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현 기자의 밀착 관찰기 <4>
간밤 꿈에 신성섭 한국경제신문 29초영화제 사무국장(감독)이 나왔다. 그는 꿈에서도 여전히 ‘완벽한 몸매’는 아니었다. 하지만 꽤 날렵한 턱선을 자랑했다. 신 감독이 턱을 내밀면서 뭐라 말하긴 했는데 깨어난 뒤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밝게 웃는 그의 얼굴만이 생생하다.
이번주 내내 신 감독을 직접 보지 못했다. 그는 지난 21일부터 휴가 중이다. 대학 동기와 함께 서울 중림동 한경제신문 본사에서부터 전남 해남군 땅끝마을까지 1주일 동안 걸어간다는 야심찬 계획을 실행 중이다. 지도상 430㎞에 이르는 거리다.
신 감독은 “다이어트를 시작한 뒤 지난 3주 동안 음식을 조절하면서 살을 빼고 있는데 정체기가 왔다”며 “웨이트 트레이닝(근력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8월 전에 유산소 운동으로 살을 많이 빼고 싶다”고 말했다.
24일 전화를 걸었을 때 신 감독은 전북 임실군 도로 위를 걷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에 서울~수원 거리에 해당하는 45㎞를 걷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걸은 지 3일째 되는 날부터 발에 물집이 잡혔다. 그 뒤로는 하루 27㎞가량 걷고 있다. 서울시에서 안양시까지 거리를 하루에 걷는 셈이다.
너무 힘들 때에는 지나가는 차를 얻어타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았다. 요새 같은 세상에 생면부지 ‘산적’ 같은 남자들을 어느 누가 태우겠는가. “감독님, 수염이라도 밀고 가지 그러셨어요.” 뒤늦게 조언을 하는 내 말에 신 감독은 “허허” 하고 웃었다. 차를 잘 얻어타지 못해 걸어야 하니 신 감독의 외모가 살을 빼는 데 도움이 되고 있는 셈이다.
식사는 다이어트를 할 때보다는 많이 먹고 있다고 했다. 몸을 강도 높게 써야 하기 때문에 음식으로 칼로리를 보충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다. 23일 신 감독은 △아침에는 초코파이 △점심에는 해물된장찌개와 공깃밥 △저녁에는 아귀찜을 먹었다. ‘저녁에 아귀찜? 아무리 강행군이라지만 너무 먹은 거 아냐?’라고 생각하는 순간 신 감독이 걱정하지 말라는 투로 말했다. “남자 둘이서 소(小)자 시켜 먹었어요. 남은 양념에 밥을 비벼 먹으려 했는데 식당 아줌마가 실수로 양념을 버려서 밥은 안 먹었어요.” 이런 때는 ‘안 먹었어요’라고 말하기보다는 ‘못 먹었어요’라고 말하는 게 정확한 국어 표현이다. 지적해줄까 하는 생각이 언뜻 들었지만 따지지 않았다. 그냥 “오호, 그래요? 잘하셨네요”라고 말해줬다.
25일 오전 10시4분. 신 감독에게서 문자가 왔다. 매주 금요일 오전 ‘몸무게 인증샷’을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휴가 중에도 지켰다. 주변에 몸무게를 잴 곳이 마땅치 않아 어느 초등학교 보건실 창고에서 체중계를 찾았다고 했다. 체중계가 가리킨 그의 몸무게는 114.25㎏. 한 주 전보다 5.15㎏ 빠졌다. 다시 한 번 몸은 정직하다는 생각을 했다.
▶ 신감독의 50kg 감량 프로젝트 WHY NOT?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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