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양로서비스 고성장
환경·車산업은 정책지원 기대
[ 서정환 기자 ]
“2020년 도쿄올림픽 이후는 ‘암흑시대’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유례없는 인구 급감의 시대가 도래한다.”
일본 내 인구 감소에 대한 경고음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2010년(1억2805만명)을 정점으로 인구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2020년부터 감소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란 분석이다. 일본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지난 19일자)는 ‘2020년 이후 일본 인구 감소의 쇼크’라는 기사에서 2025년 소매업의 침몰과 의료·양로 서비스업의 고성장을 예상했다.
21일 일본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인구는 2010년 1억2805만명에서 감소세를 이어가 2050년 1억명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최악의 시나리오에선 2043년 1억명 선이 무너질 수 있다. 지난 5월 민간 전문가 모임인 일본창성회의는 2040년 20~39세 가임 여성 인구가 2010년의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2040년에는 전국 1741개 지방자치단체의 절반인 896개가 존립이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5일엔 전국 47개 시·도지사로 조직된 일본 전국지사회가 저출산에 따른 ‘지자체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2020년 이후 인구가 급격히 줄면서 일본 내 산업별 지각변동도 예상된다. 다이아몬드가 인용한 일본정책투자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0년을 100으로 할 때 일본의 교육비는 2040년 75까지 떨어진다. 일본의 2차 베이비붐 세대(1971~1974년)가 자녀 양육을 끝내면서 교육비 지출을 점차 줄일 것이란 분석이다. 소비 성향이 낮은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가 증가하면서 외식, 통신, 교통비 지출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의약품과 헬스케어, 주택설비 유지·보수 등은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일본경제연구센터의 2025년 산업별 생산 전망을 보면 소매업의 일본 내 생산은 2010년 이후 15년간 연평균 2%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식료품, 개인서비스, 농림수산업, 전력 등도 영업환경이 크게 나빠질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비해 시장이 확대되는 의료·양로서비스업을 비롯해 정책 지원이 기대되는 환경·통신, 자동차, 차세대 자동차 관련 화학·소재 등은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자동차산업은 2025년 이후엔 일본 수요 감소를 수출이 상쇄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인구 감소로 인한 타격을 우려해 2050년 인구 1억명을 유지한다는 ‘신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하지만 구체적 안이 당장의 일손 부족을 해결하는 수준이라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일본의 인구 분야 일인자로 불리는 마쓰타니 아키히코 정책연구대학원 명예교수는 다이아몬드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인구 감소는 이미 제어불능 상태”라며 “100년간 계속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을 전제로 정책을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