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우아하게 놀아봐~터프하게 즐겨봐~취향따라 즐기는 4色 여행

입력 2014-07-21 07:10
변화하는 여행 4대 트렌드, 여행지 추천 상품은

떠날 마음만 있다면…짝이 없어도 돈 부족해도 괜찮습니다

열심히 일한 김과장·이대리님들! 떠날 땐 화끈하게 떠나야 합니다



서울의 한 회계법인에서 회계사로 일하는 김지연 씨(37·여)는 올 여름 휴가 때 동유럽으로 혼자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20대에 부모님의 결혼 성화를 피해 무턱대고 혼자 일본여행을 떠난 이후 지금은 나홀로 여행의 고수가 됐다. 그동안 혼자 다녀온 여행지만 20여곳에 이를 정도. 김씨는 “혼자 하는 여행은 조용히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고 완벽하게 자유롭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동반자를 따라 가느라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어 효율적이고 현지에서 다른 친구를 사귀기도 쉽다”고 말했다.

경제·사회적 변화로 인해 여행 트렌드도 점차 바뀌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 경제 불안, 치열한 경쟁 체제 등이 주요 원인이다. 특히 여행은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자 삶의 활력소로 작용하는 만큼 다른 요소보다 더 민감하게 진화한다. 트렌드 변화에 따라 여행지도 다양해지고 여행사들도 이를 겨냥해 맞춤형 상품을 내놓고 있다.








늘어나는 1인 여행객…어디로 갈까

홀로 떠나는 여행객은 꾸준히 늘고 있다. 모두투어의 올해 7~8월 모객 자료를 보면 항공권을 동반자 없이 한 장만 산 여행객은 전년 대비 28.5% 증가했다. 인구나 사회관계적인 변화도 이런 추세에 힘을 더하고 있다. 1990년 9.0%였던 1인 가구는 2010년 23.9%에 달했다. 늦은 결혼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1990년 남자의 초혼 연령은 27.8세였으나 2012년에는 32.1세로 크게 늦어졌다. 싱글족이 늘면서 혼자 떠나는 여행객도 많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혼자 떠나는 여행이 처음이라면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현지 언어를 구사할 수 없어도 여행하는 데 별 문제가 없어야 하고, 택시 등 대중 교통수단이 발달한 곳이 좋다. 여성이라면 치안을 고려해야 하는 것은 필수.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유명 대도시는 상대적으로 편히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여행사들이 추천하는 1인 여행지는 홍콩 대만 일본 등이다. 알려진 정보가 많다 보니 노력에 따라 좌충우돌하며 다닐 여지도 적고, 한밤중에는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이 가까이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일본은 가장 초보적인 나홀로 여행의 입문지로 꼽힌다. 길거리 표지판부터 한국인을 위한 식당 메뉴까지 한글로 안내받을 수 있는 곳이 많아 국내 여행처럼 다닐 수 있다. 게다가 세계적인 치안 수준과 현지인의 친절함, 환율의 장점까지 더해지면 매력이 더욱 커진다. 특히 여름에는 평균기온이 23도 정도인 홋카이도가 가장 인기가 높다.

중국이라면 상하이가 기본이다. 중국 여행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면 언어소통이 어렵다는 것. 하지만 상하이는 세계적인 도시라 중국어 한 마디 못하는 여행객도 마음 편히 떠날 수 있고, 영어를 쓰는 사람도 비교적 많아 다른 중국의 도시에 비해 편하다.

일본과 중국 외에 다른 여행지를 찾는다면 대만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중국과 일본의 매력을 동시에 지닌 대만은 중국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사원이나 전통적인 거리가 많아 볼거리가 풍성하고, 독특한 먹거리가 있는 활기찬 야시장도 인기다.

싸게, 그리고 많이 떠난다

# 오는 12월 결혼을 앞두고 허니문을 계획 중인 유하나 씨(29·여)는 필리핀 세부로 떠나기로 했다. 인생에 한 번뿐인 허니문인 만큼 최대한 호사스럽게 다녀와야 한다는 친구들의 의견도 있었으나 결국 사정에 맞춰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 “남자친구와 전세금을 마련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던 만큼 사치스러운 허니문 대신 여러 번에 걸쳐 자주 여행을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비교적 가격 거품이 없거나 예년에 비해 부담이 적은 여행지의 인기가 높다.

이 점을 고려한 여행사의 추천 지역 중 하나는 홍콩이다. 예전에는 가까운 지역이지만 취항 항공사가 여행객 숫자 대비 많지 않고, 현지 호텔의 객실 여유가 없어 비용이 그리 싸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진에어, 이스타항공, 타이항공, 제주항공, 홍콩익스프레스항공 등 저비용 항공사(LCC)가 줄줄이 취항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비용이 상당히 낮아졌다. 또 쇼핑, 음식, 골목 여행, 테마파크, 엔터테인먼트는 물론 자연경관까지 다채로운 게 홍콩의 매력이다. 게다가 7~8월은 홍콩의 메가세일 기간이어서 쇼핑을 즐기는 여행자에겐 제격이다.

