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新 중견 기업 열전] 1. 형지 ②“아직도 배고프다” 성장 고삐 죄는 형지

입력 2014-07-28 16:38
이 기사는 07월11일(04:1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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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사업과 시너지가 있다면 패션·유통 분야가 아니더라도 인수합병(M&A) 리스트에 올려놓고 있습니다. M&A를 통해 화장품과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드는 방안도 검토중입니다.”(강수호 패션그룹형지 최고재무책임자(CFO·상무)

형지는 최근 2년동안 상장사 2개(에리트베이직·우성I&C)를 비롯해 바우하우스(유통), 에모다(패션), 베트남 C&M공장(의류제조) 등 5개 법인을 잇따라 인수하며 M&A 업계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단기간에 많은 기업을 인수하다보니 M&A 업계에 “패션·유통 매물이 나오면 형지부터 찾아가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가 됐다.

실제 패션그룹형지의 M&A 담당자 책상에는 ‘인수 여부를 검토해달라’는 요청서가 매달 10여건씩 쌓이고 있다. 형지는 M&A업계의 기대(?)대로 또 다른 M&A를 추진하고 있다. M&A를 하지 않고선 ‘2017년까지 그룹의 몸집을 세 배 가량 불린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방향도 잡았다. 인수주체는 에리트베이직과 우성I&C, 인수대상은 패션·유통은 물론 화장품 가구 침구 잡화 신발 레스토랑 등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업종이다.

◆“M&A 통해 화장품, 외식사업 진출”
형지는 계열사별로 서로 상반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그룹의 중심축인 패션그룹형지와 샤트렌의 경영 키워드는 ‘내실 다지기’다. 패션그룹형지의 경우 지난해 잇따른 M&A로 재무안정성이 떨어진 만큼 또 다시 M&A의 주체로 나서긴 힘든 상황이다. 올해 제품 생산량을 대폭 줄여 작년에만 588억원이나 늘어난 재고자산을 최대한 털어낸다는 구상이다. 계획대로 되면 최 회장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패션그룹형지를 상장하거나 재무적 투자자(FI)들의 투자를 받지 않고도 안정적인 재무상태를 되찾을 수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한다.

형지는 2년여 전부터 준비했던 샤트렌 기업공개(IPO) 작업도 당분한 중단키로 했다. 지난해 매출 1245억원에 5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아직 상장할만한 ‘몸 상태’는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샤트렌 상장 여부는 3년 후 재무상태를 점검한 뒤 결정하기로 했다. 샤트렌 역시 최 회장 일가가 100% 지분을 갖고 있다.

반면 M&A를 통해 새 식구가 된 에리트베이직과 우성I&C는 그룹 외형 확장의 선봉에 세우기로 했다. 강 상무는 “에리트베이직과 우성I&C는 상장사인 만큼 좋은 매물만 나오면 자본시장을 통해 언제든 인수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며 “에리트베이직이 보유하고 있는 280억원 안팎의 현금도 M&A 재원으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M&A 타깃은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최우선적으로 보고 있다. 패션·유통 등 기존 사업은 물론 잡화 침구 화장품 등 패션의 ‘사촌’뻘 되는 사업도 인수 대상에 포함된다. 패션의 경우 현재 진출하지 않은 아동복 영캐주얼 브랜드와 핸드백, 구두 업체를 중심으로 쓸만한 매물이 있는 지 탐색하고 있다. 인수 검토 요청이 들어온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잡화 브랜드도 들여다보고 있다. 형지의 사업모델이 ‘프랜차이즈’인 만큼 외식 프랜차이즈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형지가 세운 M&A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아무리 유명한 브랜드라도 인수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형지는 ‘비싸도 좋은 매물만 산다’는 대전제 아래 △브랜드 가치가 훼손된 곳은 인수하지 않는다 △성장성이 있는 곳만 인수한다 △내실이 없는 기업은 들여다 보지 않는다 등의 세부 기준을 마련해뒀다.

김진택 법무팀 부장은 “매달 책상에 쌓이는 10여개 매물중 2~3개 꼴로 M&A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매출 500억~2000억원 수준의 중저가 브랜드가 핵심 타깃”이라고 말했다.

◆바우하우스, 2017년까지 5개로 확대
패션그룹형지는 지난해 5월 서울 장안동에 있는 복합쇼핑몰 바우하우스를 인수하며 패션에 집중됐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쇼핑몰로 넓혔다. 패션에서 출발해 유통 외식 레저 등으로 발을 넓힌 이랜드와 비슷한 모양새다.

