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뉴 트렌드] '치맥' 쫓아가는 '피맥'…美·유럽선 대세

입력 2014-07-14 07:00
Small Biz 성공 자영업 길라잡이

맥주 두잔에 피자 안주…한세트 1만원대로 저렴…2030세대 여성이 주도


[ 강창동 기자 ]
시원한 생맥주가 생각나면 사람들은 ‘치맥’(치킨과 맥주)을 찾는다. 치맥만큼이나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하는 음식이 또 있다. 피자와 맥주, 이른바 ‘피맥’이다. 우리에게는 조금 낯설게 느껴지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일반화돼 있는 트렌드다. 서구인들은 오히려 치맥보다 피맥을 더 선호한다. 피자 메뉴를 취급하는 매장이라면 대부분 피자와 맥주 세트 메뉴가 있다. 간단한 파티를 할 때도 피자와 맥주는 빠지지 않는다.

○이태원 등 젊은 상권이 피맥 진원지

서울 종로구 관철동 청계천변을 걷다보면 ‘이트피자’란 간판을 단 가게가 눈에 띈다. 유럽풍 인테리어로 멋을 낸 이 가게에서는 젊은 여성들이 삼삼오오 맥주를 즐기고 있다. 자세히 보면 안주로 먹는 메뉴가 피자다. ‘이트피자’는 ‘피맥’을 매장 콘셉트로 내세우는 곳이다.

맥주와 피자 음료가 주 메뉴인데 이 점포의 주력 피자는 ‘팔라피자’다. 팔라(pala)는 이탈리아어로 ‘삽, 막대기’라는 뜻이다. 팔라피자는 마치 삽 모양처럼 타원형과 삼각형의 중간 형태로 생겼다. 도우 표면은 바삭바삭하며 속은 부드럽고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이 가게에서 맛볼 수 있는 안주용 피자는 8가지나 된다. 이 점포를 운영하는 김덕구 점장(24)은 “사이즈가 크고 두꺼운 기존 피자는 안주용으로는 부담스러워 모양과 사이즈가 맥주에 걸맞은 안주용 팔라피자를 개발해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피자 가격은 5000~8000원대로 저렴한 편이다. 피맥 세트는 9900원으로 맥주 두 잔과 피자 안주가 한 세트로 나간다. 이 가게는 49㎡(약 15평) 크기로 한 달 평균 3000만원 정도 매출을 올린다.

이태원은 피맥 바람의 진원지로 부를 만하다. 이태원 경리단길에서는 ‘치맥’ 대신 ‘피맥’이 대유행이다. 이곳에서 피맥으로 유명한 점포는 ‘더 부스(The Booth)’와 ‘맥파이’다. 이들 점포는 수제 맥주와 피자 안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더 부스’는 경리단의 명소로 떠올랐을 뿐 아니라 1년이 채 안 돼 강남역 상권에 2호점을 낼 정도로 인기가 폭발적이다. ‘맥파이’는 외국인들에게 인기다. 치즈피자, 야채피자 등 안주류를 6000원~1만원대로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압구정동 가로수길에 있는 피맥집 ‘에이스(ACE)’는 가수인 김조한 씨가 운영한다. 서울 서교동 홍대 상권에 있는 ‘젠틀서퍼’는 수제 맥주와 피자, 햄버거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피맥에 꽂힌 여성들

피맥이 뜨는 주된 이유는 2030세대 여성들의 맥주 소비가 증가하는 현상과 맞물려 있다. 여성들은 남성 취향의 치킨호프집보다 카페나 펍(PUB)풍의 피맥 전문점을 선호한다. 손에 기름기를 묻혀가며 맥주를 마시는 것보다 깔끔하고 우아하게 피자와 맥주를 즐기길 원하기 때문이다. 피맥전문점에서는 도우가 두텁고 토핑이 많은 미국식 피자 대신 도우가 얇고 화덕에 구워 담백한 이탈리아식 피자가 인기가 있다. 얇은 피자가 안주로는 제격이어서다.

피맥 전문점이 기존의 피자집과 다른 점은 피자와 함께 생맥주를 판매한다는 것이다. 인테리어도 일반 피자집과는 차이가 난다. 전체적인 매장 분위기가 펍에 가까워 술 마시기 좋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피맥의 인기는 여성들이 주도하고 있지만 치맥을 능가하는 메가 트렌드가 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강병오 중앙대 겸임교수(창업학 박사)는 “호프집들이 더 이상 진화하지 못하고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여성들의 생맥주 소비량이 늘어나면서 여성의 기호에 맞는 세련된 피맥 전문점들이 생겨나는 것”이라며 “아직은 시장진입 단계라서 메뉴 개발이 부족한 상태이므로 남성 고객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피자 안주 메뉴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