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우리사주 '안전판', 기업복지 날개 단다

입력 2014-07-25 20:32
수정 2014-07-26 04:36
"손실위험 탓 기피되는 우리사주
주가하락에도 원금보장 된다면
근로중산층 복지제도 기능할 것"

박재식 < 한국증권금융 사장 >


지난 20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인천에 있는 중소기업을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사주 의무예탁기간에 주가가 하락하면 그에 따른 손실보전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은 근로자 재산형성과 노사협력 증진을 위해 도입한 우리사주제도 활성화에 큰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중소기업이 코스닥시장에 입성하면 임직원들은 기업공개(IPO) 때 우선 배정받은 우리사주로 소위 ‘대박’을 터뜨리는 사례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증시불황 등으로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줄면서 임직원들이 우리사주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의무예탁기간에 우리사주에서 손실을 본 조합원 비중은 평균 32.4%에 달한다.

정부가 도입하려는 ‘우리사주 손실보전제도’(원금보장형 우리사주제도)는 주가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금융회사와의 사적인 금융계약을 통해 보전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일반투자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하지만 근로자들은 의무예탁기간에 주식을 자유로이 처분할 수 없어 주가가 하락할 때 그 손실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데다 주로 대출금으로 우리사주를 매입하는 상황에서 회사가 구조조정될 경우 실직과 함께 퇴직금 등으로 대출을 갚아야 하는 부담을 감안해야 한다.

시장원리를 통한 손실보전 방식은 1993년 프랑스 화학회사인 롱프랑(Rhone Poulenc)사의 민영화 과정에서 최초로 도입됐다. 당시 롱프랑은 근로자에게 주식을 20% 할인발행하고 최소 5년간 의무보유토록 하는 대신 투자은행인 뱅커스트러스트와의 계약을 통해 의무보유기간 종료 시까지 투자원금을 보장해줬는데, 주가가 상승하면 매매차익의 3분의 1은 투자은행이, 3분의 2는 근로자가 가져가는 방식으로 손실보전 비용을 낮췄다.

한국에선 손실보전을 위한 헤지거래는 투기적 요소를 배제하기 위해 우리사주조합이 금융투자회사가 발행하는 ‘파생결합증권’(관련법에 의거 사전에 정해진 가격에 의해 우리사주의 가치를 보전할 수 있는 권리 등이 표시되는 증권의 일종)을 매입하는 방법이 될 것이 유력하다. 다만 손실보전 비용은 근로자, 회사, 대주주 등이 출연해 조성하는 우리사주조합기금을 통해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는 직접 수혜자로서 비용을 부담해야 겠지만, 회사나 대주주도 우리사주 제도를 통한 생산성 향상을 누리는 간접 수혜자이기 때문이다. 또 근로자나 회사의 비용부담을 최소화해 제도 도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의무예탁기간 중 부가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우리사주 대여제도를 함께 도입해 대여수익을 손실보전거래에 따른 수수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근로자의 자산소득을 유지시키는 등 근로중산층의 경제안전판 역할을 하면서 우리사주 취득 및 장기보유를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이달 말부터 우수 근로자에게 인센티브 형태로 우리사주매수선택권을 30% 할인(종전 20%)해 부여할 수 있게 되는데 이와 함께 시행될 경우 중소기업 및 벤처창업 기업들이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기업 상장 후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 해당 기업 근로자들이 갖는 부담 요인을 없앨 수 있어 상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고, 우리사주를 매개로 다양한 금융상품이 거래되는 신시장이 창출되면 자본시장 활성화에도 일조할 것이다.

우리사주제도는 기업의 성장이익이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근로자들에게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따라서 세부 실행방안이 뒷받침된다면 우리사주제도는 계층 간 소득불균형을 해소하는 순기능을 하면서 고령화시대 기업복지 제도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박재식 < 한국증권금융 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