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靑, 인기 만회에 허둥대면 또 헛발질한다

입력 2014-07-09 20:31
수정 2014-07-10 04:28
정부 일각에서 관계개선이라는 상투적인 패러다임으로 남북문제를 또 정책카드로 만지는 것 같다. 엊그제 정홍원 총리는 예정에도 없던 대국민발표로 ‘국가대개조 범국민위원회’란 것을 신설한다고 불쑥 발표했다. 오늘은 여야 원내지도부 청와대 회동도 예정돼 있다. 세월호로 착 가라앉은 국정을 ‘리셋’ 해보자는 분위기로 읽힌다. 하지만 뭔가 서두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청와대의 심사는 짐작할 만하다. 문창극 인사파동으로 소위 집토끼들의 질타부터 적지 않았다. 한·중 회담도 화려한 언어와는 달리 북핵·통일 같은 핵심 의제에서는 실상 진전이 없었다는 냉정한 평가가 적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과 관계개선 같은 숙제는 더 꼬여버렸다. 9명의 장관급 인사청문회에서 낙오자가 없을지도 말 못할 고민거리일 것이다. 가뜩이나 지지율은 40%대로 떨어졌다니 참모들은 뭔가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초조감에 억눌릴 만도 하다.

‘분위기 반전, 국정주도 아젠다 제시, 국민공감형 이벤트….’ 정치기획들이 참모들 머릿속에서 그림을 그릴 만한 상황이다. 국가대개조론이나 북한이슈도 그렇게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대북 제재조치의 출구를 운운할 시점인가. 천안함 폭침 이후 5·24제재에도 북은 변한 게 없다. 아시안게임 응원단을 보내겠다지만 뒤에선 미사일 발사다. 이런 상황에서 충분한 준비 없이 막 움직였다가는 자칫 치명적인 헛발질이 되고 만다. 국가 개조도 몇 장 페이퍼로 될 일인가. 오히려 차분히 법과 원칙의 준수를 다짐하며 신뢰를 회복할 때다.

어려울수록, 급해질수록 초심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박근혜 정부의 약속이 무엇이며, 특장은 또 무엇인가. 법과 원칙, 신뢰를 키워드로 인식하는 국민들이 많다. 분위기 반전용 일회성 아젠다는 없다. 반짝 아이디어나 한두 건 행사로 기적 회생할 경제도 아니다. 특히 참모들은 성급한 마음에 우왕좌왕 경거망동하지 말라. 지금이야말로 신중할 때다. 소통이란 미명 아래 법치까지 버린다면 기대도, 희망도 사라진다. 급한 마음에 허둥대다 또 다른 헛발질이라도 할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