엔 교통량이 적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완행과 직행의 차이에 대해 은행은 완행에 더 점수를 주고 있는 셈이다.
제2영동고속 도로 입찰이 어느 때보다 FI에 불리한 조건으로 진행됐다는 점도 은행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건설사들의 연대 보증 금액인 CDS가 250억원에 불과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보통 리파이낸싱 금액의 10%를 건설사에 떠 안기는 게 관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거래는 금융 기관이 위험을 더 안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은행 관계자는 “출혈 경쟁 이후 가져간 거래는 반드시 뒤탈이 나게 돼 있다”며 "건설사들이 빨리 빠져나가려는 프로젝트를 보험사만 좋게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보험사들은 좋은 기회를 날린 “은행들의 시기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대형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은행이 주도한 2위 컨소시엄과이 써 낸 가격 및 조건과 교보-신한은행 컨소시엄 간 격차가 예상보다 훨씬 적었다”며 “이를 감안하면 은행들도 제2영동고속도로에 눈독을 들였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PF 시장 전문가들은 국내 SOC 금융 시장에 ‘물건’이 사라지면서 자금 공급 과잉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말한다. 의정부, 부산~김해, 용인경전철 등 경전철 3인방이 파산 위기에 몰릴 정도로 교통량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이곳에 FI로 참여한 보험사들은 ‘퇴로’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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