‘예술의 섬’으로 불리는 일본 나오시마 상품도 눈여겨볼 만하다. 섬 전체가 예술작품으로 가득 채워진 나오시마는 감성 충전을 위한 최적의 여행지로 인기가 높다. 몇 년 전만 해도 비용이 100만원을 훌쩍 넘는 고급 여행지였으나 최근에는 일본 측 지원금 등이 상품가에 반영되면서 절반 수준에 상품을 내놓은 여행사도 생겼다. 이 밖에 태국 방콕, 필리핀 보라카이나 세부는 최근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현지 물가와 숙소, 항공료가 모두 예년에 비해 낮아졌다. 리조트 수준에 따라 여름 성수기에도 다른 지역보다 20~30% 싸게 다녀올 수 있는 만큼 부담이 덜하다.

소진된 몸과 마음에 휴식을…힐링 여행지

# 정보기술(IT) 시스템 개발자로 6년간 일한 박현준 씨(34)는 최근 회사를 그만두고 평소 소원이었던 세계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반복되는 야근과 주말에도 이어지는 회사 업무는 그의 체력을 완전히 소진시켰다. 잔병치레가 심해 검진을 받으러 간 병원에서 ‘면역력이 형편없이 낮은데 이대로 계속 일하다간 큰일난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퇴사를 결심했다. 박씨는 “야근이 일상화하다 보니 삶과 건강이 모두 망가졌다”며 “지금이라도 자신을 찾기 위해 떠나려고 하지만 평소에 여유를 가질 수 있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골병든 직장인에게 여행은 육체적·정신적 충전을 위해 더없이 귀중한 시간이다. 따라서 온전한 휴식을 위해선 한가롭고 방해를 덜 받는 여행지를 고르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아주 생소한 곳으로 떠나기에는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

여행사들의 추천 지역 중 하나는 베트남 나트랑이다. 국내 여행을 방불케 하는 다른 동남아 지역과 달리 아직 인지도가 낮은 곳이라 한국인 여행객이 적어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오롯이 느끼기에 좋다. 물가가 낮아 상대적으로 적은 경비로 다양한 경험을 즐길 수 있다. 올 여름에는 대한항공 직항 전세기가 운항돼 더욱 편리해졌고, 추석까지 주 4회 증편 운항으로 원하는 스케줄로 갈 수 있다.

티베트는 순수한 영혼의 땅으로 불리는 만큼 사색하기 좋은 곳이다. 티베트의 중심지 라싸는 세계에서 가장 높고 넓은 도시로 풍부한 매력을 지닌 곳이며, 여행을 다니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려는 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달라이 라마가 있는 라싸의 포탈라궁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곳으로 많은 티베트인들이 궁을 향해 오체투지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칭짱열차 개통으로 다른 중국 여행지와 연결되는 것도 매력이다.

라오스의 수도였던 루앙프라방도 각광받고 있다. 최근 여행객이 늘면서 예전 인도가 누린 힐링 여행지의 인기를 루앙프라방이 이어받은 분위기다. 특히 3~4월보다 여름이 더 선선해 휴가지로 제격이며, 800년 고도를 걸으며 아직 때묻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마음이 정화가 된다.

여행과 취미를 동시에 즐긴다

# 강남의 한 은행에 근무하는 이지은 씨(27·여)는 오는 12월 출발하는 호주 골드코스트 항공권을 구입했다. 목적은 오직 하나, 서핑이다. 평소 서핑에 관심이 많아 강원 양양이나 제주 등지로 다니면서 실력을 키워오다 드디어 첫 해외 서핑여행을 떠나려는 것이다. 이씨는 “2008년에 호주를 방문해 처음 서핑을 접한 이후 틈만 나면 서핑을 즐기고 있다”며 “서핑 명소로 유명한 골드코스트에서 그간 갈고 닦은 실력을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여행과 취미 생활이나 문화 활동을 결합한 여행을 원하는 이들이 많다. 여행사도 이런 추세에 따라 관련 상품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하나투어의 ‘팔라우 5일-오픈워터 자격증 취득’ 상품의 경우 수영을 못하거나 다이빙 경험이 전혀 없어도 스쿠버다이빙 자격증 취득이 가능하다. 해외여행도 즐기면서 취미활동을 하려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며, 최근에는 혼자 떠나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여성도 늘어나는 추세다. 팔라우 외에도 오키나와, 세부, 푸껫 등의 지역에서도 해당 상품을 만날 수 있다. 실질적인 항공 지식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상품도 나왔다. 한진관광은 ‘제주 플라이트 아카데미’ 상품을 판매한다.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던 제주 정석비행장에서 교관과 함께 항공기 시뮬레이터 조종을 체험하거나, 운항 승무원 훈련 과정 등을 학습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짜여졌다.

내일투어는 ‘알프스 빙하체험 트레킹 금까기’ 상품을 선보였다. 등산이나 트레킹을 즐기는 이들을 위한 스위스 걷기 여행 상품으로, 생활체육지도사 자격을 소지한 걷기 여행 전문가가 동반한다.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