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미지아니·톤다 메트로
[ 김선주 기자 ]
지미 헨드릭스는 20세기 최고의 록 기타 리스트였다. 그룹 도어스의 리드싱어 짐 모리슨은 천재 싱어송라이터였다. 대표곡 ‘라이트 마이 파이어(Light My Fire)’를 통해 1960년대 미국 젊은이들의 정신적 지주가 된 음유시인이었다.
두 사람은 27세에 요절했다는 점 외에도 공통점이 많았다. 격렬하고 파격적인 무대 매너로 유명했다. 1967년 각각 첫 앨범을 발표한 ‘데뷔 동기’이기도 하다. 몽환적이고 강렬한 사이키델릭 록의 아이콘이란 점도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이들은 패션 감각도 남달랐다. 헨드릭스는 화려한 스타일로 자신을 부각시켰다. 꽃무늬 패턴, 화려한 스카프, 커다란 메달이 달린 목걸이, 술이 달린 재킷 등을 즐겨 입었다. 모리슨의 스타일은 간결했다. 공연장에서는 주로 상의를 입지 않은 채 가죽 스키니 팬츠만 입었다. 옷깃이 없는 화이트 셔츠에 가죽 재킷을 걸치기도 했다. 체크 무늬 셔츠도 종종 입었는데 단추는 거의 채우지 않았다.
이들의 스타일은 많은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줬다. 생 로랑(옛 이브 생 로랑)의 수석 디자이너(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에디 슬리먼도 그중 한 명이다. 슬리먼이 이끄는 생 로랑은 지난달 29일 프랑스 파리 3구의 르 캬호 드 탕플에서 ‘사이키 록스 뉴 라이징(Psych rock’s new rising)’이란 주제로 내년 봄·여름(S/S) 남성복 컬렉션을 발표했다. 여성복도 일부 포함된 유니섹스 컬렉션이었지만 방점은 남성복에 찍었다.
사이키델릭 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밴드 미스틱 브레이브스의 연주를 곁들인 컬렉션이라 록 공연장을 방불케 했다. 전문 모델뿐 아니라 슬리먼이 발탁한 현역 뮤지션들도 모델로 참여했다. 슬리먼은 헨드릭스를 상징하는 19세기풍 군복을 한층 젊고 날렵하게 바꿨다. 재킷 안에 줄무늬 티셔츠를 입혀 경쾌하게 연출하거나 재킷만 입힌 채 스카프를 둘러 퇴폐미를 부각시켰다. 펠트 소재 모자도 조금 더 가늘고 섬세한 선이 돋보이도록 디자인했다.
헨드릭스가 자주 둘렀던 투박한 스카프는 얇고 긴 타이로 바꿨다. 가죽 조끼에 플라워 패턴 블라우스를 입힌 뒤 굵은 헤어밴드를 두르게 한 흑인 모델을 통해 ‘헨드릭스 룩’을 고스란히 재현하기도 했다.
모리슨에게선 가죽 스키니 진을 가져왔다. 모리슨처럼 단추를 풀어헤치거나 재킷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도록 해 야성미와 방랑자적인 느낌을 동시에 살렸다. 사자 갈기처럼 거칠되 적당히 구부러진 모리슨의 장발도 차용했다. 이 외에 플라워, 카모플라주, 스타더스트 등 화려한 패턴을 다양하게 활용했다. 파격적인 문양이 돋보이는 판초, 앞코가 뾰족한 카우보이 부츠도 눈길을 끌었다.
생 로랑은 그동안 록 뮤지션들과 꾸준히 협업해 왔다. 창립자인 이브 생 로랑은 1971년 록그룹 롤링스톤스의 리드싱어 믹 재거의 결혼식 때 신부의 예복으로 화이트 스커트 슈트를 제작했다. 사진 작가이기도 한 슬리먼도 ‘뮤직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록 뮤지션들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그동안 그룹 소닉유스의 킴 고든, 홀의 코트니 러브, 벡의 벡 한센, 걸스의 크리스토퍼 오웬스 등을 촬영했다. 가수는 아니지만 배우 앤젤리나 졸리의 화보도 촬영한 바 있다.
한편 이번 컬렉션에는 아시아권 스타로는 유일하게 가수 지드래곤(GD)이 초대받아 화제가 됐다. 배우 강동원도 지난달 10일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의 제작보고회에서 생 로랑의 스퀘어 프린트 셔츠를 입었다. 지드래곤과 강동원은 생 로랑 마니아로 유명하다.
뉴요커의 경쾌함 손목 위에 올리다
?‘톤다 메트로’는 지난 2월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파르미지아니가 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에서 처음 공개한 컬렉션이다. 여성용인 ‘톤다 메트로폴리탄’, 남성용인 ‘톤다 메트로그라프’ 등 두 개의 라인으로 구성돼 있다. 20~30대 젊은 층도 파르미지아니를 접할 수 있도록 가격을 낮춰 내놓은 실용적인 시계다.
톤다 메트로폴리탄 라인은 모두 원형 스틸 케이스로 만들어졌다. 전체적으로 날렵한 디자인이라 고급스럽고 우아한 느낌이다. 시계 두께를 더 얇게 하려고 새로운 무브먼트(내부 동력장치)인 PF310을 장착했다.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제품도 포함됐다. 레더 스트랩, 스틸 브레이슬릿 두 가지 중 선택할 수 있다. 이 중 레더 스트랩은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와 협력해 특별 제작했다. 스트랩의 양면을 서로 다른 색상으로 처리했다. 카멜 스트랩에 레드 컬러의 테두리, 블랙 스트랩에 화이트 컬러의 테두리, 에토프 스트랩에 그레이 컬러의 테두리를 각각 둘러 색상 조화에도 각별히 신경 썼다. 레더 스트랩 제품을 선택했더라도 스틸 브레이슬릿으로 바꿔 사용할 수 있다.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스틸 브레이슬릿 제품은 1360만원이다.
남성용인 톤다 메트로그라프 라인도 여성용처럼 원형 스틸 케이스로 만들었다. 파르미지아니의 대표 모델인 ‘톤다 1950’의 고급스러운 느낌을 현대적인 도시 감성으로 표현한 제품이다. 무브먼트는 PF315를 탑재했다. 가죽 스트랩은 1490만원, 스틸 브레이슬릿은 1590만원이다.
파르미지아니는 미셸 파르미지아니가 1996년 설립한 시계 브랜드다. 중후한 멋이 돋보여 짧은 시간에 시계 애호가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파르미지아니 매장은 롯데호텔 면세점, 워커힐호텔 면세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에 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