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여객기 격추 31년 전 KAL기와 닮은꼴

입력 2014-07-18 06:21
수정 2014-07-18 08:40
17일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발생한 말레이시아 보잉 777 여객기 피격은 1983년 소련에 의한 대한항공(KAL) 여객기 격추사건을 연상케 한다.

탑승객 295명 전원이 사망한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우르라이나 정부와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세력은 여객기가 상대방 미사일에 피격됐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말레이시아 여객기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해 쿠알라룸프로 향하던 중이었다.

말레이시아항공은 트위터를 통해 이 여객기와의 교신이 암스테르담에서부터 끊겼고 마지막으로 위치가 확인된 것은 우크라이나 상공이었다고 밝혔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이 여객기가 추락한 곳이 러시아 국경에서 약 60km 떨어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샤흐툐르스크 부근 토레즈로, 이곳에서는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군이 전투를 벌여왔다고 전했다.

31년 전인 1983년 뉴욕에서 출발해 9월1일 오전 6시 서울에 도착할 예정이었던 대한항공(KAL) KE-007도 미사일 공격으로 탑승객 269명 전원이 사망했다.

KAL 여객기는 도착 2시간30여분 전인 3시23분 일본 북해도 근해에서 연락이 두절됐고, 알 수 없는 이유로 예정 항로를 벗어나 소련 영공으로 들어갔다.

당시 KAL 여객기에 미사일을 발사한 러시아 전투기 조종사 오시포비치 조종사는 정찰기로 확신하고 격추했다고 지난해 9월 러시아 시사주간지 '아르티 이 팍티'와 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오시포비치는 지상에 있는 상관으로부터 명령을 받고 4발의 경고 사격을 했으나 KAL기가 경로를 변경하지 않아 2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진술했다.

우리 정부는 KAL 여객기가 피격된 그해 9월12일 미국을 통해 소련에 배상을 요구하는 외교문서를 전달하려고 했으나, 소련은 국교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KAL기가 격추될 당시 세계 정세는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냉전의 대결구도가 막바지 절정으로 치닫던 상황이었다.

당시 양국은 첩보활동을 위해 상대국의 영공을 침범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소련이 KAL기를 정찰기로 오인했다는 주장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번 말레이시아 여객기 피격사건도 우크라이나의 정부군과 반군 간 교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지역의 상공에서 일어났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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