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꽃과 열매보다 '뿌리'

입력 2014-07-09 20:39
수정 2014-07-10 04:13
인격 훌륭하면 사람들은 저절로 몰려
억지 네트워크보다 본인 성장이 중요

김경록 <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grkim@miraeasset.com >


직원들에게 강의할 때가 왕왕 있다. 자기계발이나 리더십 같은 주제보다 살아오면서 느꼈던 바를 얘기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자기계발이나 리더십 서적 대부분은 무엇을 하라는 말로 가득 차 있어 사람을 턱턱 숨막히게 하는데, 강의에서조차 이런 숨막힘에 일조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서다. A라는 원인의 결과로 B가 생기는 법인데, 일부 자기계발서는 B만을 만들라는 메시지가 많다 보니 내용이 적절하지도 못하다. 실제 삶에서는 A만 하면 B는 저절로 따라오는 게 대부분이고, 이것이 자연의 이치인 듯하다. 그래서 ‘자(自)’라는 글자를 좋아한다.

자기 PR의 시대다 보니 면접을 하다 보면 침소봉대하는 사람을 자주 본다. 문제는 이러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과장된 자신과 살게 된다는 점이다. 소문이 무성해 가 봤더니 말라 빠진 열매가 있으면 그 실망은 두 배가 될 것이다.

사마천은 이광이란 장군을 평하면서 “복숭아나무와 오얏나무는 말을 하지 않지만 그 밑에는 저절로 길이 생긴다(도리불언 하자성혜·桃李不言 下自成蹊)’고 했다. 아름다운 복사꽃을 보려고 사람들이 찾아오고 자두를 따 먹으러 오다 보면 자연스레 길이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좋은 길을 닦아 사람들이 오게 하는 것은 표피적 처방에 불과하다. 심지어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좋은 열매를 맺는 것도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뿌리가 깊고 좋아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강의시간에 ‘유명해지고 싶으면 먼저 자기의 뿌리를 충실하게 하라’고 한다. 네트워크가 중요한 시대라고 하지만 억지로 만든 네트워크보다 스스로 만들어지고 성장하는 것이 더 잠재성이 크다. 정보기술(IT) 발달로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극적으로 싸졌다. 교외 한구석에 있는 맛집이 잘되는 것도 네트워크의 힘인 것처럼 지금은 좋은 뿌리의 중요성이 커진 시대다.

‘自’란 글자는 그냥 가만히 있으라는 말은 아닌 듯하다. 현상보다는 근본 뿌리가 무엇인지 찾아 이를 튼튼히 해야 한다는 것이 이 글자가 내포한 뜻이리라. 정보 네트워크의 시대에는 모두 길을 닦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이보다는 뿌리를 충실히 해서 좋은 꽃과 열매를 갖는 것이 맞는 해법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김경록 <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grkim@miraeasse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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