이랜드, 모다아울렛 등이 뛰어든 당시 인수전에서 형지는 최고가인 777억원을 써내 15층짜리 바우하우스 건물을 거머쥐었다. 해당 건물은 코스닥 상장사인 코데즈컴바인의 오너 박상돈 회장이 보유하고 있었다. 패션그룹형지가 사들인 건 바우하우스 건물이다. 상표권과 매장 운영권은 최병오 회장의 두 자녀가 각각 지분 50%씩 보유한 ㈜바우하우스가 별도로 매입했다. ㈜바우하우스가 패션그룹형지에 임대료를 주고 건물을 빌린 뒤 쇼핑몰로 임차 운영하는 방식인 셈이다.

형지는 이렇게 인수한 바우하우스를 통해 쇼핑몰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로 했다. 최근에는 부산 사하구에 바우하우스 2호점 착공식을 가졌다. 연면적 1만8000평(지상 18층, 지하 8층) 규모의 빌딩에 패션 외식 영화관 스포츠시설 등을 들여놓을 계획이다. 예상 완공시점은 2017년말. 패션그룹형지가 아닌 최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사재를 털고 대출을 받아 토지매입비 300억원과 공사비 900억원 등 1200억원 가량을 투입할 계획이다.

패션그룹형지가 추진하는 쇼핑몰 사업의 컨셉트는 ‘틈새 아울렛’이다. 롯데 신세계 등 ‘유통 거인’들이 운영하는 ‘프리미엄 아울렛’이나 이랜드가 주도하는 ‘도심형 아울렛’과 정면 승부해선 이기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차별화 포인트는 서민들이 주로 찾는 중저가 브랜드 중심으로 매장을 꾸미는 것이다. 실제 장안동 바우하우스도 이런 컨셉트로 구성됐다.

강 상무는 “바우하우스의 브랜드 파워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 2017년까지 5개 이상 매장을 갖출 계획”며 “빌딩을 직접 소유한 1, 2호점과 달리 3~5호점은 다른 기업이 보유한 빌딩을 빌려 바우하우스 쇼핑몰로 운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캐주얼 등 신사업 추진…해외 진출 가속화
형지의 경쟁력 가운데 하나는 1840개에 달하는 방대한 가두 점포망이다. 크로커다일 레이디 473개, 샤트렌 233개, 올리비아하슬러 233개, 에리트베이직 187개, 라젤로 62개, 아날도바시니 80개, 캐리스노트 77개, 와일드로즈 104개 등이다. 이중 80% 이상은 도로변에 자리잡은 가두점이다. 국내 패션업계에서 이 정도 규모의 가두망을 갖춘 회사는 형지와 세정 뿐이다.
김희범 마케팅본부장은 “형지의 방대한 유통망을 사업에 활용하자는 제안이 곳곳에서 들어온다”며 “공동 마케팅, 판매 대행 등 유통망을 활용한 신사업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패션 브랜드를 선보이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영캐주얼, 아동복, 골프복 등 형지가 진출하지 않은 복종(服種)중 일부는 M&A를 통해 해결하되 나머지는 직접 뛰어들기로 했다. 업계에선 형지가 학생복 업계 1위인 에리트베이직 인수를 통해 확보한 ‘중·고교 고객’을 겨냥해 영캐주얼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형지의 또다른 성장동력인 해외시장 공략도 올 들어 본격화되고 있다. 우성I&C는 최근 중국 쑤저우에 있는 태화백화점에 남성복 브랜드 ‘본’ 1호점을 낸데 이어 대만에도 매장을 낼 계획이다. 캐리스노트를 중국에 데뷔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형지의 대표 브랜드인 크로커다일은 싱가포르 본사가 상표권을 갖고있는 탓에 중국에 들고 나갈 수 없지만, 토종 브랜드인 캐리스노트 상표권은 형지가 온전히 보유하고 있어서다. 형지가 최근 캐리스노트 브랜드를 운영하는 에모다와 우성I&C를 합친 이유 중에는 ‘효율적인 중국시장 공략’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김 부장은 “형지의 해외진출 전략은 중국에 집중돼 있다”며 “조만간 중국 판매를 담당할 현지 유통 파트너를 확정하면 중국시장 공략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오동혁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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