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부처 영역싸움터 된 '아동복지'

입력 2014-07-06 22:12
수정 2014-07-07 04:02
'방과후 돌봄' 교육·복지·여가부 경쟁
지자체도 가세…'아이 뺏기' 추태까지

"우리 공부방에 아이 보내라"


[ 고은이 기자 ]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시행 중인 아동·청소년 복지사업의 기능별 대상별 시간별 중복이 심각하다. 일선 시행기관들 사이에는 예산 확보를 위한 ‘아이 뺏기’ 경쟁까지 붙은 것으로 드러났다.

6일 보건복지부의 ‘아동·청소년 복지사업 집중분석’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중앙 부처와 지자체가 시행 중인 전체 아동·청소년 복지사업은 2012년 기준 1만277개에 달했다. 이 중 동일한 복지 수요에 대해 한 번에 20개 이상의 사업을 시행하는 곳이 전체 227개 시·군·구 가운데 25곳(12%)이나 됐다. 사업별로는 방과후 돌봄서비스, 시간대별로는 오후 2~6시, 대상별로는 학교 내 아동과 다문화 가정 아동에 대한 지원 중복이 심하다.

특히 방과후 돌봄사업엔 중앙 부처만 세 곳(교육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이 뛰어들어 비슷한 종류의 지원을 하고 있다. 시·도 자체 사업까지 합치면 연간 5000억원이 넘는 돈이 방과후 돌봄 사업에 투입됐다. 시·군·구 중 50곳은 방과후 돌봄사업만 세 개 이상 꾸리고 있고 5곳은 관련 사업이 다섯 개가 넘는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이은주 동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전체 아동·청소년 복지예산 중 보육, 교육, 돌봄 영역에만 많은 예산과 사업이 집중돼 있다”며 “어느 부처 사업의 실적이 좋으면 다른 부처에서도 비슷한 사업을 만들어 따라 하는 관행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앙 부처 방과후 예산만 초등돌봄교실이 2600억원(교육부), 지역아동센터 2200억원(복지부), 방과후아카데미가 300억원(여가부)에 달한다.

이 때문에 현장에선 ‘아동 확보’ 경쟁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한 아동양육시설 원장은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교육부)과 지역아동센터(복지부)의 대상 아동이 비슷해 대상자 확보를 위해 서로의 아동을 빼앗아오는 등 경쟁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실제 지난해 한 농어촌 지역에서 지역아동센터장들이 “공부방(지역아동센터)에 아이를 보내달라”며 집단 항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여러 부처와 지자체까지 달려들어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해 지원 대상이 겹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정부는 이 같은 중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과후 돌봄 서비스 제공 부처별 연계대책을 내놓았지만 실효성은 거의 없는 상태다. 지역아동센터 이용신청도 학교에서 할 수 있도록 지난 3월 지침을 바꿨다. 하지만 돌봄서비스 이용 아동이 많은 충남의 한 초등학교 담임교사는 “학교에서도 지역아동센터 신청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관련 통보나 안내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기관별 서비스를 조정하기 위한 지자체별 돌봄협의회도 열기로 했다. 그러나 한 협의회 관계자는 “지자체 담당 공무원의 성향이나 의지에 따라 돌봄협의회 개최 여부가 좌지우지된다”며 “정례화하기 힘든 구조”라고 털어놨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