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맨해튼 부동산…고급아파트 석달새 50% '껑충'

입력 2014-07-28 21:08
수정 2014-07-29 04:03
특파원 리포트

구매 상담에 1주일 대기
자금 1년새 21억弗 유입
뉴욕 양도세 전년의 倍 넘어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 뉴욕=이심기 기자 ]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도 노른자위로 손꼽히는 어퍼이스트사이드의 파크애비뉴에 자리잡은 프랑스 유엔대사 관저가 최근 7000만달러에 팔렸다. 방 13개짜리 고급 아파트인 관저는 지난 4월 처음 매물로 나왔을 때 가격이 4800만달러였다. 불과 3개월 만에 50% 넘게 가격이 오른 것이다.

맨해튼에서 주로 최고급 아파트를 중개하는 더글러스 엘리먼 부동산의 재키 테플리즈키는 “뉴욕시만 놓고 보면 부동산 시장은 이미 최고조(full swing) 상태”라며 “매물을 확인하려는 문의가 하루 대여섯 건씩 몰리면서 구매 희망자는 상담을 위해 1주일씩 예약 대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급 아파트는 물론 오피스빌딩 가격도 급등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부동산 전문 사모펀드 사바나는 맨해튼 남쪽 월스트리트 근처 33층 건물을 이달 초 1억7300만달러에 매각했다. 2011년 당시 매입가는 4830만달러. 불과 3년 만에 350% 넘는 수익을 냈다. 부동산 투자회사인 하버그룹인터내셔널도 이달 초 타임스퀘어 인근 오피스빌딩을 2억5000만달러에 매각했다. 조던 슬론 최고경영자(CEO)는 “2010년 1억5000만달러에 이 건물을 샀을 땐 10년 동안 보유할 계획이었으나 시장이 과열되면서 예상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수익률 목표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맨해튼의 제곱피트당 평균 렌트가격도 월 64달러로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71달러에 근접하면서 투자 목적의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리얼캐피털 애널리스틱의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7월부터 올 상반기까지 맨해튼 부동산 시장에 유입된 자금은 21억4000만달러로 전년도 같은 기간의 14억2000만달러보다 50%가량 늘었다. 가격이 오르고, 거래량이 늘면서 뉴욕시 세수도 대폭 증가했다. WSJ에 따르면 뉴욕시가 지난 회계연도에 거둬들인 부동산 양도세 규모는 3억1130만달러로 전년도 1억3820만달러의 배가 훨씬 넘는다.

맨해튼 부동산값을 끌어올리는 데는 외국인도 한몫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주 맨해튼에서 최고가에 팔린 주택은 센트럴파크 근처의 6층짜리 단독주택으로, 아랍에미리트 정부가 유엔대사 관저용으로 매입했다. 7개 침실을 갖춘 이 저택의 거래가격은 2725만달러. 부동산 중개업체들은 중동과 중국, 러시아 등 신흥국 부호들도 고가 주택 매입 행렬에 나서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맨해튼뿐 아니라 퀸스와 브루클린 등에서도 새로운 아파트와 오피스빌딩을 짓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부동산 전문 온라인뉴스 채널인 리얼딜은 뉴욕시에서 지난해 새로 착공한 아파트가 2만2000가구로 전년 대비 4.8% 증가했다고 전했다. 2010년과 비교하면 47% 늘어난 수치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