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상 기자 ]
“앞으로의 화두는 문화 콘텐츠가 될 것입니다. 드라마 하나가 중국에 ‘치맥’(치킨과 맥주) 열풍을 일으키고, 주연배우가 썼던 립스틱이 해외에서 매진되고 있어요. 예전 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좋아하는 한류스타를 보기 위해 큰 비용도 마다하지 않는 여행객도 흔합니다. 우리는 남들에게 없는 K팝 콘텐츠를 무기로 갖고 있어요. 여행과 한류 콘텐츠를 결합한 비즈니스의 선두주자로 계속 나아가겠습니다.”
송경애 SM C&C 대표는 미래 핵심사업 중 하나로 ‘한류 콘텐츠’를 꼽았다. 기업체 출장 및 MICE(기업회의·포상관광·국제회의·전시)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BT&I를 이끌던 송경애 사장은 2012년 SM엔터테인먼트와 합병을 통해 인바운드 사업에도 힘을 쏟게 됐다. SM엔터테인먼트가 주관하는 행사의 여행상품을 해외에 전담 판매하는 만큼 다른 업체가 넘볼 수 없는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강점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소녀시대, 엑소, 슈퍼주니어 등이 릴레이콘서트를 연 ‘SM타운위크’에 약 1만명의 외국인 팬을 유치했다.
“기존 BT&I는 대형 기업체 행사, 소규모 VIP, MICE 행사를 주로 담당했어요. 수천명에 달하는 행사를 맡거나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까다로운 행사까지 다뤄왔죠. 이런 경험에 더해 K팝까지 연결하면서 고부가가치 상품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해외 K팝 팬들에게 비용은 문제가 아닌 데다 행사 후 만족도도 매우 높아요. 기존의 여행 사업에 문화의 힘을 더한 것은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와도 맞닿아 있다고 봅니다.”
송 대표는 또 다른 대형 행사를 앞두고 준비에 여념이 없다. SM 소속 아티스트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SM타운 라이브’ 서울 공연이 8월15일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현재 SM C&C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해당 공연의 콘서트 입장권, 숙박, 식사, 교통 등을 포함한 패키지 여행상품을 판매 중이다. 지난해 SM타운위크를 찾은 1만명 중 60%가 일본인이었으나 올해에는 중국 팬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총 해외 방문객은 지난해 기록을 초과할 것이라고 송 대표는 예상했다.
“한류 콘텐츠를 활용한 여행사업은 이제 겨우 시작일 뿐입니다. 가장 큰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이 이제 열리고 있거든요. 지난해가 되어서야 중국에서 처음 콘서트를 개최했을 만큼 그간 현지에서의 제약이 심했는데 서서히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무궁무진한 중국시장이 개방되면 한류를 이용한 산업은 지금의 열 배 이상 커질 것이라고 봅니다. 그 이후에는 어떻게 변할지 짐작도 못하겠네요.”
SM C&C의 지난해 항공권 매출은 3228억원에 달한다. 1987년 자본금 250만원으로 시작한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 지금의 위치로 회사를 키운 비결을 묻자 송 대표는 모든 공을 직원들에게 돌렸다. 실제로 회사 10층 로비에는 20년 이상 근무한 직원 8명의 핸드프린팅이 전시돼 있다. 유명 배우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핸드프린팅을 회사에 헌신한 직원을 대상으로 남긴 것이 인상적이다. 그가 추구하는 최우선 가치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직원이 회사의 전부입니다. 저는 회사를 키워 언제 상장시키겠다는 계획이 없었어요. 그저 하루하루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직원을 위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믿었죠. 지난 27년간 같은 마음으로 일했어요. 성공한 행복은 없어요. 행복이 성공보다 훨씬 중요한 가치라고 믿습니다. 제 모니터에 초심(初心)이라는 두 글자를 붙여 놓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직원이 행복한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