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경제팀 출범] 최경환發 '재정 양적완화'…경기 살아날 때까지 돈 푼다

입력 2014-07-16 20:52
수정 2014-07-17 04:17
새 경제팀 경제운용 방향

재정적자 나더라도 '체감경기' 활성화
가계소득 늘리고…부동산 규제는 풀고


[ 주용석 / 김우섭 기자 ]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밝힌 향후 경제운용 방향의 핵심은 ‘경기부양+가계 소득 증대’다. 부동산 규제와 돈을 풀어 경기 급락을 막고 기업이 과도하게 쌓아둔 돈이 배당이나 임금을 통해 가계 부문으로 흐르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기금 풀고 예산 안 남긴다

최 부총리는 이날 취임 일성으로 “경제 심리가 살아날 때까지 거시정책을 과감하고 확장적으로 운용하겠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재정건전성을 중시한 현오석 전 부총리 스타일의 거시정책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기금이나 재정 지출을 늘리는 ‘재정보강’과 내년 예산 확대를 제시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조만간 발표할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에서 국민주택기금, 중소기업창업지원기금, 소상공인지원기금 등 기금 지출을 늘릴 방침이다.

기금 지출은 국회 동의 없이 정부가 당초 예산 대비 최대 20%(사업성기금 기준)까지 늘릴 수 있다.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올해 기금 지출 규모는 약 74조원. 이론상 여기에서 14조원가량 증액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는 또 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의 보증을 늘리고 재정집행률도 대폭 높일 방침이다. 지난해 18조원에 달한 예산 불용액(쓰지 못한 돈)도 올해는 대폭 줄일 방침이다.

정부는 이미 2012년에 이런 방법을 통해 총 13조2000억원의 ‘재정보강’ 대책을 쓴 적이 있다. 다만 당시 썼던 개별소비세 한시 인하 등은 올해는 세수 부족 탓에 쓰지 않을 계획이다.

○내년 재정적자 20조원 이상

내년 예산도 당초보다 확장적으로 운용할 방침이다. 정부가 작년 말 국회에 제출한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재정 지출 규모는 368조4000억원으로 올해(355조8000억원)보다 3% 증가에 그친다. 이를 5% 수준으로만 높여잡아도 7조원 이상 재정 지출이 늘어나게 된다.

다만 재정적자는 확대가 불가피하다. 당초 17조원으로 예정됐던 내년 재정적자가 지금 상황이라면 20조원 이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여기에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해 ‘부동산 경기 살리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현재 지역별·금융업종별로 50~70%인 LTV는 70%로, 지역별로 50~60%인 DTI는 60%로 일괄 상향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정부 내에선 이 같은 경기부양책이 없다면 올해 4.1%인 성장률 전망치가 3.5~3.7% 수준까지 낮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유지키로

가계소득 증대도 ‘최경환표 경제 정책’의 한 축이다. 거시적인 경기부양책만으론 국민들의 체감경기가 개선될 수 없는 만큼 가계 가처분소득을 실질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는 것.

대표적인 게 사내 유보금에 대한 과세다. 최 부총리도 이날 “기업의 사내 유보금이 투자, 임금, 배당 등으로 흘러가도록 과세나 인센티브(혜택)를 주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사내 유보금을 임금이나 배당으로 돌리는 기업에 세액 공제나 금융 혜택을 주겠다는 의미다.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 개선도 이뤄진다. 최 부총리는 이날 이들의 처우개선 없이는 민생회복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올해 말 일몰(시한종료)이 도래하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은 중산층과 서민 소득 증대 차원에서 내년 이후에도 연장할 방침이다. 소득공제율(현재 15%)도 축소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 추가경정예산(추경)

매년 정기국회에서 확정되는 본예산과 별도로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 편성하는 예산.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국가재정법 89조는 전쟁, 대규모 자연재해, 경기침체, 대량 실업, 남북관계 변화 등을 추경 편성 요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 재정보강

기금이나 정책금융 확대, 세제 지원 등을 통해 재정지출을 늘리는 방안. 추경과 달리 국회 동의를 받지 않고 정부가 재량에 따라 늘릴 수 있다.

주용석/김우섭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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