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BMW "120개국서 연비 부적합 없었는데…" 연비 사후조사에 불만 쏟아낸 수입차업계

입력 2014-07-25 22:25
산업부 "시험차량 다르면 결과 차이 날 수도"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정부 지정 기관인 석유관리원에서 2012년 받은 사전 인증 연비와 작년 사후조사 연비의 차이가 최대 13%나 나왔다.”(윤시오 크라이슬러코리아 전무)

“시험 차량이 다르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차이다.”(김기호 석유관리원 연구팀장)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이 25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개최한 ‘자동차 연비 사후관리 조사 결과 공개토론회’. 지난 6월 최종 부적합 판정을 받은 아우디·폭스바겐·BMW·크라이슬러 등 수입차업체들은 정부의 연비 측정 방식이나 결과에 대해 일제히 불만을 쏟아냈다.

크라이슬러의 그랜드체로키는 2012년 석유관리원 사전심사에서 도심연비 12.9㎞/h를 받았다. 그러나 한국환경공단이 시행한 작년 1차 사후조사에선 11.2㎞/h, 석유관리원의 2차 사후조사에선 11.3㎞/h로 나왔다. 차이가 12~13%에 달했다. 산업부 연비 조사는 환경공단·석유관리원·자동차부품연구원·에너지기술연구원 등 4개 지정 기관이 시행한다.

윤 전무는 “다른 시험기관도 아니고 같은 시험기관에서 이렇게 큰 차이가 나온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석유관리원은 “사전심사에선 업체가 선정한 차로 시험하고 사후조사는 임의로 고른 차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했다.

폭스바겐은 티구안 2.0 TDI가 작년 재조사에서 1차 환경공단 시험은 도심연비 부적합, 2차 석유관리원 시험은 고속도로연비 부적합이 나온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슈텐델 데틀레프 아우디폭스바겐그룹 기술이사는 “똑같은 차량이라도 배터리 충전 상태나 외부 온도, 운전자의 습관 등 사소한 차이가 중첩되면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양한 변수를 제대로 조절했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동석한 수입차 본사 임원들은 한국에서 연비 이슈가 발생한 데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토퍼 라인홀트 BMW 기술이사는 “전 세계 120개국에서 차량을 팔고 있지만 연비 이슈가 불거진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크라이슬러 미국 본사의 에릭 클락 수석엔지니어는 “미국에선 정부가 연비 문제를 다룰 때 자동차업체의 의견을 충분히 듣는데 한국은 그런 과정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산업부의 주먹구구식 행정에 대한 불만을 내비친 것이다.

시민단체도 산업부 재조사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권익센터 국장은 “2002년 산업부가 사후조사를 시작했을 때부터 계속 부적합 차량이 없다가 작년에 갑자기 부적합이 네 개나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런 다양한 불만이 제기됐음에도 산업부와 시험기관들은 조사 절차에 큰 하자가 없으며 구체적인 결과 차이는 조사 대상 차량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주장만 반복했다.

이번 토론회는 수입차업체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큰 관심을 갖고 있던 자리였다. 그러나 내가 산 차와 다른 사람이 산 차가 똑같은 차종임에도 연비가 10% 다르게 나올 수 있다는 정부의 설명이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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