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스포츠 산업강국] 母기업만 쳐다보는 '온실속 화초'…재정 '홀로서기' 수익모델 키워야

입력 2014-07-23 20:50
수정 2014-07-24 05:09
가자! 스포츠 산업강국 (4) 만성적자 프로스포츠 해법은

홍보·마케팅수단서 벗어나
돈 버는 프로구단 변신을

난립한 단체·협회 합쳐
수직적 마케팅 펼쳐야


[ 최만수 기자 ]
“대부분의 시·도 프로축구단은 안정적인 광고 스폰서를 유치하지 못해 적자운영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증자에 참여하려는) 투자자께서는 이 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올해 재창단한 프로축구 K리그의 성남FC가 지난 2월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투자설명서에 실린 내용이다. 성남FC는 전신인 ‘성남일화’ 시절 K리그에서 7회나 우승한 명문구단이지만 구단이 사실상 수익성이 없다는 것을 재창단 시점부터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모기업에 기대 경영노력 소홀

국내 프로스포츠단은 대부분 만성적인 적자구조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규모가 가장 큰 프로야구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두산 베어스를 제외한 나머지 프로야구 구단은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삼성 라이온즈도 매출 430억원에 영업손실 124억원을 냈다. 구단 재정의 60~80%를 차지하는 모기업의 지원금이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프로농구단이나 프로축구단도 마찬가지다. 모기업의 지원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구조다.

1982년 프로야구를 시작으로 태동한 국내 프로스포츠는 초창기 때부터 모기업의 홍보를 주 임무로 삼았다. 모기업 지원 아래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다보니 재정자립 노력은 물론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도 펼치지 않았다. 한 프로야구단 관계자는 “다른 수익모델을 발굴하려고 시도한 적도 있지만 그룹으로부터 ‘벌어봐야 얼마나 벌겠느냐, 이기기나 하라’는 핀잔만 들었다”고 말했다.

미국 프로야구(MLB), 잉글랜드 프로축구(EPL) 등이 국내에 중계방송되면서 스포츠팬들의 눈높이는 한껏 높아졌는데 국내 프로스포츠단의 운영방식은 1980년대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국내 프로스포츠의 취약한 경쟁력은 결국 팬은 물론 스타 선수들의 유출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부터라도 각 구단들이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웨슬리퀘스트의 김정윤 이사는 “세계 프로스포츠는 국경이 무너진 자유무역 상황”이라며 “프로구단을 홍보수단이 아닌 사업모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협회 통합해 수직적 마케팅”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처럼 스포츠시장 규모 자체가 크지 않아 중계권료나 광고 등 수익기반이 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수익모델을 창출한다면 적자 규모를 크게 줄이는 것은 물론 프로스포츠 자체가 시장을 키우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프로야구 보스턴 레드삭스의 관람객 1인당 지출(1경기 기준)은 평균 80달러(약 8만1000원)로 한국 프로야구의 8배에 이른다. 팬들은 경기장에서 팀을 응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맥주나 음료수를 마시고 핫도그 등을 먹으며 관람한다. 경기 전후에 기념품 가게에 들러 모자나 유니폼도 산다. 티켓 외에 관련 상품을 개발하고 마케팅한 결과다.

국내 프로야구단들은 야구장을 수입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처럼 야구장을 저렴하게 장기임대해주면 프로야구팀이 직접 광고를 유치할 수 있고, 식음료나 마스코트 등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목마다 난립한 스포츠단체와 협회를 먼저 통합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스포츠단체들을 하나로 통합해 힘을 한데 모으고 수직적 통합 마케팅을 펼쳐야 프로스포츠가 수익성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 박지성 키워 2년만에 74억원…네덜란드 '축구 비즈니스' 배워라!

한국 축구의 자존심 박지성(33·사진). 무명에 가까웠던 그를 발굴해 세계적인 스타로 키운 주인공은 네덜란드 프로축구단 PSV에인트호번이다. 에인트호번은 2003년 일본 교토퍼플상가에서 박지성을 이적료 0원에 데려와 불과 2년 만에 74억원을 받고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넘겼다.

네덜란드는 스페인, 이탈리아와 달리 외국 선수의 보유제한이 없다. 세계 축구계의 ‘중간무역상’ 네덜란드 축구단들은 이를 적극 활용, 유망주 발굴·육성시스템을 통해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축구깨나 한다는 어린 선수들이 네덜란드로 모이며 유럽 각국의 스카우터들도 네덜란드에서 대어를 낚기 위해 노력한다. 인구 1680만명인 네덜란드가 스포츠 비즈니스의 강자로 자리잡은 비결이다.

프로스포츠가 발달한 국가들은 대부분 탄탄한 유소년 육성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는 전국 고등학교 리그인 ‘고시엔’을 통해 유망주를 공급받는다. 전국적 인기를 누리는 고시엔은 야구인구 확대는 물론 팬 확보, 용품산업 발전으로도 이어진다.

미국도 ‘3월의 광란’으로 불리는 대학농구리그가 프로농구(NBA) 못지않은 인기를 끌면서 팬층을 넓히고 있다.

이용욱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산업과 사무관은 “국내 유소년 스포츠는 입시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선수들이 당장 성적을 내야 하는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며 “프로에 가서도 창조적인 플레이, 재미있는 경기가 나올 수 있도록 ‘즐기는 스포츠’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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