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서방 모시기' 공들이는 호주…투자이민제도 완화

입력 2014-07-22 21:34
수정 2014-07-23 03:55
억만장자 유치 나서

펀드·주식·채권상품 출시
2013년 100억호주달러 유치


[ 강영연 기자 ] 호주의 펀드매니저 베릭 윌슨은 ‘백만장자 사냥꾼(Millionaire Hunter)’이라고 불린다. 중국 부자들을 찾아가 투자이민을 권하기 때문이다. 올해만 중국을 세 번 방문했다. 베릭은 “중국인의 호주에 대한 관심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며 “이번주 중국을 다시 방문해 상업용 부동산 투자 펀드에 1억달러(약 1024억원) 이상 모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호주 정부와 금융권이 중국 백만장자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거액 투자이민 제도인 ‘중요투자비자(SIV)’를 새롭게 도입한 이후 중국인이 호주의 주요 투자자로 떠오르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SIV는 500만호주달러(약 48억원) 이상을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할 경우 4년간 호주 거주비자를 부여하는 제도다.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2011년 11월 도입됐다. 지난해 SIV 발급을 신청한 사람 중 91%가 중국인이다. 지난해 1000명 이상의 중국인이 100억호주달러를 투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금융권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호주의 코먼웰스뱅크, 맥쿼리 등은 부동산, 보석, 농업 부문 등에 투자하면서 거주비자도 받을 수 있는 펀드 상품을 60개 이상 내놨다. 미국 최대 로펌인 베이커&맥킨지의 빌 퍼글 변호사는 “비자 하나당 500만호주달러만 투자하면 되지만 중국인은 평균 2000만달러 이상을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부터 캐나다로의 투자이민이 어려워진 것도 호주엔 긍정적이다. 캐나다는 세금 형평성 등에 대한 문제 제기로 현재 투자이민 승인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컨설팅기업 딜로이트의 마크 라이트 이민부문장은 “캐나다 이민프로그램 축소가 호주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당분간 호주의 중국인 투자유치 노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중국시장조사기관인 후룬연구소에 따르면 평균자산 160만달러 이상인 중국 상류층 가운데 64%가 해외로 이주했거나 이주계획을 세우고 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