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희 기자 / 사진 장문선 기자] 도무지 속내를 알 수 없는 배우다. 서글서글한 인상을 가졌지만, 눈에 담긴 감정은 날카롭다. 마냥 웃긴 사람일 거라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진지함이 훨씬 더 많이 발견된다.최근 영화 ‘신의 한 수’(감독 조범구) 개봉 전 한경닷컴 w스타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이범수는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못’ 같은 인상을 자아냈다. 깊이를 가늠할 수도 없고 좀체 그 안을 들여다보기가 힘들었다.“가장 경계했던 것은 과거 ‘짝패’ 속 악역과 비슷해 보이면 어쩌지? 하는 것들이었어요. ‘짝패’ 속 그 모습이 그대로 나올까봐서요. 연기하는 배우는 같지만 전혀 다른 종자의 악당을 선보여야하니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늘 새로운 고민을 하는 배우. ‘짝패’ 속 장필호와 같은 악역처럼 보일까봐 매 순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는 데뷔 25년차 이범수는 “매 순간 악당으로 보여야 하는 스트레스”를 토로하기도 했다.“살수 역에 있어서 범상치 않은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기분 나쁜 것보다는 살기를 더하는 느낌이었죠. 그래서 입으로 대사를 풀기 보다는 눈에 느낌을 많이 주려고 했어요.” ‘신의 한 수’에서 이범수는 내기 바둑계의 ‘절대 악’인 살수 역을 맡았다. 날카로운 눈매와 온몸을 둘러싼 문신, 살기 가득한 표정이며 차가운 말씨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이범수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묘한 위화감.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 ‘오! 브라더스’ ‘싱글즈’ ‘이대로 죽을 순 없다’ 속 코믹한 이미지부터 드라마 ‘외과의사 봉달희’ ‘총리와 나’ ‘트라이앵글’ 등으로 훈남의 이미지까지. 한없이 친근하고 다정했던 이미지에서 순식간에 섬뜩한 악역으로 변신하다니.시종 다른 얼굴을 하고 나타나기 때문일까. “다양한 역할에 도전한다는 게 혼란스럽지는 않으세요?” 물었더니 그는 대번에 “아니요 그렇진 않아요”라며 웃었다.“전 천상 배우인 것 같아요. 그걸 즐기는 편이죠. 못 즐긴다면 왔다 갔다 하지 않겠죠. 그만큼 집중을 해야해요.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데 엉뚱한 게 나갈 수도 있거든요.”천상 배우. 역할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가리지 않고 모든 역을 소화해낸다. 코믹, 로맨스, 액션 등 다양한 장르에 있어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다 재밌어요. 돌이켜보면 그래요. 다 추억 같은 느낌이 들죠. 순간순간 배우가 사력을 다해서 집중을 하면 피가 마르거든요. 월드컵 페널티킥을 차려는 선수의 그 몇 초와 배우의 집중력은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온 정신을 집중시켜야 하거든요. 그런데 그걸 하루에도 몇 시간씩 하고 있는 거니까요. 극단적인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건데 계획대로 안 되면 컨디션 난조를 보이기도 하고요.”
이번 ‘신의 한 수’에서 이범수가 연기한 살수는 그야말로 극악무도하고, 피도 눈물도 없는 인물이었다. 자칫하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악역. 그가 연기함에 있어서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살수는 속을 알 수 없는 놈이에요. 그게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그 악행을 부연설명하고 과거에 대해 언급하면 오히려 뻔해지죠. 구구절절해지고 뻔해질까봐 일부러 역할에 살을 붙이지 않았어요.”속을 알 수 없는 인물. 그런 점에서는 배우 이범수와 닮은 구석이 있는 캐릭터다. 그 못 같은 속내를 들여다 볼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궁금한 사람. 이범수가 만들어낸 살수가 더욱이 매력적으로 완성된 이유다.“전신문신도 같은 맥락이에요. 문신 중 야쿠자 문신을 택한 건 제일 차갑고 기분 나쁜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살수라는 인물이 평범한 인물이 아니잖아요. 그게 외모로도 느껴져야 했어요. 사우나 신이 재밌는 것은 양복을 입었을 땐 몰랐다가, 옷을 벗었을 때 드러나는 문신 같은 게 더욱 살수를 ‘알 수 없는 놈’으로 만들었죠. 속이 읽히지 않는 주도면밀하고, 뱀 같은 인물이요.”역할에 대한 이해. 그리고 그것으로 하여금 완성되는 작품의 무게는, 25년이라는 시간만큼이나 단단하고 반듯했다. ‘신의 한 수’는 배우 이범수에게 어떤 작품일까. 그의 화려한 필모그라피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빛을 뿜는 영화일 수 있을까?“‘신의 한 수’는 액션 영화로 오락성이나 긴장감, 앙상블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제 뒤로 숨기고 싶은 작품이 아니죠. 만듦새에 있어서 좋았다고 생각해요.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으면 좋겠네요.” 한경닷컴 w스타뉴스 기사제보 news@wstarnews.com▶ [w위클리] 이효리는 왜 블로그로 떠났을까? ▶ [w기자까톡] 헤어졌다 만났다 ‘운널사’-‘해무’ 편 ▶ 강경준 장신영, 달달한 야구장 데이트 포착 ‘부러워’ ▶ [TV는 리뷰를 싣고] ‘참 좋은 시절’ 갈등 속 피어나는 형제애 ▶ [포토] 클라라 '속 훤히 비치는 아슬아슬 시스루 드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