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정성근·정종섭 청문보고서 채택 불발
金은 자진사퇴 수순…2기 장관 임명 계속 미뤄져
[ 정종태/도병욱 기자 ]
국무총리 후보자 두 명의 연쇄 낙마에 이어 일부 장관 후보자들마저 자질 논란에 휩싸이면서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반대 기류가 강해지자 박근혜 대통령이 선택의 기로에 몰리고 있다. 2기 내각 교체 명단을 발표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내각이 정상 출범하지 못한 데 따른 국정공백을 막기 위해 임명을 강행할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어렵사리 마련된 여의도와의 ‘소통정치’ 무드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1일 전체회의를 열어 김명수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야당이 회의 참석을 거부해 채택이 불발됐다. 안전행정위원회도 이날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 청문보고서를 채택하려 했지만 야당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여권 관계자는 “야당이 회의 자체를 거부해 강제적으로 밀어붙일 수 없는 상황”이라며 “박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든지, 아니면 지명을 철회하든지, 이것도 아니면 후보자가 스스로 사퇴하든지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여권에 따르면 세 명의 후보 가운데 논문 표절과 부적절한 주식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김 후보자는 여당 내에서도 ‘부적합’이란 기류가 강해 자진사퇴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 지도부는 이미 ‘김명수 불가’ 입장을 청와대에 전달했고, 박 대통령도 전날 여야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야당의 재고 요청에 “참고하겠다”고 한 만큼 김 후보자에 대해선 사실상 마음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김 후보자는 주말을 전후로 자진사퇴 입장을 밝힐 것이란 게 유력한 관측이다.
청문회에서 위증 논란을 일으킨 정성근 후보자에 대해서도 막판에 여권 내 기류가 심상치 않게 흐르고 있다. 여당 교문위 관계자는 “자진사퇴 수순으로 가는 김 후보자보다 정 후보자가 더 문제라는 의견이 여당 내에서도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당초 ‘김명수 임명 불가, 정성근 임명 강행’으로 가닥이 잡히던 청와대 내 기류도 바뀔 가능성이 거론된다. 청와대 일각에선 야당의 요구대로 세 명의 장관을 지명 철회할 경우 장기간 국정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들어 정성근-정종섭 후보자는 임명을 강행하자는 강경론도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장관 후보자의 거취가 불확실해지면서 2기 내각 출범 시기도 더 늦춰질 공산이 커졌다. 청와대는 청문 보고서가 채택된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임명장 수여 시기를 미룰 방침이다. 이와 관련,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청문 보고서가 채택된 후보자도 있고, 그렇지 못한 후보자도 있는데 임명장 수여는 절차에 따라 한꺼번에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후보자에 대해 10일 이내에 국회에 보고서 채택을 다시 요청하는 절차를 밟은 후 일괄 임명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낙마하는 장관을 제외하고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등 나머지 2기 내각 교체 멤버에 대해선 이르면 다음주 초 임명장을 수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종태/도병욱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