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수혜아파트도 상승
호가 공백으로 거래는 부진
[ 이현일/김병근 기자 ]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저층 재건축 아파트에 이어 수도권 일반 아파트의 호가도 오르고 있다. 특히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이가 크지 않아 세입자의 매수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아파트가 반등을 선도하는 분위기다. 안전진단 완화의 수혜가 예상되는 재건축 초기단계 단지에도 문의가 늘고있다. 그러나 거래 없이 호가만 1000만~2000만원 반등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아직은 분위기 반전을 확정적으로 얘기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세가율 높은 지역 매수문의 늘어
박근혜 정부의 새 경제팀이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상향 조정(8월 1일부터 시행), 2주택자 전세소득 비과세 등의 방안을 내놓은 이후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올리고 있다.
휴가철임에도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은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쌓여 있던 매물이 일부 거래되고 있다. 서울 봉천동 관악드림타운(3544가구) 아파트의 경우 중대형이 팔리기 시작했다. 장기간 쌓여 있던 전용 114㎡ 매물이 최근 들어 7가구 거래됐다. 김석남 드림타운공인 대표는 “중대형 아파트가 더 이상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며 “중소형도 연초에 오른 시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세가율이 높은 서울 성동구에서도 매수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옥수동 우리공인 관계자는 “높은 전셋값에 부담을 느끼는 세입자들이 매매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일부 보이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재건축을 위한 안전진단을 앞두고 있는 곳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정부가 안전진단 통과 문턱을 낮추기로 한 점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 신천동 장미1차 아파트에선 전달에 비해 실수요자의 문의가 20~30% 늘었다고 현지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이 아파트 전용 71㎡의 호가도 이달 들어 2000만원 정도 올라 6억8000만~7억1000만원 선이다. 정밀안전진단을 실시 중인 대치동 한보미도1·2차의 호가도 5000만원 상승했다. 2주 전 14억5000만원에 거래된 전용 126㎡가 현재 15억원을 호가한다.
재건축에 진척이 있는 단지도 오름세다. 이날 조합설립총회가 열린 반포동 주공1단지 호가는 1000만~2000만원 올랐다.
그러나 거래가 뒷받침되지 않은 곳이 상당하다. 서울 개포동 주공1단지 전용 42㎡는 호가가 1000만~2000만원 오르자 거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잠실주공5단지도 호가가 2000만~3000만원 오르자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고 있다.
○“올가을 거래 늘어날 것”
가을 이사철이 되면 거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상당수 전문가는 예상한다. 특히 분양가상한제 탄력 운용,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 국회에 계류된 부동산 규제 완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경우 상승세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하던 디딤돌대출 대상을 1주택자에까지 확대한 조치도 주택시장 수요를 늘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부동산 대책이 시장 전반을 활성화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일부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곽창석 ERA코리아 부동산연구소장은 “수도권에서 중대형 이상 주택을 두 채만 보유하면 종합부동산세 부과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망설인다”며 “시장을 전반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해선 중·고가 주택 시장이 움직일 수 있는 조치를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일/김병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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