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성인(saint) 공자(孔子)가 이르기를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하였다. ‘치우치지 않는다’는 뜻의 중용(中庸)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한 이 말은 ‘지나치면 오히려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의미이다. 무엇이든 정도를 넘어 차고 넘치는 것을 경계하라는 뜻이다. 이러한 점은 온실가스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지구가 내뿜는 복사열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기체인 온실가스는 대기상에서 지구의 열을 우주로 나가지 못하게 막고, 이를 다시 지구로 되돌려보내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구의 온도는 자연스레 올라가고, 이 때문에 온실가스는 지구온난화의 원흉으로 지목받고 있다.
하지만 온실가스는 지구상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기도 하다. 온실가스가 적당히 있어야 지구에 생명체가 생존할 수 있는 적합한 온도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류의 발전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찾아온 도시화와 산업화로 온실가스의 양이 증가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온실가스의 배출이 과해지면서 지구의 온도가 필요 이상으로 상승했고, 그로 인해 이상 기후와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 되고 있는 온난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지구의 탄생 이래 유지되어 오던 온실가스의 중용 수준이 깨지면서 인류의 미래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기후변화 협약 ‘교토의정서’
해결책은 단순명료하다. 온실가스 배출을 통제하거나 줄이면 온난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수단과 방법을 찾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인간의 삶 깊은 곳까지 온실가스가 침투해 있기 때문이다.
상품의 생산에 필요한 화석연료의 사용은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배출 없이는 불가능하고, 가축을 사육하고 쓰레기나 폐기물을 매립할 때 발생하는 메탄은 온실가스의 주요 물질 중 하나다. 냉장고나 에어컨 등의 냉동기기도 수소불화탄소라는 온실가스를 방출하지만 냉동기기 없이 더운 여름을 나기란 이젠 불가능해 보인다. 결국 지구는 생존을 위해 온실가스를 내뿜어야만 하는 운명에 처해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자 범국가적 차원에서 대책이 마련되고 있다. ‘교토의정서’도 그중 하나다. 교토의정서는 1997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의결된 협약으로, 온실가스를 구성하는 물질의 배출을 줄이기 위한 이행 방안을 담고 있다. 교토의정서에서 제시하고 있는 감축 목표는 기본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별로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양을 할당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벌금을 부과하거나 배출 허용량을 삭감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할당된 배출량을 준수하기 위한 이행 방안으로는 청정개발체제, 공동이행제도, 배출권거래제도 등이 있다.
배출량 국가·기업끼리 매매
청정개발체제란 선진국 또는 해당 국가의 기업이 개발도상국에서 감축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자국의 감축 실적에 반영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인건비가 비교적 저렴한 개발도상국으로 선진국의 생산시설이 이전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제도로, 선진국에는 감축에 대한 편의를 제공하고 개도국에는 온실가스 감축 능력을 함양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공동이행제도는 선진국 또는 해당 국가의 기업들이 공동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할 경우 이를 감축 실적으로 인정해주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기술과 자금이 풍부한 선진국 간의 협력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자 마련되었다.
배출권거래제도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국가 간 또는 기업 간에 서로 사고팔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는 온실가스 감축에 시장 거래의 개념을 적용한 것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활발히 하기 위한 교토의정서상의 핵심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배출권을 거래하면 다른 제도를 통할 때보다 온실가스 감축 비용이 적게 들고, 이로 인해 같은 비용으로 더 많은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배출권은 어떻게 거래될까? 교토의정서를 비준한 국가나 그 국가에 속한 기업은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정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경제활동 과정에서 몇몇 국가나 기업은 할당량보다 적게 온실가스를 배출하기도 하고, 일부는 할당받은 양이 부족할 수도 있다. 이때 추가 배출이 필요한 국가나 기업이 배출량이 남은 국가나 기업으로부터 배출권을 구입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배출권거래제도이다.
온실가스 배출권은 배출권 시장을 통해 거래된다. 다른 여타의 시장이 그러하듯 배출권 시장 역시 시장의 형성과 유지를 위해서는 해당 시장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새로운 시장이 생기면 그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업으로 삼는 직업인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배출권 시장이 형성되면서 등장한 새로운 직업은 바로 탄소배출권거래중개사다.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7위
탄소배출권거래중개사는 흡사 증권시장의 증권중개인과 비슷하다. 증권중개인은 주식이나 채권의 매매를 희망하는 고객의 주문을 시장에 등록하고 매도인과 매수인 간의 거래가 성사될 수 있도록 중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탄소배출권거래중개사도 마찬가지다. 온실가스 배출권을 사거나 팔고자 하는 수요자와 공급자의 조건을 비교하여 거래를 주선하고 성사시키며, 그 과정에서 수수료를 수취한다. 이 외에도 배출권 시장의 상황과 정보를 분석하여 적정한 배출권 가격을 설정하고, 온실가스와 관련된 국제기구 또는 각국의 제도와 정책을 연구하여 고객을 발굴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현재 국내에는 20명 남짓한 탄소배출권거래중개사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교토의정서 체결 당시 한국은 개도국으로 분류되어 선진국에만 부여된 감축 의무를 받지 않았고, 이로 인해 배출권 시장이 설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스스로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감축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정부는 부산에 배출권 시장을 개설하고 2015년 1월 1일부터 배출권 거래를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탄소배출권거래중개사가 유망 직업으로 손꼽히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가속화되고 있는 지구온난화를 고려할 때 중개사에 대한 수요는 끊임없이 발생할 것인데, 그 숫자가 지금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 세계 7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근 20년간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하면 배출권 거래는 시장 개설 직후부터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값어치가 오르기 마련이다. 탄소배출권거래중개사가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등극할 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 탄소배출권거래중개사
배출권 시장에서 온실가스 배출권을 매매하고자 하는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여 거래를 중개하고 성사시키는 사람을 말한다. 배출권거래중개사는 배출권 시장을 둘러싼 환경을 고려하여 배출권의 적정가격을 파악하고, 고객을 대상으로 상담 또는 전문적인 조언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수행한다.
● 배출권 거래제도
온실가스 배출 권리를 매매할 수 있는 제도로, 온실가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산화탄소의 명칭을 따서 ‘탄소배출권거래제도’라고도 한다. 온실가스를 할당량보다 적게 배출하면 남은 배출권을 팔 수 있고, 할당량이 부족하면 배출권을 구매하여 사용할 수 있다. 배출권의 거래는 (탄소) 배출권 시장에서 이뤄지며, 매입과 매도 가격에 따라 성사된다.
정원식 < KDI 전문연구원 kyonggi96@kdi.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