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LG그룹 IPO 중단 지시로 사모펀드 투자 손실 초래
기업-사모펀드 경영권 분쟁 증가...재벌 그룹과 소송은 처음
이 기사는 07월14일(16:3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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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보고펀드가 LG실트론 투자 손실에 대해 대주주인 LG그룹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 작업에 착수했다.
보고펀드 관계자는 13일 "2011년 6~7월 LG그룹의 경영진이 LG실트론 경영진에게 기업공개(IPO)를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려 결과적으로 기업공개(IPO) 작업이 무산됐다"며 "이로 인해 초래된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을 당시 LG그룹과 LG실트론 경영진에게 묻는 손해배상 소송을 조만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LG그룹 관계자는 “LG실트론 IPO 연기 등 회사 경영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했다”며 “소송이 실제 제기되면 적절하게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펀드-KTB PE 컨소시엄은 2007년말 동부그룹으로부터 LG실트론 지분 49%를 사들여, 최대주주(51%)인 LG그룹과 동거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태양광과 LED 기판(웨이퍼) 사업 실패 등으로 LG실트론의 실적이 부진해지자, 둘 사이가 멀어졌다.
제도 출범 10년을 맞아 사모펀드 투자 기업들이 늘면서 기업과 사모펀드간 경영권 분쟁은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자동차 와이퍼 제조사인 캐프와 원전 수처리 업체 한국정수공업 창업주가 회사에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들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하지만 재벌그룹과 국내 사모펀드 간 법적 분쟁은 아직 국내에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사모펀드 역사가 길지 않은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불황이 지속되자 사업을 함께 했던 기업과 재무적 투자자가 분쟁을 벌이는 것”이라며 “경영권에 대해 법률적으로 명확하게 합의하기가 어려운 국내 기업 환경도 분쟁이 늘어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대형 연기금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악성 매물을 받아 줄 수 있는 세컨더리펀드(사모펀드 투자 기업을 되사주는 펀드)를 정책적으로 키울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보고펀드와 LG그룹간 분쟁을 둘러싼 쟁점은 크게 3가지다. 첫째는 2011년 IPO가 무산된 책임을 LG그룹에 물을 수 있느냐 여부다. 보고펀드는 2011년 6~7월 상장예비심사 당시 법률적으로 경영에 관여할 권한이 없는 LG그룹 오너와 경영진이 IPO 중단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LG실트론 경영진의 IPO 주장을 LG그룹 대주주가 중단시켰다는 점이 확인돼야 한다. 보고펀드 관계자는 "당시 LG그룹, LG실트론 경영진과 실무자 등과 통화내역, 이메일, 면담 내용 등을 증거로 확보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LG그룹 관계자는 "LG실트론 경영진이 당시 불확실한 금융시장 상황으로 IPO를 연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경영상 판단을 내렸다"며 “LG그룹 대주주는 기업 경영진의 판단을 존중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시 2011년 국내 주식 시장은 유럽 재정위기 여파에 3월 동일본 대지진, 8월 미국 국가 신용등급 하락 등으로 4월 2200선에 육박했던 코스피 지수가 8월 급락, 9월엔 1800 밑으로 떨어졌다. IPO를 미룬 판단이 LG그룹 경영진이 아닌 LG실트론 경영진의 정상적인 경영 판단이라는 게 LG측 주장이다.
둘째, IPO를 연기 당시 보고펀드측 입장도 양측 주장이 엇갈린다. LG그룹 관계자는 "당시 보고펀드측은 IPO 연기 결정에 대해 반대 의사도 표명한 적이 없었고 IPO를 관철하기 위한 추가적인 의사 표명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6명의 이사회 멤버 중 한명으로 경영에 직접 참여했던 보고펀드가 IPO를 연기하던 시점엔 가만히 있다 투자 손실이 현실화되니 대주주의 경영 판단을 문제삼는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보고펀드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급격히 나빠진 2011년 8월8일 이전 IPO를 그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과 요청을 여러 차례 LG그룹에 전달했다”고 반박했다.
셋째, 이들은 LG실트론의 사파이어 기판(웨이퍼) 투자 실패를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사파이어 기판은 LED 조명에 쓰이는 핵심 소재인데 보고펀드측은 LG그룹 경영진이 계열사인 LG이노텍을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과정에서 투자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LG그룹은 경영상 판단으로 보고펀드측도 사업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LG그룹은 보고펀드 소송이 보유 지분을 그룹에 되팔기 위해 그룹 경영진을 압박하는 의도라고 의심하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실제 소송을 추진할지 여부도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보고펀드는 앞으로 불거질 투자자(LP)들의 손실 책임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소송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4명의 공동대표 중 변양호 대표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보고펀드는 LG실트론 투자과정에서 빌린 대출금 2250억원의 이자를 제때 내지 못해 채무 불이행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LG에 지분 5~10% 가량을 되살 것을 요청했고 LG가 이를 거절했다. 보고펀드는 해외 투자자에게 지분 일부를 팔기 위한 협상도 진행 중이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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