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공룡' 나올까…식은땀 흘리는 은행들

입력 2014-07-22 21:46
수정 2014-07-23 03:49
하나-외환銀 조기통합 추진…합병 땐 점유율 50% 육박
수수료 등 수익 짭짤해…신한銀 등 대책마련 분주


[ 박신영 기자 ] 지난 21일 경기 용인시에 있는 신한은행 연수원에서 열린 ‘2014 하반기 경영전략회의’. 서진원 신한은행장을 비롯해 임원 부서장 등 1100여명은 국민 우리 하나 외환 농협 등 경쟁 은행들의 영업전략을 연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신한은행 고위 간부들이 주목하고 집중적으로 분석한 곳은 외환은행이었다.

외환시장에서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외환은행이 하나은행과 합병하면 그 위치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란 우려가 컸다. 서 행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가 다른 부문에서는 경쟁우위에 있지만 외환시장에서는 좀 더 분발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합병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자 은행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로 인해 예대마진을 통한 이자수익을 올리기 힘들어진 가운데 합병은행이 외환시장에서 독주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하나+외환銀’ 점유율 43%

지난해 한국의 외환시장 규모는 1조6071억4200만달러로 추정된다. 외환 우리 신한 국민 하나 기업 산업 농협은행 등 8개 은행 기준이다. 원화로 1645조6500여억원 규모다.

올 들어선 6월 말까지 누적기준 8070억3100만달러가 거래됐다. 약 826조7000억원 수준이다. 은행들의 수출입금융, 환전, 송금 등의 실적이 포함됐다.

외환시장 최강자는 외환은행이다. 34.3%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24.9%, 신한은행 10.6%, 국민은행 9%, 하나은행이 8.5%로 뒤를 잇고 있다. 외환은행이 하나은행과 합병하면 점유율이 43%에 달한다. 다른 은행들이 긴장하는 이유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연초부터 외환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우는 방법 등을 고민해 왔는데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합병 일정이 당겨질 것으로 예상돼 더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시장은 수수료 확보의 원천

최근 대형 은행들은 외환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보폭을 넓히고 있다. 수익성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만만찮은 수수료 수익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해외로 1만달러를 송금할 때 수수료는 대략 2만원 선이다. 국내 송금 시보다 월등히 높은 수수료율이다. 수출입금융 때 수출신용장통지수수료도 2만원 수준이다.

수수료 수입을 잡을 수 있는 항목도 다양하다. 송금수수료를 비롯해 외화수표매입 수수료, 외화수표추심수수료, 여행자수표판매 수수료, 수출환어음매입취급수수료, 수입화물선취보증서발급수수료 등이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사람들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수료, 원화 송금 수수료 등에 대해선 면제해줘야 한다면서도, 외환 부문에서는 제값을 줘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외환은 은행이 안정적으로 수수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외환시장을 잡으면 저원가성 예금 등과 같은 부수적인 거래가 따라오는 것도 장점이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유치하면 송금수수료뿐만 아니라 월급계좌를 함께 유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수출입금융에서 신용장 개설 등이 여신으로 잡히기 때문에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을 같이 거래하는 기업 중엔 동일인여신한도 기준에 걸리는 사례가 생길 것”이라며 “이 빈틈을 활용해 고객을 유치하려는 은행이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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