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격전지 가다] 김포 토박이, 金과 악수 거절…신도시선 "與후보 싫다"

입력 2014-07-17 21:25
수정 2014-07-18 03:49
'지역일꾼' vs '큰 인물' 경기 김포

'성공한 김포인' 홍철호 "기업, 고객욕구 반영하듯 시민의 요구 정책으로"
'이장~장관' 거친 김두관 "교통·보육 등 시급한 현안 경험 많은 내가 잘 풀 것"


[ 이호기 기자 ] “난 악수 안 해.”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을 하루 앞둔 지난 16일 오전 경기 김포시 고촌읍 주민자치센터. 이곳 지역구에 출마한 김두관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건물 안 엘리베이터 앞에서 한 중년 여성에게 악수를 청했다가 그만 무안을 당했다. 김 후보는 “그러지 마시고 좀 도와주세요”라며 사정하다시피 했다. 김 후보는 기자에게 “제가 연고가 없다 보니 섭섭함을 느끼는 시민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날 오후 김포 장기동에서는 홍철호 새누리당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이 열렸다. 김무성 대표 등 중앙당 지도부가 대거 참석했다. 홍 후보는 “대권 후보를 이기면 나도 대권 후보가 되는 것”이라고 말해 지지자들을 열광시켰다.

2012년 경남지사를 사퇴하고 대선에 출마했던 김 후보가 정치 신인 홍 후보를 만나 고전하는 모습이다. 실제 지난 10~15일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는 37.0%의 지지율을 얻어 김 후보(28.9%)에게 우세를 보였다.

홍 후보의 이 같은 경쟁력은 탄탄한 지역 조직과 함께 김포 출신의 성공한 기업인이라는 개인 스토리에서 나온다는 분석이다. 김포 태생인 홍 후보는 농업전문학교를 나와 축산업에 뛰어들었다. 닭가공 전문업체인 ‘크레치코’를 설립해 연매출 1000억원이 넘는 회사로 키웠다. 2006년 걸그룹 ‘소녀시대’를 모델로 캐스팅해 대박을 터뜨린 ‘굽네치킨’을 업계 3위 프랜차이즈 업체로 성장시키기도 했다. 홍 후보는 기자에게 “기업이 고객의 욕구를 상품으로 생산하듯 정치도 시민의 요구를 정책으로 반영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 역시 전문대를 나와 고향 마을 이장과 군수를 거쳐 장관, 도지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지역주의에 맞서 새누리당의 아성인 고향에서 세 번이나 출마했으나 낙선해 ‘리틀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김 후보는 “김포에 와 보니 교통 보육 등 시급한 현안이 너무 많았다”며 “오랫동안 정치를 해오면서 경험을 쌓은 제가 이런 문제들을 더 잘 풀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포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지역 토박이 사이에서는 여당 지지세가 우세하다는 게 현지 분위기다. 서울·인천으로 출퇴근하는 20~40대 직장인이 많은 신도시의 표심은 야당에 기울어 있다. 장기동(한강신도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최성민 씨(22)는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를 존경하기 때문에 투표한다면 새정치연합 후보인 김 후보를 뽑겠다”고 말했다.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과외교사 김모씨(41·여)도 “최근 세월호 사건에 대처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실정을 보면 새누리당을 뽑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구도심으로 분류되는 고촌읍에 사는 주부 김미경 씨(45)는 “지역 연고도 없는 낙하산 후보를 뽑지 않겠다”고 했으며 북변동에 거주 중인 이한춘 씨(74)도 “유정복 전 의원(현 인천시장)을 오랫동안 지지해온 만큼 이번에도 새누리당 후보에게 꼭 투표할 것”이라고 했다. 결국 신도시 지역의 투표율이 승패를 판가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포=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