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템族' 늘고 '샤넬 걸' 줄고

입력 2014-07-09 22:01
수정 2014-07-10 06:39
인사이드 스토리 - 소비자 기호 변화…재편되는 명품시장

셀린느·지방시·알렉산더왕…매년 두자릿수 매출 신장
개성 강한 20~40대 선호…백화점마다 전문관 확대

샤넬·에르메스·루이비통 '빅3'…올들어 매출 증가세 '뚝'
디올·펜디·페라가모·토즈…한국시장 지배력 갈수록 약화


[ 김선주 기자 ] 샤넬·루이비통·에르메스로 대변되는 명품 시장에 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전통적인 명품 브랜드들이 주춤하는 사이 ‘컨템퍼러리’로 불리는 신흥 브랜드들이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명품 업계에서는 ‘샤넬 걸’들이 줄어들고 ‘컨템족(族)’이 늘고 있다는 표현이 나온다. 셀린느, 알렉산더왕 등 컨템퍼러리 브랜드들은 전통적인 명품보다 가격대는 낮지만 개성이 강한 디자인으로 20~40대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힘 못 쓰는 전통 명품…‘빅3’도 하락세

전통 명품 ‘빅3’인 샤넬·에르메스·루이비통은 서울의 한 유명 백화점에서 지난해 14~17%이던 매출 증가율이 올해 상반기 8~11%대로 떨어졌다. 에르메스와 루이비통은 10% 초반대로, 샤넬은 한 자릿수인 8%대로 내려앉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구찌코리아는 2012년 2558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2425억원으로, 펜디코리아는 2012년 308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296억원으로 줄어들었다.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 페라가모코리아, 토즈코리아 등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이 중 디올과 토즈는 각각 64억원, 2억8000만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2012년 19.4%이던 전통 명품 그룹의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올 상반기 10.2%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명품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전통 명품 중 프라다·보테가베네타 등 일부 브랜드만 잘나가고 있다”며 “샤넬·에르메스·루이비통은 마이너스 매출은 아니지만 예전만 못하고 구찌·펜디·디올·페라가모·토즈는 한국 시장 지배력이 급속도로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매출 효자’ 컨템퍼러리 급부상

전통 명품 브랜들이 울상을 짓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컨템퍼러리 브랜드들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에서는 2012년 15.3%이던 컨템퍼러리 매출 증가율이 올 상반기 25.8%로 높아졌다.

컨템퍼러리 브랜드들은 롯데·현대·신세계·갤러리아 등 4대 백화점 본점을 점령하고 있다. 지방시·브루넬로 쿠치넬리·토리버치·쟈딕앤볼테르·끌로에·아르마니 꼴레지오니·캘빈클라인 등이 4대 백화점 본점에 모두 입점해 있다. 반면 전통 명품으로는 샤넬·루이비통·프라다·구찌·펜디 등 5개만이 4대 백화점 본점에 모두 들어가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명품으로서의 상징성, 매출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점시키기 때문에 주요 백화점 본점에 모두 들어가 있는지 여부는 브랜드 파워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컨템퍼러리 강화하는 백화점

이처럼 컨템퍼러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주요 백화점의 무게중심도 이들 브랜드로 이동하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이 지난 3월 명품관 웨스트 2~3층에 컨템퍼러리 전문관을 마련한 게 대표적인 예다. 신세계백화점도 본점 5층 전체를 컨템퍼러리 브랜드로 구성했다. 롯데백화점도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3~5층에 국내 최대 규모의 컨템퍼러리 전문관을 마련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샤넬·루이비통·구찌의 ‘신상 백’을 들고 다니면 트렌디해 보이던 시대는 끝났다”며 “전통 명품 핸드백은 400만원을 훌쩍 넘는 반면 컨템퍼러리 핸드백은 100만~200원대인 데다 트렌드를 재빨리 반영해 소비자들이 옮겨 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