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을·수원병·수원정 '연대'
동작을 나경원-노회찬 대결…수도권 판세 변화여부 촉각
새누리 "제1 야당 후보 포기, 정당정치 무력화시키는 폐습"
"시너지 효과" vs "보수층 결집"…단일화 놓고 전망은 엇갈려
[ 손성태 기자 ]
7·30 재·보궐선거의 핵심 승부처로 꼽히는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격 사퇴했다. 지난 8일 같은 곳에서 20년 지기인 허동준 전 동작을 지역위원장의 반발 속에 수락회견을 한 지 16일 만에 스스로 물러났다.
수원정(영통)에 출마한 천호선 정의당 대표도 사퇴를 선언했다. 수원병(팔달) 보선에 출마한 이정미 정의당 후보도 사퇴했다.
이로써 동작을은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와 노회찬 정의당 후보 간, 수원병은 김용남 새누리당 후보와 손학규 새정치연합 후보 간, 수원정은 임태희 새누리당 후보와 박광온 새정치연합 후보 간 각각 1 대 1 대결 구도가 만들어졌다. 이 같은 야권 연대가 구체화하면서 재·보선 막판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정치연합, 지도부 책임론
기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제가 중심에 서서 (정치 혁신을) 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제 욕심이고 오만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야권표 분산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 후보가 독주하는 상황에서 야권연대의 명분에 내몰려 결국 후보직을 사퇴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지난 22일 밤 노 후보가 ‘자진 사퇴’를 배수진으로 치고 단일화를 제안한 지 이틀 만이다.
천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노 후보의 고뇌 어린 결단으로 연대의 물꼬가 텄고, 기 후보의 사퇴로 동작을에서 연대가 이뤄졌다”며 “제게 새로운 결단을 요구한 것”이라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결국 ‘주고받기식’ 단일화를 한 모양새가 됐다. 두 당 지도부 간 모종의 ‘빅딜’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주장도 흘러나오고 있다.
단일화를 두고 새정치연합 내에선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질 전망이다. 광주에 출마하려던 기 후보를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동작을로 끌어올려 전략공천을 강행했지만 정작 본선에는 정의당 후보가 올라가고 기 후보는 뜻을 접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선거에 패하면 지도부 교체를 위한 조기 전당대회 개최 주장이 고개를 들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사표(死票) 발생 불가피
단일화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야권에서는 “이제 해볼 만한 판이 짜졌다”고 평가했다. 단일화로 지지층 결집 및 부동층을 끌어내는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다. 반면 선거 승리만을 위한 정치공학적 접근은 ‘야합’이라는 비난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등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찮다.
새누리당은 야권 단일화에 반발했다. 김무성 대표는 “정당이기를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정당 정치를 무력화하는 폐습”이라고 날을 세웠다.
지지율 면에선 동작을과 수원정 모두 새누리당이 앞서지만 결과를 섣불리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앙일보와 엠브레인이 20~23일 동작을 유권자 700명을 대상으로 한 양자 가상 대결에서 나 후보는 44.5%의 지지율로 노 후보(34.4%)를 제쳤다. 수원정은 천 후보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4~9%대의 만만찮은 지지율을 나타났다.
사전투표를 불과 하루 앞둔 후보 단일화는 적잖은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사퇴한 후보 이름까지 적힌 투표용지 인쇄 작업이 끝난 상황이어서 상당수 사표 발생이 불가피하게 됐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